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지인 부부와 강원도 동쪽에 위치한 봉평의 허브나라농원과 이효석 문학관, 주문진의 아들바위공원에 다녀왔다. 차가 막히는 여름휴가 기간인데다 영서지방과 영동지방을 하루에 돌아보는 여행이라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다.
7시 30분 청주 용암동에서 자가용 한 대로 출발해 중부고속도로와 평택제천고속도로를 달렸다. 아침을 먹으려고 들른 금왕휴게소에서 치악산으로 산행 가는 산악회원들을 만났다.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의 상행선에서 평택제천고속도로로 영동고속도로의 상습 지정체 구간을 우회할 수 있어 강원도 여행길이 편해졌다. 영동고속도로 면온IC를 빠져나가 휘닉스파크와 평창무이예술관을 지나면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맑은 물이 흐르는 흥정계곡을 만난다.
흥정계곡은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에서 용평면 백옥포리까지 이어지는 계곡으로 송어, 산천어 등이 서식할 만큼 물이 맑은 곳이다. 흥정계곡 중 가장 깊고 물 흐름이 세다는 구유소까지 계곡 주변에 늘어선 펜션과 물놀이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계곡물이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장관인 구유소 옆에 허브 전문식물원으로 이름난 허브나라농원(http://herbnara.com)이 자리하고 있다. 1993년 흥정계곡에 문을 연 허브나라농원은 1만여 평의 밭에 100여종의 허브를 재배하고 있는 자연생태관광지이다. 허브나라농원의 주차장은 구유소 가기 전 왼쪽 길가에 있고 관람은 입장권 구입 후 흥정계곡의 기다란 물줄기를 구경하며 청향교(淸香橋)를 건너야 시작된다.
허브나라농원(033-335-2902)은 아름다운 자연과 허브향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누구나 가볍게 돌아보며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가족 휴양지이다. 농원에서 가꾸고 있는 갖가지 허브를 팔레트가든, 유리온실, 셰익스피어가든, 코티지가든, 락가든, 나비가든, 중세가든 등 13개의 테마공원에 관람객들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관람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배치하였다.
허브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허브차를 즐길 수 있는 찻집, 허브로 만든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전시실도 있다. 농원 내에 먹거리가 골고루 갖춰져 있지만 아기자기한 쉼터가 많아 본인이 음료수 등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하면 오랜 시간 허브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봉평에 왔으면 당연히 들러야하는 곳이 이효석 문학관(http://www.hyoseok.org)이다. 허브나라농원에서 6㎞ 거리의 이효석 문학관으로 가며 흥정계곡과 봉평면소재지를 지난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고구마와 함께 구황작물로 많이 심었던 농작물이 메밀이다. 봉평면에는 메밀막국수, 메밀전병, 메밀부침 등 메밀로 만든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많다. 흥정천을 가로지른 남안교를 건너 물가에 있는 거기막국수(033-334-3002)에서 메밀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효석 문학관(033-330-2700)은 이효석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창동리 주차장 뒤편의 낮은 언덕 위에 있다. 메밀꽃이 산자락을 하얗게 물들이면 그제야 가을 문턱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낀다는 곳이 봉평이다. 봉평면은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자 작가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문학관은 이효석의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볼 수 있는 문학전시실을 비롯하여 문학교실과 학예연구실이 있고, 훈장과 잡지 등 귀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입구의 전망대에서 물레방앗간과 봉평면소재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문학 정원, 메밀 꽃길, 오솔길이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문학관 서쪽의 이효석 생가는 이효석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원래의 생가가 매매와 개량에 의해 본래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지역 원로들의 고증을 토대로 600여m 아래쪽에 초가집으로 다시 조성하였다.
2015 평창 “메밀꽃 필 무렵” 효석문화제가 열리는 기간(9.4~9.14)에 찾아가면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봉평에서 장터를 떠돌던 장돌뱅이 허생원, 조선달, 동이 그리고 동이의 어머니이자 허생원과 하룻밤 인연을 맺은 성서방네 처녀의 고단한 삶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효석 생가에서 나와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달리면 80여㎞ 거리에 아들바위공원이 있다. 주문진항에서 북쪽으로 2㎞ 거리에 위치한 아들바위공원은 바닷가에서 소돌해변, 주문진해변, 향호해변과 이웃하고 있는 이색 여행지이다.
아들바위공원이 위치한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이 소처럼 생겼다하여 소돌(牛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소돌의 상징인 아들바위(소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데 크고 각진 바위의 모양이 힘이 센 수소를 닮았다.
옛날 노부부가 이 바위 앞에서 백일기도하여 아들을 얻은 후 자식이 없는 부부들이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하는 바위로 알려져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기도에 의해 태어나는 아기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 동자상은 아들바위 앞 물속에 있어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 아들바위, 코끼리바위 등 바람과 파도에 깎여 절묘하게 생긴 기암괴석들이 가득한데 그 모습이 쥬라기 공원에 온 듯 신비스럽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다리로 연결해 바위를 건너다니며 공원과 바닷가의 풍경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공원 바닥에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와 물이 빠져나갔을 때의 느낌도 다르다.
공원 입구의 조형물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1960년대 가요계를 풍미하다 요절한 가수 배호의 히트곡 '파도'가 바닷가에 울려 퍼진다. 여행지에서 돈 500원 아까워할 사람 없다.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곳에 들를 때마다 왜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 하는지,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등을 안내하는 문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원한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오가는 배들을 바라보며 먹는 회 맛이 최고다. 주문진항이나 식당가 뒤편의 소돌항에 가면 바다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아들바위공원에서 바닷바람과 함께 자유를 누리다 해가 넘어갈 무렵 청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