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아니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영화의 시작은 단란한 한 가정의 모습에 출발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구상의 모든 것이 불타고 회색빛 재로 뒤덮이고 맙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잿더미가 되지 않은 희망의 땅을 찾아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은 위태롭기만 합니다. 극단적인 모습으로 파국을 맞고 있는 우리 인류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 상황에 대입하여 영화를 보게 됩니다. 영화의 배경처럼 암울한 상황 속에서 우리에 희망은 있을까요? 먹을 것이라고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통조림 몇 개가 전부이고, 살아남은 인류는 서로를 학살하고 잡아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어두운 상황 속에서 희망은 그 어디에도 없어 보입니다. 아들을 위해 그 길(the road)을 걸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암울한 현실 속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더 로드> 들춰 보기
장소의 이동에 따라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로드무비이며, 인류의 파멸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재난영화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울함이 지속되고 있어 보는 내내 불편하지만 여러 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01 선과 악의 구분은 무엇인가 _ 아버지는 아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아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이 얘기하던 악의 방향으로 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정의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과연 선과 악은 이처럼 절대적인 가치로 나눌 수 있는 것일까요? 아들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이에게 총을 쏘거나, 죽음밖에 기다리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아들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은 악이 아닐까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선과 악의 기준을 나누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종교도 도덕도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선(善)이라고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02 죽음에 관한 성찰 _ 여러분이 영화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결심을 내리게 될까요?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두고 부인은 죽음의 길로 자청하여 들어서게 됩니다. 온 세상이 죽음의 빛으로 뒤덮인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해치고 잡아먹으려 합니다. 먹을 것이라고는 말라비틀어진 낟알들과 허물어져버린 건물더미에 우연히 남아있는 통조림이 전부인 상황. 살아갈 희망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 바다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지만 결과는 참혹할 뿐입니다. 영화의 상황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도 이러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요?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관념적인 설교나 사탕발림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죽음이 유일한 도피처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 분명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 03 암울한 미래 _ 영화 속에서 우리 인류의 미래는 세상을 덮고 있는 회색빛 먼지처럼 어둡기만 합니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려야 하지만 우리는 미래의 모습을 어둡게 그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요? 과학기술이 진보하며 인류의 삶이 윤택해지고 있지만 아무 근거도 없는 종말론이 등장하곤 합니다. 영화에서 종말의 상황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내용을 허황된 것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지진과 해일로 사람들이 죽고, 해수면은 점점 상승하여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져 사람들이 죽기도 합니다. 우리 인류의 미래는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처럼 정말 암울하기만 한 것일까요?
<더 로드>로 수업하기
① 독서
<더 로드>(코맥 맥카시)를 책으로 읽고 영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의 처리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매체의 변용과 각각의 특징에 대해서도 파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선과 악의 모호함에 대해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을 연결하여 살필 수 있습니다. 아이들 수준에 높다면 일부를 발췌하거나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를 심화하여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인홀드 니버)’와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댄 애리얼리)’와 같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두 책은 정의란 무엇이며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향한 의미 있는 저서들입니다.
② 토론
다음과 같은 쟁점으로 토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