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튼 하나에 1℃” 체험형 나눔교육으로 온정의 불 지피다

2014.10.01 09:00:00

‘사랑의 온도계’에 불이 들어온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빨간 돼지저금통 앞 버튼을 누르면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사랑의 온도가 쑥쑥, 아이들의 인성도 쑥쑥 자란다. 사랑의 열매로 우리 사회에 온기를 전해온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아이들에게 나눔 문화를 전파하는 비법이다.



사진 | 이맹호 객원기자


자밀라(9세)는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에 산다. 아픈 식구들을 보살피기 위해 매일 사막을 가로질러 물을 길어오는 자밀라. 그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과 음향으로 아이들이 커다란 터치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잠시 후 화면 옆 빨간 돼지저금통에서 ‘사랑의 코인’이 발급된다. 코인을 사랑의 열매 모금함에 넣자 스크린 한가득 하트가 채워지면서 마법이 시작된다. 구호물자를 담은 비행기가 아프리카를 향해 출발하고, 자밀라는 친구들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자밀라가 웃으며 말한다. “친구들아, 고마워!”
‘가상 나눔 체험’은 나눔문화관에 견학 온 유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코인을 직접 모금함에 넣고 이를 통해 이웃의 고민이 해결되는 것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나눔의 효과성을 가시화했다.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준석이에게 휠체어 선물하기, 베트남에서 시집 온 흐엉을 위해 베트남 도서 기부하기 등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예를 다양화해 프로그램의 내러티브를 강화한 것도 인기비결이다.




버튼 누르고, 동전 넣고… 효과성 높이는 ‘체험형’ 나눔교육

“나눔은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경험이 평생 나눔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장보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 연구센터장은 나눔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학생들에게 나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설립한 어린이 나눔문화관을 지난 2010년 ‘체험형’으로 새단장한 이유다. 기존 견학 프로그램은 모금함과 사랑의 열매 변천사, 기부자 현황 등을 둘러보는 ‘관람형’이었다. 이에 반해 새로 도입한 ‘체험형’ 프로그램은 버튼을 누르고, 사진을 찍고, 동전을 넣어보는 등 직접 나눔을 실천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장 센터장은 “유아기의 기억은 평생 간다는 말처럼 어린 시절 나눔을 실천에 옮긴 경험이 인성 함양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나눔교육 견학 프로그램이 기부문화 전파나 유아교육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나눔문화관은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리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상 또한 초·중·고 학생들로 다양하다. ‘시각 장애인 체험’과 ‘교통약자 체험’은 학생들이 직접 장애를 체험해 보고,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안대를 쓰고 흰 지팡이를 손에 든 채로 친구의 도움을 받아 걸어보고, 직접 휠체어에 앉아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현진 양(경기 함현중 2학년)은 “다리가 불편한 분들이 휠체어를 타면서 팔까지 아파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로 눈을 가린 친구 옆에서 길 안내를 해보며 시각 장애인을 돕는 올바른 방법을 익힌 최현웅 군(함현중 3학년)은 호의를 베푸는 데도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흰 지팡이를 든 반대편으로 다가가 제 팔꿈치를 잡도록 시각 장애인을 안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팔짱을 끼게 하거나 손을 잡고 가다가 같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나눔 문화 확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
장 센터장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며 “이를 불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나눔교육센터는 영남·호남지역에서 4~6세 유아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찾아가는 나눔교육’을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찾아가는 나눔교육’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나눔교육 지도자가 파견되어 그림카드, 손인형 등 교구를 활용해 나눔 문화를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던 것을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로 대상을 늘렸다. 유아 총 3회기, 초등 총 8회기로 교육의 지속성을 고려한 프로그램 구성도 눈길을 끈다.

수도권 ‘찾아가는 나눔교육’은 올해 시범운영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전개에 돌입한다. 또한 나눔교육센터는 이달 전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제2회 나눔공모전’을 개최한다. 장 센터장은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해 나눔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쓴 글을 제출하면 된다. 시, 감상문, 논설문 등 형식은 자유다. 나눔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능기부부터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이웃과 함께하는 것 모두가 나눔”이라고 장 센터장은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나눔을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큰 액수의 기부만 나눔이라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나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인성교육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노력하겠다.”


쨍그랑, ‘사랑의 온도계’에 불이 들어온다. 큰 액수의 기부만으로 100℃를 향해 새빨간 열정을 불태우는 줄만 알았던 사랑의 온도계는 나눔을 실천하려 돼지저금통 앞 버튼을 누르는 아이의 손가락에 오늘도 차곡차곡 온정의 불을 지피고 있었다. 거창한 인성교육만을 찾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작지만 큰 메시지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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