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송별하며

2015.11.04 09:13:00

2015년을 맞이한 충격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11월이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는 것으로 보아 곧 겨울이 닥칠 모양이다. 문득 달력을 바라본다. 열두 개의 달력 중 겨우 두 장만이 남아 바람에 펄럭인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요즘이다.

머잖아 여기저기에서 송년회가 시작될 것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서 갑자기 송년회에 빠지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다. 바빠서가 아니라 벌써 사고나 병으로 이승을 달리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이 되면 또 얼마의 친구들이 불참명단에 오르게 될지 걱정이 된다.

요즘 들어 날이 갈수록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지역에서도 아침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승용차에 탔던 주부 세 명이 현장에서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삶을 살다 보니 아침에 집을 나서 저녁에 무사히 퇴근한다는 보장이 없다. 어쩌면 아침 출근길이 생의 마직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아닐 것이라고 애써 부정하고 살아갈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가치는 무엇일까. 많은 부와 권력? 또는 명예일까?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찾는 것은 이런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911 테러 당시 무너져가는 세계무역센터 110층 건물에 갇힌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에게 보낸 문자는 바로 ‘사랑한다.’였다. 추락하는 여객기에서 애인한테 보내는 문자도 ‘사랑해’라는 단 한 마디였다. 내 재산, 내 부동산을 외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이유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아끼기 위해서란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일 내가 오늘 사고로 죽어서 내 장례식장에 온 조문객들은 과연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저 친구 평생 돈밖에 모르더니만 한 푼도 못쓰고 죽었군. 쯧쯧. 남에게 베풀 줄도 모르던 욕심쟁이 스쿠르지영감 같았지. 아니면 그 친구 이렇게 가기엔 참 아까운 인물이야. 그래, 맞아. 멋지게 살다갔군. 체면이 아니라 내실을 채우며 남을 위해 착한 일을 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다 떠난 인물이지.

이 중에서 나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찰나 같은 인생. 남에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부와 권력을 움켜쥐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직장 동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미소를 한번 더 지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옛 말에 내일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오늘을 대충대충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또 내일이 되면 또 내일로 미루고. 그러다 결국 허무하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만다니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하여 오늘이 바로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지금 당장 우리 곁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김동수 교사/수필가/여행작가/시민기자/EBS Q&A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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