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떨릴 때 여행 떠나자

2016.12.29 15:29:27

동해안 해파랑길 770km, 부부가 걷다

은퇴자의 작은 소망 가운데 첫째가 여행이다. 이번 부부 도보여행의 주인공인 황윤록(64, 소사중 퇴직) 교장. 그는 작년 8월 퇴직하자마자 평소 꿈꾸던 알래스카 크루즈여행을 15일간 떠났다. 공직생활을 뒷바라지한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의 표시도 있었다. 그는 여행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76세 노인이 다리가 불편하여 체력을 요하는 프로그램은 관광을 포기하고 버스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던 것. 그것을 자기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여행을 떠나자라고 결심을 한다.

 

그가 올해 도전한 것은 동해안 해파랑길 도보여행. 지난 9월 하순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하여 주로 주중 34일을 이용하여 1223일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도착, 2829일의 대장정을 마쳤다. 해파랑길이란 부산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초광역 걷기여행길이다. 이 길은 동해안을 따라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총거리 770km 노선이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도전은 작년 가을, 4대강을 따라 서울 현충원에서 부산 을숙도로 내려가는 600km 도보여행의 성공이 밑바탕이 되었다. 길을 걸으면서 살아 온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보고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부부는 도보여행을 통하여 당뇨,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아졌고 건강에 도움이 된 것을 체험했다고 고백한다. 부부간 대화를 통하여 부부관계가 더 좋아졌음은 물론이다.

 


부부는 배낭을 꾸린다. 우비, 우산, 상비약품, 깔개(매트리스), 깔개용 보자기, 간식, 비상식량, 스마트폰 충전기, 식수, 여벌 속옷, 여벌 양말, 발보호 에어깔창, 물집 방지 밴드, 손가락장갑을 넣었다. 트레킹화, 모자, 선글라스는 필수다. 신발은 새로 구입한 신발보다는 평소에 신었던 약간 넉넉한 크기가 좋다고 조언한다. 간식으로는 초콜릿과 두유, 사탕을 준비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중도 포기생각

 

그는 이번 여행의 목표를 전 구간 완주, 부부 건강관리, 아름다운 우리 국토의 직접 답사에 두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이 중간에 포기하고자 했던 생각이라고. 특히 발에 물집이 생기고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허기에 지칠 때와 비가 오거나 기상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금방 그만두고 싶었다고. 그는 중도 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도보여행 계획을 지인들에게 동네방네 소문을 내어 스스로 절제의 힘을 키웠다고 말한다.

 

그가 힘든 여행을 하면서 떠올린 사람은 바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 동해안 절경을 즐기며 다니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전국 방방곡곡을 수 십 차례 답사를 하면서 지도를 제작한 김정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 김정호의 사명감과 애국심을 생각하면서 인내심으로 여행의 어려움을 이겨낸 것이다.

 

그가 이번 여행에서 얻은 점은 체력, 자신감, 향토 음식 맛보기. 동해안 숙박업소 체험이다. 방송통신대학 관광학도로서 숙박업소 고르는 팁을 안내한다. 무인텔은 깨끗하고 시설이 우수하며 물품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준호텔급의 베네키아 체인점은 우리나라에 51곳이 있는데 2인 조식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굿 스테이는 한국관광공사가 우수 숙박업소로 지정한 곳이다.

 


하려는 사람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가 여행자에게 주는 조언은 마음 움직이는 대로 가라” “떠나는데 망설이지 마라” “여행의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고 떠나라이다. 그는 이어서 의미심장한 어록 하나를 남긴다. “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안 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유나 변명을 떠올린다. 이유나 변명은 그럴 듯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딪쳐라, 이 세상 어려움은 다 해결하게 되어 있다

 

그는 도보여행에 있어 스마트폰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트랭글 앱은 지도와 시간, 거리가 나타나 있고 네이버 길찾기는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시간이 나타난다. ‘카카오 앱은 길코스로 보여주며 두발로 2.0’에는 전국 걷기 코스가 나타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해파랑길 홈페이지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된다.

 

여행자 모두가 해파랑길 770km 전 구간을 무리하게 완주할 필요는 없다. 그는 베스트 구간으로 강릉구간을 꼽는다. 솔바람 다리에서 경포대에 이르는 39코스가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난 1017일 개통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정동진- 심곡항) 35코스를 추천한다. 경주구간 주상절리와 벽화마을을 볼 수 있는 10코스도 추천한다. 이 세 코스는 각각 5시간 정도 소요된다.


 


황 교장의 다음 여행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조선시대 유배코스를 답사하려 한다. 우선 유배자 명단을 정리하고 유배된 동기, 당시 정치적·사회적 배경, 유배지에서의 활동, 유배지에 미친 영향 등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역시 교육자 출신답다. 이 여행 또한 부부동반이다.

 

여행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발적인 활동이다. 여행에서는 때론 생각하지 못한 일도 벌어진다. 그는 이게 다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이 외국 못지 않게 많습니다. 은퇴 후 타인을 위한 봉사도 좋지만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 봉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 후 아내는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기 바쁘답니다

 

다리 떨릴 때 다니지 말고 가슴 떨릴 때 다니자!” 그가 동료에게 하는 말이다. 그의 행복한 부부여행이 기대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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