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e-러닝 모델 개발하자

2006.08.01 09:00:00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형 e-러닝 정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의 e-러닝 정책들은 의도한 나름의 성과와 결실을 보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여전히 주입식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원격교육의 역사가 긴 미국, 호주, 캐나다나 e-러닝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영국, 싱가포르, 중국 등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e-러닝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서정희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e-러닝혁신팀 선임연구원


싱가포르의 징민(Xinmin) 중등학교의 선생님들은 e-러닝을 이용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하고 관리한다. 또한 학생들은 e-러닝을 통하여 학습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자율 학습을 할 수 있다. 이 학교에서는 ‘Xinmin Online’(www.xinminss. moe.edu.sg:1285/)에 학습자 콘텐츠 관리 시스템 ( LCMS)을 통합하여 선생님들이 다양한 교수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게 지원해주며 학생들의 학습과 성취도에 대해 보다 향상된 모니터가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Online Writing Studio’는 자율 학습을 촉진하고 쓰기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효율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中 전자포트폴리오로 학습자 관리
중국 동부지역은 PC와 인터넷 보급률이 80% 정도에 달하는 우수한 인프라 시설을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의 교육정보화를 질적으로 발전·도약시키기 위하여 ‘중국동부지역 교육정보화 지역적 전면 추진프로젝트’를 추진하였고, 이에 따라 7개 성시(省市)의 500여 개 초·중등학교에서 교수·학습 현장에 e-러닝을 도입하고 있다. 여기서 적용되는 e-러닝 시스템에서 교사는 교수·학습유형, 교수설계유형 등을 선택하여 자신이 원하는 교수·학습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교수·학습 콘텐츠도 교사 스스로 만들어서 탑재하거나, 학교 내 자원센터 시스템을 활용하여 다른 교사의 소프트웨어나 교수·학습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교사가 학습자의 학습을 관리하기 편하도록 학습추적 기록, 학생성장 기록, 학습진도 추적, 전자포토폴리오 등의 기능을 제공하여 교사가 시스템을 활용하여 학습자의 학습을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학부모 모드와 교사 및 학생 블로그를 통하여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상호작용을 지원하며 학습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학습자들은 또한 과외학습모드에 접속하여 본교 교사나 학생, 다른 학교 교사나 학생의 교수·학습자원을 활용하여 시간이나 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교사와 학습자들은 이메일, BBS, 실시간 채팅 등 방식을 통하여 상호작용을 진행하며 상호작용유형은 일대일, 일대다, 다대다 등 방식을 활용한다.

뉴질랜드, 과목별 특성에 맞는 웹 개발
뉴질랜드 Te Kete Ipurangi(TKI, www.tki. org.nz) 온라인 러닝 센터는 1999년 8월에 교육부의 핵심 웹사이트로 구축되었다. TKI는 읽기교육, 수리교육, ICT와 같은 7가지 주요 학습분야 및 교육과정 간 분야에 대하여 방대한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협력 프로젝트를 비롯한 관심분야 및 그룹에 따른 커뮤니티를 위한 토론그룹, 포럼을 제공하여 의사소통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TKI는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품질관리를 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10개 교과에 대한 교육내용을 제공하는데 이들은 다양한 매체형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교과에 일정한 플랫폼을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즉각 주제나 과목의 특징에 맞게 화면구성부터 메뉴들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이는 한 편으로는 조금 복잡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과목별 특성에 맞는 웹 개발이라는 의미가 있다. TKI의 모든 학습내용은 기본적으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인 ‘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 (NCEA)’ 취득에 모자람이 없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으므로 학과별, 주제별, 학습 목표별로 다양하게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

인터넷상에 가상 공립고교 세운 미국
미국의 Branson School Online(www.bra nsonschoolonline.com)은 주 정부 지원하에 정보격차를 줄여보려는 차원에서 시행되었으며, 시골 지역의 가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학생들에게 랩톱 컴퓨터(lap top computer : 노트북)를 제공하여 온라인 수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초·중등 과목을 중심으로 하며 수강생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플로리다 가상 고등학교(www. flvs.net)는 1997년에 세워진 플로리다 최초의 인터넷 기반 공립학교이며 국가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e-러닝 서비스 모델이다.

2000년에 플로리다 주법에 의해 이 학교는 독립된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았고 현재 6~12 학년과정과 고등학교 검정과정(GED)을 제공하고 있다. 플로리다 전체 67개 학군에 있는 많은 학생이 보충학습이나 대체수업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플로리다 가상고등학교의 기본적인 코스개발은 교사가 워드나 드림위버를 사용해서 하고 이를 개발자, 교수설계자, 교육과정 전문가들의 협조로 완성하여 웹에 탑재한다. 코스의 질 관리를 위해서는 개발 및 전달 단계에서 체크리스트로 내부 및 외부 평가를 실시하며, 코스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학생들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코스의 효과와 상호작용을 평가하기도 한다.

