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는 혁신이 아닌 ‘혁신할 수 있는 교육체제’가 필요

2014.08.01 09:00:00

‘혁신학교’가 화두에 올랐다.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인성을 강조하는 정책에는 찬성하지만 교육은 이념적 접근이 돼서는 안 된다. 인성도 중요하지만, 학력도 중요하다. 이념에 맞는 혁신학교만 지원하고, 일반고는 외면하는 정책은 학부모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교육의 혁신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혁신이어야 한다.


중학생 때의 일이다. 중학교 입시가 사라지고 학군별로 추첨에 의해서 학교가 배정되던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던 터라, 가고 싶은 학교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학생들을 한 반에 모아놓은 교실 안 사정은 엉망이었다. 교과서 읽는 것조차 문제가 있는 친구,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노는 것에 더 열심인 친구….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하면서 ‘문제 하나 틀리면 체벌이 가해지는’ 교실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나마 과외라도 하는 학생들은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이도 저도 아닌 학생들은 학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학교와 학부모들 간의 소통도 없었다. 한 학부모는 자기 아들이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고는 졸업식장에서 소란을 피운 일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동의할 수 없는 교육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을까? 대학에서 20여 년 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복잡한 입시제도와 평준화 교육으로 학생들의 학력이 나아졌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또한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첫애와 둘째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과거 내가 다니던 교실 속 풍경과 달라진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학교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점점 무너졌고, 이로 인해 사교육에 매달리게 되면서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났다. 대학 입시제도 또한 너무 복잡해져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무 것도 없었다. 게다가 학교교육은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함에도, 자기 소개서와 논술 시험 등으로 대학 입시를 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창의·인성을 강조하려면 대학 입시만 바꿀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 더 나아가 학교교육이 더 다양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행복·자존감·신뢰를 주는 학교
유학시절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새플리 교수에게 배울 기회가 있었다. 저명한 학자였지만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식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던 새플리 교수는 명문 사립 기숙학교에서 고등교육을 받았다. 학교는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며, 학생 대 교사의 비율은 5대 1정도이다. 교육은 토론식으로 이루어지고,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학생에겐 행복을, 교사에겐 자존감을, 학부모에겐 신뢰를 주는 학교’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새플리 교수와 같은 노벨상 수상 학자가 배출되기를 기대하면서 이 학교의 특징을 살펴보려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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