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항에서 영덕 풍력발전단지까지

2015.03.11 09:03:00

카메라나 휴대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작가라고 할 만큼 사진이나 영상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멋진 사진과 영상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여행지를 떠돈 세월 때문인지 내가 여행 마니아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그들 중에는 멋진 사진이나 영상이 지천인데 ‘왜 돈 내버리고 고생하면서 여행을 다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내 여행은 설렘이 있어 늘 즐겁다’고 말해준다.

지인 부부가 40여년 근무하며 천직으로 알던 직장에서 2월 말 퇴직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두렵고 망설여진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퇴직 후의 생활을 여행처럼 설렘으로 맞이하면 얼마나 좋을까. 막 직장을 떠나 자유인이 된 지인 부부와 3월 2일부터 이틀간 포항 구룡포항에서 영덕 풍력발전단지까지 해안도로를 달리며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여행을 다녀왔다.


청주를 출발하여 첫 번째 들른 곳이 구룡포항 앞에 있는 근대문화역사거리다. 신라 진흥왕 때 지금의 용주리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바다가 구룡포다. 구룡포항은 동해안의 어업 전진기지로 수백 척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큰 항구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았던 구룡포항 앞에 100여 년 전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복원한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있다. 28동의 건물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본인거리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90년대 초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재현한 곳에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다.

근대문화역사거리 끝에 구룡포의 삶과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구룡포 근대역사관’이 있다. 역사관은 1920년대 구룡포의 큰손이었던 하시모토 진기치가 지은 일본식 목조가옥으로 1층과 2층으로 나눠진 각각의 전시실에 구룡포의 전설, 일본인들의 구룡포 정착과 생활모습, 구룡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등을 전시하고 있다. 몇 번 들렀던 곳이지만 휴관일(월요일)이라 내부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일본인 가옥거리의 언덕 위에 구룡포공원이 있다. 계단을 올라 공원에 서면 일제강점기 침탈의 흔적을 간직한 구룡포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원래 일본인이 세운 신사와 ‘도가와 야사브로 송덕비’가 있던 곳인데 나라를 되찾으며 신사를 부수고 송덕비에는 시멘트를 발라 내용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이곳에 순국선열을 기리는 ‘충혼탑’이 세워져 있고 최근에 용 9마리를 실감나게 표현한 조형물 ‘용의 승천-새빛 구룡포’를 설치했다.


구룡포항에서 열리고 있는 수산물 한마당 잔치를 구경하고 해안 길을 달려 호미곶으로 갔다. 호미곶(虎尾串)은 경북 포항시 남구의 영일만과 동해 사이에 바다 쪽으로 불쑥 튀어나간 반도 지형이다.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볼 때 이 지역이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여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는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칭송하였고, 육당 최남선은 일출제일의 조선10경으로 꼽았다. 면의 이름도 대보면에서 호미곶면으로 바꾸었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에 위치한 새천년기념관은 1층 ‘빛의 도시 포항속으로’ 전시실, 2층 포항바다화석박물관, 3층 영상세미나실, 옥탑에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어 고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포항이 걸어온 역사와 수만 년 전 바다에 살았던 생물체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휴관일이라 옥탑 전망대에 올라 탁 트인 동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본다는 계획까지 무산되었다.

육지와 바다에 하나씩 있는 상생의 손은 국가행사인 호미곶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로 새천년을 축하하며 희망찬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겨있다. 두 손은 상생. 성화대의 화반은 해, 두 개의 원형 고리는 화합을 의미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연오랑 세오녀상과 특수 제작한 가마솥도 이곳에 있다.


바닷물 속에 있는 상생의 손과 2016년 1월 1일 일출 때까지 거꾸로 가는 시계를 구경하고 바닷가로 가면 돌문어와 희망의 해돋이 조형물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높이 26.4m의 호미곶등대(경상북도기념물 제39호)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힌 등대로 대보등대, 장기갑등대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등대의 발달사와 각종 해운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이 바로 옆에 있다.


