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의 시작과 끝은 '孝'

2015.10.06 09:50:00

"인(仁)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 지혜란 사람을 아는 것" - 공자

이이는 16세 때 신사임당이 별세한 후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스승과 같았던 어머니를 잃은 충격이 너무 커서 출가하기도 했다. 1년 동안 승려 생활을 하다 큰 깨달음을 얻어 세상으로 돌아온다. 지극한 효를 실천하던 율곡에게 어머니는 세상의 전부나 마찬가지였기에, 깊은 슬픔과 절망으로부터 삶의 깨달음을 얻어 진리에 가까이 다가서게 했던 것이리라.

“오호라, 생명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 진리는 유교나 불교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유가에서는 온갖 설명으로 그 道를 밝히려 하고, 불가는 말없이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율곡의 사상은 서경덕이 깨달은 氣의 사상 “氣는 우주의 원소이며 그 근본으로 항상 변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한다.” 와도 닮았다.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우주의 원리와 성리학의 근원에 더 깊이 다가섰으니, 신사임당은 죽어서도 자식을 깨달음에 이르게 한 훌륭한 어머니임에 분명하다. 그러므로 율곡 이이의 위대한 사상의 출발점은 孝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어버이를 섬기는 일이 仁의 출발점임을 몸소 실천한 聖人이다.

금강산 수도 후 얻은 깨달음으로 자경문 11조를 지어 스스로를 닦는 지표로 삼아 실천했으며 후대의 모범으로 남았다. 仁을 실천한 대유학자 이이는 부모를 사랑하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으며 후학들을 염려하며 사람을 아는 지혜를 보여주며 49세의 나이로 아까운 삶을 마쳤다.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전란의 고통으로부터 나라와 백성들을 구해 주었으리라.

율곡 이이의 자경문 11조

1. 뜻을 크게 품어 성인에 이르기까지 노력하라.
2. 마음의 안정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3. 무엇이든 지나친 집착을 버려라.
4. 홀로 있을 때도 잡념과 삿된 생각을 하지 않는다.

5. 글을 읽는 까닭은 옳고 그름을 분간하여 일에 적용하기 위함이다.
6. 부귀영화나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이익을 탐하는 것이다.
7. 하야 할 일은 정성을 다해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완전히 끊어라.
8. 무고와 불의로 이익을 구하여서는 안 된다.

9.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돌아봐야 하고, 한집안 사람들이 착하게 되지 않는 것은
  나의 성의가 부족함을 돌아보아야 한다.
10.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눕지 않아야 한다.
11. 빠른 성취나 성공을 바라는 것도 이익을 탐하는 것이다.

그가 남긴 자경문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한 ‘인생의 자경문’으로 삼아도 좋을 훌륭한 가르침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퇴계학’의 중심지로 떠 오른 우리나라는 이제 동양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이는 곳이 될 만큼 인문학의 성지다. 우리 것의 위대함, 그것도 생각의 바탕인 사상의 중요성은 통섭의 시대에 더욱 절실해졌다. 유학의 시작은 중국이었으나 그 완성은 조선에 있으니, 이를 가꾸고 발전시킬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어버이를 잘 섬기는 것이 인(仁)이다. (親親仁也) 부모를 사랑한 뒤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 뒤에 만물을 사랑한다. -맹자

인성교육의 시작은 孝여야 한다. 외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효의 가치를 다시 살려내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그 가치를 몸으로 보여준 위대한 선각자들을 많이 가진 행복한 나라다. 정신보다 물질을 숭배하기 시작하면서 멍들기 시작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을 현대에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그것은 바로 孝 사상이다. 우리 아이들이 패륜 범죄가 연일 보도되는 슬픈 모습을 더 이상 보게 해서는 안 된다.

인성교육의 시작과 끝은 ‘孝’ 한 글자만으로도 충분하다. 효를 강조하고 가르치는 일이 진부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하기 힘든 일이 효도다. 제 어버이를 소홀히 하는 세상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이해하라고 가르치는 일은 순서도 맞지 않다. 효를 가르치자. 가정과 학교에서 효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정책적으로 밀어주자.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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