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수들과 출생의 비밀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2017.04.24 09:57:23

MBC주말특별기획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이하 ‘아버님’)는 지난해 11월 12일 방송을 시작한 50부작 드라마다. 4월 22일 현재 46회가 방송됐다. 연말 ‘가요대제전’에 밀려 제15회를 결방해 이후 토요일 방송이 짝수 회가 됐다. 4월 23일 다시 제19대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 방송 여파로 전파를 타지 못해 아귀는 맞춘 셈이 됐다.

‘옥중화’ 후속작인 ‘아버님’은 시청률 9.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했다. 8.8%까지 떨어진 적도 있지만, 새해 들어선 줄곧 두 자릿 수 시청률을 유지했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제37회(3월 19일)의 16.1%다. 대박도 쪽박도 아닌, 그런 대로 선전하고 있는 주말드라마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일간신문에서 ‘아버님’ 관련기사를 통 볼 수 없었던 점이다. 평균 시청률 4%대의 ‘불야성’이라든가 그와 비슷한 다른 드라마들조차 그러지 않았던 걸 떠올려보면 일견 의아한 일이다. 참고로 내가 정기구독하고 있는 신문은 중앙지 6개(스포츠지 1개 포함), 지방지 6개 등 총 12개다.

방송사 측에선 주말특별기획이라지만, ‘아버님’은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푼수’들의 대거 등장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출생의 비밀에 얽힌 복수극이어서다. 이현우(김재원)가 아버지를 목매달아 죽게한 한형섭(김창완) 등 이웃들에게 앙갚음하는 것. 무슨 흉기를 사용해 사람을 상하게 하는게 아니라 금력(金力)으로 하는 복수이다.

그래서일까. 한형섭 집안은 “우리 집 식구들은 한결같이 모자란다”는 한정은(이수경) 말처럼 푼수 집합소다. 사실은 그렇게 말한 한정은도 예외가 아니지만, 우선 내 자식만 알아 복수극에 노출된 한형섭이 그렇다. 그의 여동생 한애리(윤미라)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그 딸인 한정은이 더 어른스럽게 보일 때가 많을 정도이니까.

사기를 두 번씩 당하는 큰아들 한성훈(이승준)보다도 둘째아들 한성식(황동주)은 못봐줄 정도다. 잘 나가는 변호사에 고정 패널의 방송까지 하는 인텔리인데도 그렇다. 15살짜리 아들도 있는 그가 청와대 수석 빽 운운하며 질질 짜며 부모에게 대거리하니 푼수가 아니고 무엇이랴.

부창부수라 그런가. 성식의 아내 강희숙(신동미)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태평양 위에 고속도로도 만들' 여자이다. 이현우 복수로 집안이 온통 난리인데도 며느리로서의 모습은 흔적조차 없다. 가령 시할머니와 시부모 있는데서 아들도 아닌 조카일 뿐인 지훈(신기준)을 지도한다며 잡아끄는 것이 그렇다.

사실상 시고모부인 성악가 류명진(고성현)을 시한부 인생으로 꾸며 시고모인 한애리 집에 머물게 하는 건 그 결정판이라 할만하다. 말할 나위 없이 창수(손보승)의 레슨을 위해서다. 드라마가 사회나 시대상을 일정량 반영하거나 그 소산이라면 일견 끔찍한 일이다. 한국사회가 ‘아버님’에서처럼 그렇게 돌아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온전한 캐릭터는 한성준(이태환)과 오동희(박은빈) 정도다. 근데 성준은 ‘주워온’ 아들이다. 복수의 칼을 연신 찔러대는 이현우의 친동생이다. 오동희 역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성준이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회사의 상속녀다. 그 둘은 사돈간이면서도 거침없이 사랑하는 사이다. 그들의 포옹은, 그러나 억지스러워 보일 만큼 되게 어색하다.

그런데 큰며느리 서혜주(김선영)와 강희숙 동서끼리 머리채 잡고 쌈질하거나 형이 15살 아들을 둔 동생에게 “야, 자식아”를 연발하며 예사로 머리를 쥐어박는 가정도 있나. 오동희의 극본 가작 입선 시상식에서 상패가 아니라 표창패인 점, 성훈이 치킨집을 막 개업해놓고 애 데리고 자전거 타며 노는 장면 등도 의아하다.

지훈과 창수의 바뀌기 소동이 황당하지만, 어느 정도 건질 것 있는 메시지는 줘 그나마 다행이다. 가령 부모가 원하는 자식 만들기라든가 지나친 사교육 의존 등 이 땅의 교육병폐 비판하기가 그것이다. 또한 자식 교육의 어려움도 곱씹어보게 한다. 푼수들과 출생의 비밀 가득한 등장인물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도 한다.

한편 바르지 못해서 듣기에 거북했던 대사들도 정리해둔다. “학자금 대출 받았으면 비츨(빚을→비즐) 갚아야 할 것 아냐”(제8회, 2016.12.4.), “쑥대바슬(밭을→바틀) 만들려고 그래”(제26회, 2.11), “이렇게 비슬(빛을→비츨) 보고 삽니다”(제36회, 3.18), “애들은 어떻게 가르킬건데(가르칠건데)”(제41회, 4.2) 등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