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활동 '빈익빈 부익부' 어쩌나

2015.12.01 09:00:00

자유학기제는 우리나라 중학교 교육 변화의 중요한 화두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첫해에는 42개 연구학교로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전국 3000개가 넘는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된다. 정부는 충분한 예행연습을 통해 무리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지만, 교육현장의 고민은 깊다. 무엇보다 진로체험 활동이 형식에 치우치거나 도농 간 인프라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유학기제, 직접적 체험 통한 꿈과 끼 확인 강조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의도를 구현하는 데 있어 자유학기의 활동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교육부(2013)의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자유학기 활동 편성·운영 방안의 핵심은 학생의 체계적인 진로탐색 기회 확대와 학생의 관심과 흥미를 촉진하는 체험·참여형 프로그램 강화에 있다. 여기서 진로체험은 학생의 수요를 반영하여 진로학습 및 상담에서 모색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확인하는 기회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교육부(2015)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 계획(안)’에서 자유학기 활동 편성·운영의 기본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첫째,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사에 기반한 자유학기 활동 편성·운영’으로, 학생 중심의 자유학기 활동을 편성하여 학생들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둘째, ‘능동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경험 제공을 위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스스로 학습하는 경험을 제공하여 자기 성찰 및 발전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자유학기 활동은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구성하며, 학생의 희망, 학교의 여건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자유학기 활동 편성·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에 따른 자유학기 활동 영역과 내용을 제시하면 <표 1>과 같다.


이처럼 자유학기제에서 자유학기 활동은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 4개 영역에 대한 치밀한 계획과 운영이 담보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각 영역별 프로그램은 학생의 희망과 선택에 따른 체험활동 중심으로 실천될 때 보다 의미 있는 경험과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로체험활동 실태 분석해 보니
그러나 자유학기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진로체험활동이 상당수 학교에서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근거로 지난 2014년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151개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 실태를 분석한 결과, 한 학기동안 진로체험을 실시한 날짜 수가 5일 이하인 학교 수가 69개로 45.7%나 됐으며,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온 장소가 5개 이하인 학교는 31개교(20.5%)에 달했다. 체험일이 10일 이하는 125개교로 82.8%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체험장소 역시 15곳 이하인 곳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당수 학교가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른 진로체험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경기도 지역은 진로체험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반면 일반 도 단위 지역은 상대적으로 진로체험 활동 장소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제로 조사대상 중학교의 진로체험활동 체험처 섭외 현황을 보면 대도시와 지방 도 지역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218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393곳, 충남 178곳, 경남 127곳 순이다. 반면 지방은 충북 33곳, 전북 48곳, 광주 18곳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진로체험활동의 학교 간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유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A 중학교는 지난해 모든 학생 또는 수십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현장 견학형 진로체험활동만 10군데에서 이뤄졌다. 한국잡월드, 육군사관학교, 소방서, 미술관, 조세·신문사, 은행, 박물관, 뷰티아카데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장 견학을 실시했으며, 소그룹별로 실시하는 현장직업체험형 체험활동 역시 26곳에서 진행됐다. 의약, 예술, 체육, 법조, 패션, 조리, 미용, 항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체험이 이뤄졌다.

그러나 도 단위 지역 중학교의 경우는 교내 특강으로 체험활동을 대신하거나 연간 5회 미만의 교외 활동이 전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 B중학교는 태백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 초청 직업인 특강을 비롯 한글 바로알기 체험활동 등 모든 활동을 교내에서 실시했다. 외부 진로체험 활동 장소가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갈만한 곳이 있다 할지라도 거리가 멀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어쩔 수 없이 교내 활동의 대체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경북 C 중학교는 수안보스키장 스키캠프, 박정희체육관 프로배구 경기 관람이 지난해 외부 진로체험활동의 전부였다. 충북 D 중학교는 수학공원 판 파크, 교내 진로캠프, 진로특강 등으로 지난해 자유학기 진로 체험활동을 대신했다.

전북 E중학교의 경우 지난해 6차례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왔지만 대부분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수학여행 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채워졌다. 아시안게임 관람이나 스키캠프, 남해바다체험 등은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처럼 부실한 진로체험활동을 통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학교들이 지방에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풍부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도시 지역에 비해 지방은 진로체험 활동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학교별·지역별로 심각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자유학기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학교와 자방자치단체의 유기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 역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조사대상 전국 151개 중학교에서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위한 진로체험 장소는 모두 2699곳이었는데 그중 1908곳(73.1%)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섭외한 곳이었다. 교육청이 진로체험 장소 섭외에 나선 경우는 352곳으로 13.5%에 불과했으며 지자체가 장소섭외에 나서준 경우는 7.6%(198곳)에 그쳤다. 체험처에서 먼저 요청을 해와 진로체험을 한 경우는 5.8%밖에 되지 않았다.

장소 섭외에서도 도농격차는 여전했다. 서울의 경우 지자체에서 추진한 경우가 162곳이나 되었는데, 전국 합계(198곳)의 82%나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지역사회의 관심에 힘입어 서울의 경우 학생들이 방문한 진로체험활동 장소가 30곳 이상 되는 학교가 29개 학교 중 19개나 될 정도였다. 경기도에서는 393곳 중에서 91곳을 교육청이 섭외를 진행했으며, 부산도 68곳 중 27곳, 전남도 99곳 중에서 41곳을 교육청에서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강원도는 조사대상 학교 중 교육청으로부터 단 한곳도 장소 섭외 협조를 받지 못했으며, 경북도 105곳 중 4곳 정도만이 교육청의 섭외 협조를 받아 진로체험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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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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