을미년 영띠 해를 맞이하여

2015.01.05 12:46:00

을미년(乙未年), 양띠 해가 왔다.

고래로 인류는 양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

동양에서는 한자어를 통해 양과 밀접한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양은 천지신명이나 종묘에 제사지낼 때 올렸다고 한다. 양(羊)자와 결합된 한자어 가운데 아름다울 미(美)자는 큰 양이라는 뜻(羊+大=美)이다. 즉 제사에 쓰일 양은 클수록 보기에 좋다는 뜻이다.

상스러울 상(祥)자도 양(羊) 머리를 제물(示 ; 제단을 본 뜬 글자)로 바치면 길하고 복된 일이 생긴다고 믿었던 데서 파생됐다. (羊+示=祥)
자세할 상(詳)자도 양(羊)을 제물로 바치고 신에게 말할(言) 때 숨기지 말고 말해야 한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羊+言=詳)

착할 선(善)자는 ‘제사를 마치고 양고기를 나눠 먹으면 성질이 착해진다.’에서 유래했다. (羊+口=善)

양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무리지어 생활을 하는데 이에 유래한 한자가 무리 군(群)자이다. (羊+君=群)

양은 속이거나 해치지 않아 의로움을 상징하며(羊+我=義), 가축으로 소중한 식량자원을 상징한다. (羊+食=養)

이렇게 양은 특별히 제사와 관련하여 쓰임을 받은 동물이다.


양이 인류와 함께 가축으로 살아온 역사가 오래 되었지만 특별히 제사에 쓰임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양은 넓은 평원지대에 방목하여 쉽게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사막화가 일어나기 전 아시아 , 유럽 평원지대에 가장 흔한 것은 양떼였다. 중국 야시장에는 양고기 꼬지를 안주 삼아 맥주를 즐기는 젊은이들은 아직도 많다.

다음으로 양은 평화, 넉넉함, 의로움과 희생정신의 상징이다.

넓은 초원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떼를 상상해봐라. 해질녘 양 무리를 끌고 가는 소년을 상상해봐라. 얼마나 넉넉하고 평화스럽지 아니한가?

또한 양은 가죽, 젓, 고기, 심지어 배설물까지 어느 하나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없다. (물론 초원을 황폐하게 만드는 원인 제공자이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양의 가장 큰 상징적 의미는 ‘희생의 상징’이다. 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물로 사용했다. 동양에는 양의 머리를, 기독교 구약시대는 살아있는 양을 통째로 구워 번제물로 사용된 것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양을 제물로 바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죄를 씻기 위함이다. 속죄양(贖罪羊)이 그것이다. 구약시대에 양은 희생 제물로 쓰였다. ‘피 흘리는 일 없이는 죄를 용서받지 못한다.’(히브리서)라고 믿었기 때문 하느님께 숫양을 제물로 바쳐야 했다. 이를 '속죄 제물'(민수기)이라고 한다. 인간의 죄는 숫양이 흘리는 피의 양만큼 용서받는다고 믿었다.

신약에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로 양을 비유한다. ‘양떼는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그를 뒤따라간다.’(요한복음)라고 하면서 예수를 선한 목자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놔두고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자세를 가르치기도 했다.

요한은 구세주이신 예수를 연약한 '어린양'(요한복음)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예수가 우리 죄를 사하기 위해 피 흘리는 희생제물로 되셨기 때문이다.


양은 아름다움, 상스러움, 선함, 무리 등을 뜻하는 글자에 사용되었다. 그렇지만 희생을 뜻하는 상징물로 더 많이 사용되었다. 진실로 간구한다면 수고와 희생을 바탕으로 할 때 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제례의 정신이다.

을미년 양의 해, 수고와 희생이 값지다는 것을 깨닫고 선한 기운이 가득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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