위에서 살펴본 내용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초·중등교육 영역에서의 e-러닝 사례들이다. 이처럼 e-러닝은 교육의 기회와 장소의 확장을 기본으로 e-러닝을 활용한 교육혁신의 추구, 학교와 지역 간 네트워크화, 소외계층 지원, 교원의 ICT 활용 능력 강화 등의 목표 아래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단순 지식습득’ 비난받는 e-러닝
특히, 인프라 측면에서 세계 톱 수준이며 e-러닝 준비도에서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정부 주도형의 e-러닝 정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4년 EBS 수능서비스와 사이버 가정학습체제 사업 등이 공교육 내실화와 사교육비 절감 등 국내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출구로 인식되어 강력한 의지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의도한 나름의 성과와 결실을 보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보다 더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의 초·중등 중심의 e-러닝이 ‘단순 지식의 습득’이나 ‘기술전수’ 혹은 ‘단순 기기의 활용’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현재의 e-러닝 시스템이 학습자의 요구와 필요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핵심 능력 함양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있다면 그 결과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등이 있다.

e-러닝은 도입 당시 교실수업이 가지고 있던 교사 위주의 일방전달식 수업, 토론의 부재, 협동학습의 불가 등을 극복하고, 학생이 주도하고, 토론하고 협동하며, 직접 정보를 찾아서 배우는 학습 문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많은 e-러닝 과정들은 학습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단순 지식의 전달과 주입식 수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학습효과 여부도 아직 연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e-러닝이 학생들에게 양질의 수업 콘텐츠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여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도, 24시간 학교 교사로부터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이버가정학습의 이용 학생 비율도 만족스럽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원격교육의 역사가 긴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의 해외 사례나 e-러닝을 유용한 교육 혁신의 도구로 보고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영국, 싱가포르, 중국 등의 e-러닝 사례는 우리나라 e-러닝 발전과 활성화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여기서는 2005년 하반기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수행한 ‘해외 e-러닝 실태 조사 분석 연구 : 초·중등교육 중심’ 연구를 통해 도출한 국내 초·중등교육 e-러닝의 효과적 운영과 활성화를 위한 시사점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e-러닝 통합 학습관리시스템 필요

첫째, 정보화 인프라 구축과 환경자원에 대한 시사점으로는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는 것보다는 개선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e-러닝으로의 활용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또한 정확한 사회적 맥락 및 요구를 고려한 e-러닝을 실시하고, 교육정보화 격차 감소를 위한 e-러닝 인프라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e-러닝 예산 배정의 다각화, 운영 조직의 책임 있는 역할 배분을 통한 지역 간 차이 조율, 특화된 e-러닝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오프라인 교육과의 연계성 강화, 국가차원의 장·단기적 e-러닝 전략에 근거한 구체적인 사업 추진 등이 필요하다.

둘째, e-러닝을 활용한 초·중등 교수·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학습자원은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의 공유와 통합된 학습관리시스템(LMS)이 필요하다. 통합된 학습관리체제는 분산적인 콘텐츠 개발과 활용, e-러닝 서비스를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저가 된다. 또한 기준에 의한 콘텐츠 개발 방법 마련, 상호작용 대상의 확대와 면대면 학습 효과를 겸비한 상호작용 전략의 개발과 활용, 저학년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학부모 또는 지원 인력의 활용, 질 관리를 위한 다양한 연구 방법의 개발 등이다.

셋째, 인적자원에 대한 시사점은 e-러닝 교사의 연수 강조 및 처우 개선, 사이버 튜터에 대한 명확한 역할 구분 및 활용, 학부모의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 부여 등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과 함께 교사양성과정과 교직연수 등 e-러닝을 위한 인력양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넷째, e-러닝의 확산에 대한 시사점은 적절한 e-러닝 홍보 전략 사용, 학부모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 정부 지원 혹은 정부 주도적 품질관리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 제시 등이 필요하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e-러닝에 대한 인식변화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사이버 가정학습체제를 확대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학교 행정가들의 인식이 중요하며, 현직교사를 사이버교사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적은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는 e-러닝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e-러닝의 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해외의 사례들로부터의 시사점을 참조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문화에 적절한 e-러닝 모델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e-러닝은 궁극적으로 ‘학습자의 성공적인 학습’이라는 교육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장단기적인 정책과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 및 지원 체제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현재 사이버 가정학습체제에서 사용되고 있는 학습관리시스템을 ‘학습자’를 위한 ‘학습’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즉 이 시스템에서는 학생들에게 학교교육만으로는 부족한 고등사고력을 키우는 과제를 제공하고, 협동력과 리더십을 키울 학습기회와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이해 정도를 체크할 수 있는 온라인 평가시스템을 제공해줌으로써 스스로의 학습을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e-포트폴리오(전자 형태의 학습 포토폴리오)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학습 과정을 관리하고 성찰할 수 있는 유용한 e-러닝 도구이자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한국의 e-러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한국형 e-러닝을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새교육 hangy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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