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 교사입니다. 부부 모두 물욕이 없고 소박해서 돈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으며 살아왔는데, 아이들이 자라며 씀씀이가 커지다보니 매달 나가는 개인연금 보험료마저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공적연금 재정고갈에 대한 우려나 연금 개정에 대한 뉴스를 접하다보면 연금보험을 더 들어야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지는데요, 어떻게 노후준비를 해야 할까요?
A. 급격한 노령화와 심각한 노인빈곤, 빈약한 복지제도로 인해 100세 장수시대가 재앙으로 다가오고 급기야 정년이 보장되고 국가가 보증하는 공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마저 노후를 불안하게 여기는 시대가 됐다. 우선, 노후준비의 큰 원칙부터 살펴보자.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우선
노후에 대해 걱정하는 것만큼 노후생활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여행 좀 다니고, 운동 좀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시골에 내려가 한적하게 지내겠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여유 있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꿈꾼다. 은퇴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과 함께 시간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바쁜 사회생활로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시간이, 무의미하고 무료한 일상으로 허비될 수 있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자아실현과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두 번째 인생이 되도록 미리 계획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노년은 돈으로 시간을 때우며 보내는 것이다. 내 삶을 이루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없다면, 무료한 일상을 때우기 위해 돈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쓰고도 후회하게 된다. 설렘도 감흥도 없는 가나마나한 여행처럼 말이다.
부부간에 노후생활에 대해 공유하고 합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종종 남편은 시골로 귀촌하고 아내는 도시에서 지내는 주말부부를 본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충분한 소통이 바탕을 이룬 결정이라면 신혼처럼 애틋하게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자칫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알아서 살자는 식으로 단절이 되면 곤란하다. 은퇴 이후 시기는 부부가 서로에게 집중하며 인생의 동반자로 성숙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필요한 노후자금을 예측하자
최근 한 금융그룹의 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은퇴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평균 190만원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국민노후보장패널 조사에 따르면 최소 노후생활비는 월 174만원, 적정 노후생활비는 236만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집집마다 씀씀이, 생활습관도 다르고 기대하는 노후생활도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은퇴가구가 생활비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은퇴를 앞둔 40~50대가 기대하는 노후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참고는 될 수 있지만 그 정도 준비하면 충분하다거나, 그만큼 준비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우리 집의 노후자금은 어느 정도 될까?
우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생활비 중 자녀와 관계된 비용을 제외하고 부부 두 사람이 사용하는 비용을 가늠해보면 된다.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먹고 입고 놀고 배우는 것 대부분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노후에 즐기고 싶은 취미나 여가생활과 관련된 비용, 여행비용,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활동, 자기계발 관련 비용에 부부의 노후 의료비 등을 더하면 대략적인 노후자금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활비와 여가 취미 활동과 관련된 비용은 매달 쓰는 돈이지만 여행이나 자기계발, 노후 의료비 등은 목돈으로 지출된다는 것이다. 즉, 월급을 대체할 연금소득도 필요하지만 목돈 형태의 여유자금도 있어야만 한다. 은퇴 전에 노후생활 계획에 따른 전반적인 자산 재조정과 분배가 이뤄져야 하고, 은퇴 이후에도 일정 정도 저축이 필요한 이유다.
부족한 노후자금, 현실적으로 따져라
가입돼 있는 공적연금 예상 수령액과 퇴직연금, 65세 이상 노인 대상의 기초연금, 살고 있는 집과 보유한 금융자산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파악하고 필요자금에서 부족한 부분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연말 한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연평균 수령액은 3225만원, 사학연금의 경우에는 3725만원이었다. 월 수령액으로 따지면, 260만원에서 310만 원 가량 된다. 물론 향후 연금제도 개정을 통해 수령액이 조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적연금은 연금액의 실질가치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민간보험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노후소득이 돼야만 한다.