바닷가에 이름난 바위들이 많다. 해맞이광장을 나서 호미곶면 구만리 앞바다에 있는 독수리바위로 간다. 이 바위는 바다방향에서 바라봐야 제 모습이 나온다. 죽도시장으로 향하며 발산리 길가에서 장군바위를 만난다. 점심 먹으러 들른 입암리 바닷가에서 만난 바위는 안내판이 없어 피라미드바위라고 이름을 붙였다. 차창 밖으로 해를 맞이하는 바다 영일만(迎日灣)이 길게 펼쳐지고 포항을 대표하는 포스코의 높은 굴뚝들이 흰 연기를 내뿜는다.




북부해수욕장으로 불렸던 영일대해수욕장은 인근에서 백사장의 규모가 가장 크고 새해 첫날에는 해맞이객이 백사장을 가득 메우는 일출명소다. 숙소를 정한 후 해변을 걸으며 영일대해수욕장의 주변풍경을 구경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해상누각 영일대와 바닷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포스코, 길가의 각종 조형물들이 해수욕장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든다.

저녁시간에 맞춰 포항 최대 규모의 죽도시장으로 갔다. 시장을 기웃거리며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고래회를 맛본 후 회타운에 있는 백성회(054-246-5322)에서 맛있는 회를 안주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백성’을 상호로 사용하는 곳이 흔치 않은데 회가 맛있고 종업원들이 모두 친절했다.

맑은 날과 흐린 날 바닷물의 색이 다르듯 같은 곳이지만 낮과 밤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회를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불을 환하게 밝힌 상가와 포스코의 야경이 멋지다. 한참동안 영일대해수욕장을 걸으며 추억 만들기를 했다.


삼사해상공원은 종합 유원지로 해마다 해맞이행사가 열리는 해맞이의 명소다. 높이 9m의 인공폭포를 비롯하여, 조형물 '바다의 빛', 경상북도 개도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경북대종, 무게 200톤의 매화공작 꽃돌 천하제일화문석 등 볼거리가 많다.

바닷가로 산책길이 연결되고, 매해 도지사가 참여해 새해 1일 0시 타종식을 갖는 경북대종을 지나면 어촌 지역의 전통문화와 민속을 주제로 조성한 영덕어촌민속전시관이 나타나고 삼사해상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가수 태진아의 친동생으로 KBS 인간극장에 소개되었던 조방원씨가 관광객들과 흥을 돋우는 건어물가게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공원 아래편 공연장에 편히 앉아 각종 공연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강구항에서 해맞이공원까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영화 속 한 장면을 만드는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바닷가를 따라 20번 지방도인 영덕대게로를 달리면 대게를 파는 가게들을 연달아 만난다. 바닷가에 위치한 해맞이공원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해변공원으로 해돋이를 관람할 수 있는 전망대, 파고라벤치, 바닷가로 이어진 산책로, 야생화정원 등이 있어 쉼터로 좋다. 영덕하면 대게를 먼저 떠올리듯 대게의 집게발이 등대를 휘감은 모습이 인상적인 창포말등대(대게등대)가 해맞이공원에 있다.


해맞이공원으로 가다보면 산위 언덕에 풍력발전기가 많이 있다. 이곳이 해안을 끼고 있어 사계절 바람이 많은 영덕읍 창포리에 건설한 영덕풍력발전단지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 향기음식관, 해맞이예술관 등의 시설을 갖춘 발전단지에서 영덕군민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발전한다.

발전기는 높이 약 80m에 한쪽 날개 길이가 41m에 이른다. 여러 개의 발전기들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고 바람이 센 날은 발전기의 큰 날개가 돌아가며 내는 이색적인 소리가 관광객의 발길을 붙든다. 바람개비 동산 등 풍력발전단지 안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와 내륙 방향을 다 조망할 수 있다.

선주인 주인이 직접 잡아온 대게를 집에서 쪄주는 경정3리의 대경수산(054-733-8285)에 들러 영덕대게를 맛있게 먹고 비가 내리는 빗길을 달려 집으로 향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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