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에서 벗어나 새 희망을 보다

2006.12.01 09:00:00

최수룡 | 대전 버드내초 교사

누구든지 사는 것이 평탄치는 않겠지만 올해에는 유난히도 정신적 고통을 무척 많이 받아 힘들었다. 직장생활에서 승진포기라는 절망은 하루하루가 목적의식 없이 무의미한 생활을 하게 했다. 나 스스로 다른 사람보다 무능하다는 생각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러다 보니 주위의 모든 분들과 연락을 끊게 되었고, 모든 모임에 의도적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꼭꼭 마음을 가두어 속내를 감추고 살아가는 생활이었다.

계속되는 이런 생활은 필자로 하여금 생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했고, ‘못난이’라고 자학을 하게 되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학교에 출근해 학생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교재연구를 대충 하다가 퇴근하여, 저녁에 TV 드라마를 몇 편 보다가 지쳤을 때 잠을 자는 것의 연속이었다. 학교행사에서도 꼭 필요할때 외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직장동료 간에도 될 수 있으면 어울리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여서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었다. 이를 본 아내는 정신 좀 차리고 함께 산행이나 산책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아 항상 핑계를 대고 회피하였다. 번민으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여 약을 먹어야만 잠을 자게 되었으니 병에 걸려도 크게 걸린 것이었다.

이 병은 몇 년 전부터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1년에 두 번 치르는데, 3월 초와 9월 초 인사이동 시기다. 승진이나 영전을 하는 사람의 명단이 발표되면, 동료나 선후배 선생님들의 승진이나 영전에 대한 축하인사가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축하 인사를 하면 선생님 같은 분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먼저 하게 되어 미안하다는 인사말이 이제는 해가 거듭 될수록 나 자신의 부끄러움으로 다가오기에 전화하기도, 하지 않기도 거북한 갈등으로 몸살을 치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번민의 시간이 한 두어 달 이상 거치게 되기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3월 초에 대전시교육청에서 가진 교육혁신위원회의 승진규정 공청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제 토론자 발표 후 참관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잘못된 승진규정과 수석교사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를 하게 됐는데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 내용이 한국교육신문 1면에 대서특필 돼 갑자기 전국의 교원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켜 전국에서 격려 전화와 동감하는 분들의 이메일 등으로 신문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선생님들의 격려 메시지와 전화는 필자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 후 필자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삶에서 희망을 갖는 것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문단에도 등단하여 수필가로 신인상을 받게 되었고, 7월부터 한교닷컴 e-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연 3회 베스트 리포터로 선정되었다. 필자의 글을 보고 인터넷 카페, 기업체 홈페이지, 종교단체 등에서도 청탁이 쏟아졌다. 글을 읽고 무명의 독자들이 보내주는 댓글은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찾게 하였다. 오로지 승진을 위한 삶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승진을 하지 않더라도 더불어 살면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음을 깨달은 것이다.

2006년에 우연히 필자에게 다가온 행복의 미소는 일생에서 가장 멋진 삶의 이정표가 되었다. 필자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글쓰기를 하면서 즐겁게 사는 방법을 깨닫게 해준 2006년은 더욱 잊지 못한다. 노랑과 빨강의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다운 이 가을에 아직도 승진에 얽매어서 헤어나지 못하였다면 지금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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