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교육이야기 ‘무대’에 올리다

2015.11.01 09:00:00

천안·아산 교사극단 ‘초록칠판’


연극이 좋아 무대에 오르는 끼 많은 선생님. 학생 연극반 지도를 맡은, 부족함을 열정으로 채울 줄 아는 멋쟁이 선생님. 제자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역할극으로 치료하는 심리기법을 배우기 위해 연극을 배우는 선생님 등등. 교사들이 초록칠판의 문을 두드린 이유도, 무대에 오른 이유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무대에 올라 열정을 불태우는 선생님들의 순수한 열정은 모두 한마음 한뜻이다. 아마추어 연극인이지만 매년 연출, 무대, 소품 등 모든 부분을 21명의 회원이 자급자족할 만큼 다재다능하다. 이렇게 벌써 10번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새터민의 이야기를 다룬 <너도 그렇다>, 명예퇴직을 앞둔 노(老)교사와 젊은 교사와의 갈등을 담은 <하루> 등 초록칠판이 무대에 올리는 공연은 학교현장에서 만나는 교육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초록칠판 회원은 절반 이상이 고등학교 교사들로 시간에 쫓기지만, 무대는 관객들과의 약속인 만큼 연습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극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성완기(온양고 교사) 회장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다.


극단 창단 만10년이 되는 해이다. 올해 공연은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가.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그동안의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색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큰 흐름은 구상 중이며 정기공연으로 올렸던 10편의 공연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창단 10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창작 공연과 작년에는 동화놀이터교사Q와 함께 작업도 했는데, 앞으로 다른 교사극단 또는 학생들과 하는 공동작업 계획이 있나.
창작 공연은 준비기간이 길어서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부담이 큰 공연입니다. 하지만 10년 동안의 내공과 학교에서 연극반을 운영하며 겪은 노하우로 앞으로도 초록칠판의 색깔에 맞는 창작 공연을 주로 올릴 예정입니다. 뜻이 맞는 다른 극단과 연합하여 공동 작업을 할 계획은 언제나 열려 있고, 연극으로 진로를 결정한 무대 경험이 필요한 학생들과의 공동 작업은 매 정기공연마다 진행할 예정입니다.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육연극이 초등학교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연극을 하는 교사로서, 또 학교에서 동아리 연극지도를 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연극이 주는 교육 효과는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창의적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협동작업 위주의 교육연극 활동을 통해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와 자아존중감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극이 학교 현장에 교과로 도입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연극지도 교사로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 연극 연습실과 전문 강사의 확보 없이 교과로 도입 된다면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역과 학교연합으로 활발한 연극제의 개최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창단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분은 얼마나 되는가. 그동안 공연한 작품 중에 가장 기억되는 작품은?
지금까지 50여분의 선생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자체적인 캠프를 통하여 공동 창작을 했던 2006년 여름 워크숍 공연 <화분>입니다. <화분>은 자폐아의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를 다뤘던 공연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한번쯤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관객들의 몰입도와 호응이 좋았던 작품입니다.

매주 모여 연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거 같다. 1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어 매주 모여 연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1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선배 교사들의 연극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 맞는 선생님들끼리 작업을 하다 보니 큰 트러블이 없었고, 매년 새로운 회원이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신선한 분위기와 적절한 긴장감이 유지되었습니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꾸준히 찾아와주신 관객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연극이 교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초임부터 퇴직에 가까운 분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리라 생각된다. 갈등도 있을 법한데, 어떻게 극복하는지.
교직 생활로 받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취미 활동을 통해 활기차고 긍정적으로 교직 생활에 임하고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 배운 관객과의 호흡법으로 수업시간 학생들과의 호흡이 좋아졌으며,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연령대가 높은 선배 교사들이 연극의 이해 폭이 크고 넓지만 겸손하고 순수해서 후배 교사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큰 갈등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수업도 연극의 또 다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연극 장르가 존재하듯이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도입하는데 연극만큼 좋은 활동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몸이 허락된다면 계속해서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론적인 연극 공부도 해보고 싶습니다.

'초록칠판' 연혁
2005년 10월 창단
2005년 12월 창단 공연(<그 학교> 연출: 김종후)
2006년 7월 여름 워크숍 공연(<화분> 연출: 하태민)
2006년 12월 두 번째 정기공연(<너도 그렇다> 연출: 이인호)
2007년 7월 여름 워크숍 공연(<가부와 메이 이야기> 연출: 박성용, <여우 누이> 연출: 김보영 )
2007년 12월 세 번째 정기공연(<대한민국 김철식> 연출: 김종후)
2008년 8월 여름 워크숍 공연(<아기돼지 삼형제>, <똥떡> 연출: 김영철)
2008년 12월 네 번째 정기공연(<등신과 머저리> 연출: 김종후)
2009년 12월 다섯 번째 정기공연(<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연출: 전장곤)
2010년 12월 여섯 번째 정기공연(<옥상노을> 연출: 이인호)
2011년 12월 일곱 번째 정기공연(<그대를 사랑합니다> 연출: 성원기)
2012년 12월 여덟 번째 정기공연(<하루> 연출: 박성용)
2013년 12월 아홉 번째 정기공연(<꽃마차는 달려간다> 연출: 성원기)
2014년 7월 여름 워크숍 공연(<행복한 세상은 함께하는 거야> 연출 : 조애산)
2014년 12월 열 번째 정기공연(<택시드리벌> 연출: 전장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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