맞벌이라면 부부 각자의 예상수령액을 확인해보고, 외벌이라면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고려해, 부부 각자 공적연금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공적연금만으로 부족할 경우, 자산을 연금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살고 있는 집을 활용한 주택연금이나 목돈을 맡기고 연금으로 지급받는 즉시연금 등이다.
연금상품 가입 시 실질적인 혜택 봐야
연말정산 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연금저축보험은 의례 하나씩 가입하기 마련이다.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적격연금은 은퇴 후 연금 수령 시 소득세를 내야한다. 반대로, 절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적격연금(연금보험, 변액연금 등)은 연금 수령 시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질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따져보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
연말정산 미리보기나 연말정산자동계산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적격연금에 가입할 경우에도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를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연금저축보험은 매달 고정적인 보험료를 지불해야하지만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연초의 정근수당이나 중간에 지급되는 성과상여금 같이 목돈이 들어왔을 때 한 번에 납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펀드 변경이나 추가납입, 납입중단을 통해 자금관리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연금관련 상품을 가입할 때 주의할 점은 공시이율보다 최저보증이율과 사업비를 비교해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지급예시표의 월 50만원이라는 예상금액은 실질가치가 매우 적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30년 후 받게 될 50만원의 구매력은 지금의 1/10이 될 수도 있다.
은퇴 전 자산재조정과 분배전략 필요
은퇴는 경제적으로나 생활면에서 큰 변화다. 자녀 교육과 독립이 아직 남았는지, 은퇴 이후의 소득대체는 어떻게 되는지, 노후 생활의 기반이 될 곳과 활동은 무엇인지, 부부의 건강상태는 어떠한지 등에 따라 필요한 준비와 계획이 달라진다. 은퇴 전부터 미리미리 향후 목돈지출이 필요한 일의 시기와 소요자금을 가늠해보고,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또 현재 보유자산과 저축을 용도와 사용 시기에 맞게 배분하고, 탈락된 일들에 대한 다른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차분히 따져가며 생각을 정리해 나가다보면 막연한 불안을 떨쳐버리고 현실적인 해결책들을 찾을 수 있다.
40대 맞벌이 교사인 신청자의 경우 소박하지만 화목하고 행복하게 돈 걱정 없이 살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큰 아파트로 집을 늘려가고 새 차를 뽑고 노후를 위해 이런 저런 상품에 가입했다는 지인들의 모습을 보고 듣다보니, 그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던 양가 부모님의 생활비나,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님을 위해 마련해 드린 이런저런 것들마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쉽게 결정했던 건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신청자의 현재 자산상태<표1 참조>를 보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과 부모님의 시골집, 부부의 개인연금으로 대부분의 자산이 묶여있어 고정자산의 비중이 크다. 유동성 부족이 우려되나 부부의 소득안정성이 높아 현금흐름에 큰 무리가 없고, 조만간 담보대출 상환이 완료된 후부터 매달 나가던 원리금상환액을 저축으로 돌린다면 비상자금을 마련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신청자가 걱정하는 노후자금을 점검하기 위해 우선 가족의 생애흐름<표2 참조>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조만간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향후 대략 8~9년간은 입시를 위한 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등 높은 교육비부담으로 저축여력이 많이 감소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부부의 정년 전에 자녀들이 대학을 마치게 되므로 이후부터 정년 전까지가 노후를 위한 저축에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이 된다. 은퇴 후 연금 수령 전까지 일시적으로 소득이 감소하거나 단절되는 기간이 생기는 만큼 이 시기의 생활비와 목돈지출에 대비한 저축이 퇴직 전 5~6년간 집중해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부부 모두 은퇴이후 한적한 시골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만큼 현재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농가 주택을 잘 관리해서 은퇴이후 거주지로 활용하고, 부부의 개인연금은 자녀의 독립 지원자금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은퇴 후 매매해서 부부의 노후의료비로 묶어두는 설계도 필요하다. 이처럼 현재 보유자산과 향후 저축에 대한 대략적인 사용계획과 자산배분 기준을 마련해 둔다면 막연한 불안을 떨치고 차근차근 노후를 준비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