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사건에는 목숨을 구한 영웅들이 있었다.
이중 한명은 소방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이승선 씨다.
아침 일찍 간판 설치 일을 하는 이승선 씨는 승합차를 몰고 출근길에 나섰다. 9시 30분, 그리 멀지 않은 곳 아파트에 솟아오른 연기와 불길이 보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핸들을 돌려 화재현장으로 향했다. 불길이 타오르는 곳은 대봉그린 아파트, 아비규환의 화재현장에서 급히 내렸다.
몇 층인지 모르는 어느 곳에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있어요. 살려 주세요”
대피하지 못해 다급히 외치는 소리다. 그는 평소 가지고 다니는 30m 길이의 밧줄을 자동차에서 꺼냈다. 그리고 불이 활활 타오르는 건물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4층으로 올라간 그는 소리 지르는 3층 사람에게 줄을 내려 몸에 묶으라고 하였다.
“뛰어 내리세요.”
“무서워요.”
“나를 믿고 난간 위에서 뛰어 내려요. 살 수 있어요. 무서우면 눈을 감고 딱 10초만 세면 땅입니다.”
줄에 묶인 사람은 눈을 감고 이승선 씨의 말을 들었다. 한 생명이 땅위로 내려갔다. 그러자 내려오는 사람을 받으려고 몇몇이 다가왔다. 주변의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다음 사람도 줄에 묶여 이승선 씨의 팔에 매달려 목숨을 구했다. 세 사람을 팔의 힘으로 구한 그는 지쳐갔다. 히지만 6,7,8층에도 불길과 연기 때문 대피하지 못하고 창문에 머리를 내밀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옥상까지 올라갔다. 이윽고 옥상 난간에 밧줄을 묶고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난간으로 다시 줄을 내렸다.
같은 방법으로 그는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의 몸을 묶으라고 하여 차례로 내려 보냈다.
그는 지치고 손에 상처가 났지만 마지막 구조를 외치는 사람까지 생명줄을 던진 것이다. 끝까지 참으며 10명의 사람을 구조한 뒤 그는 몸조차 가눌 수 없었다.
그러나 불길과 연기는 이승선 씨가 있는 옥상까지 올라가고 그의 목숨은 경각에 이르렀다. 그때 소방 헬기가 왔다. 소방 헬기는 이승선 씨에게 다시 생명줄을 내렸다.
다음날 의정부 아비규환의 화재서 10명의 목숨을 구한 이승선 슈퍼맨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다.
이야기를 들은 한 독지가는 감동해서 성금 전달을 위해 이승선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숨을 내놓고 다른 사람을 구한 당신의 행동에 감명 받았습니다. 당신의 훌륭한 행동을 본받고 싶어 성금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승선 씨는 사양했다.
“칭찬 전화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당연한 일을 한 거요. 그 돈은 저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기를 바랍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나도 그 독지가를 만났어요. 그 독지가는 3,000만원이 되는 돈을 당신께 전달하려고 해요. 꽤 큰돈인데 사양 말고 받지요.”
이승선 씨가 대답했다.
“아니요. 난 3,000만원에 ‘0’을 하나 더 얹어준다고 해도 받을 생각 없어요.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돈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요.”
라고 덧붙였다.
이승선 씨 20년간 크레인을 타고 고층빌딩 간판 다는 일을 해오고 있는 시공업자다. 그는 부자도 아니고 돈도 넉넉하지 않다.
그런 그가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독지가의 성금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란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얻는 것이 가장 달콤하다는 말을 전해주려 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직업이란 자신에게 충실하고 남과 나눌 줄 아는 삶이라고 말해주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