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의 첫걸음은 ‘돈’부터 알기
돈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생활 속에서 건전한 소비습관과 경제관념을 가르쳐야 하는 시대이다. 가정에서의 소비 생활, 금전 관리, 정리 정돈 등에 대한 습관과 태도는 성인이 되어 감당해야 할 직업 및 경제 활동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필수요소이므로 공부 못지 않게 중요하다. 경제교육은 학생들이 부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써야 할 곳에 잘 쓰는 습관이 중요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사회생활을 하라는 의미가 있다.
체험을 통한 경제교육의 장소로 화폐박물관은 더없이 좋은 곳.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조폐공사에 있는 이 박물관은 1988년에 설립된 이래 연중 14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관람객이 많다. 뛰어난 조형미와 우아한 건축미를 갖춘 박물관 앞마당의 압사기(screw press)와 코인트리(coin tree) 조형물은 이곳이 화폐 역사의 메카임을 잘 말해준다. 3개의 전시실에는 우리 나라 화폐제조 역사와 국내외 화폐의 사료와 연혁, 전시물인 주화류, 지폐류, 우표류, 메달류, 압인기 등 10만여 점에 이르는 화폐 관련 자료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동전·지폐 등 화폐의 역사 더듬기
제1전시실 중앙부에는 조선시대 금화, 은화, 적(赤)동화를 찍어내던 압인기가 크게 자리잡고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오른편으로 조선시대 후기 주전소에서 주물사(鑄物沙)에 의한 방법으로 엽전을 만들던 모습을 축소 모형으로 재현한 것이 있다. 거푸집에 쇳물을 붓고, 풀무질하고, 완성된 엽전을 정리하고, 무집의 엽전을 떼어내는 등의 모습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의 많은 시간을 빼앗는다. 화폐 이전의 물품화폐인 패화와 어폐에다가 고대의 금속화폐인 포전, 도전, 진 반양화 등을 구경하고, 그리스 화폐와 로마 화폐 등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나라 최초의 화폐인 고려 성종 때의 건원중보(乾元重寶)를 비롯해 조선 고종 때의 대동은전(大東銀錢)과 대원군이 경복궁 증축을 목적으로 발행한 당백전(當百錢) 등 교과서에 나오는 주화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주화제조공정을 눈으로 보면서 설명까지 받을 수 있게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제2전시실에는 은행권과 제지제품, 그리고 인쇄기계와 초지기계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구한말 우리 나라에서 임시로 사용한 일본 제일은행권을 비롯해 최근의 한국은행권과 은행권 제조공정을 볼 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경남 창원 반송 초등학교 김단홍, 단비 자매는 체험기록장에 깨알같은 글씨로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적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돈이잖아요.
[PAGE BREAK]아이들에게 돈의 소중함을 말로만 깨우치기보다는 직접 관찰하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 는 이들의 아버지는 “화폐 제조 과정이 이렇게 복잡한 줄 몰랐다. 이제부터는 돈을 깨끗이 쓰도록 가르치고 용돈기록장을 기록하여 돈을 제대로 쓸 수 있게 지도할 생각”이라고 했다.
제3전시실에는 국내외 우표와 훈장, 메달 등 조폐공사에서 제조한 제품과, 진귀한 외국 화폐 및 100여 개 나라의 현용 화폐들이 전시되어 있다. 멀티 슬라이드를 통하여 화폐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실도 마련되어 있다.
스마트 키즈의 첫걸음을 이곳에서
“돈의 제조과정을 직접 봄으로써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작은 돈도 귀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최한규 박물관 홍보부 과장은 말하며 “박물관 견학에 앞서 화폐에 관한 상식을 미리 정리해서 공부하고 오는 것이 관람시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화폐박물관 홈페이지(www.komsep.com/museum/)에서 전시물을 미리 읽고 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란다.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돈’의 소중함을 깨침으로써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건전한 생활인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경제교육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스마트 머니, 스마트 키즈’란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제생활 관련 책이 있듯이 돈 쓸 줄 아는 아이, 즉 스마트 키즈(smart kids)를 키우는 첫걸음을 화폐박물관에서 내딛어보자.<신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