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씨앗이지만 혈압, 당뇨, 다이어트 효과까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서 슈퍼푸드라 불리는 곡물들에 대해 알아보자.
■발아현미=현미를 발아시켜 먹는 가장 큰 이유는 소화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미가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현미식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현미밥이 껄끄러울 뿐 아니라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미가 싹을 틔워 발아현미가 되면 피틴산이 인과 이노시톨이라는 물질로 바뀌어 껄끄럽지 않고 소화 또한 잘 돼 영양소 흡수를 돕는다. 곡물은 원래 씨앗이므로 새로운 생명을 내기 위한 영양소를 저장했다가 조건이 되면 싹을 틔우는데 이 때 곡물 안 효소가 작용해 새로운 성분이 생겨 건강에도 더 좋다.
발아현미에는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감마오리자놀,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베타시토스테롤, 독성 활성산소 제거 역할을 하는 SDS 효소, GABA 등이 있다. 특히 현미 발아 과정에서 아미노산의 일종인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라는 성분이 15배 정도 증가한다. 가바는 동·식물계에 널리 분포돼 있는 아미노산으로 뇌 혈류를 활발하게 하고 산소 공급량을 증가시켜 뇌세포 대사기능을 촉진시키고 신경안정 효과가 있어 불면증, 우울증, 스트레스 감소에 좋다. 또 혈압을 내리고 알코올 분해도 촉진한다. 그 외에도 발아현미에는 리놀레산과 리놀산이라고 불리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관질환을 감소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 발아현미를 집에서 만드는 법현미를 1cm 이하의 두께로 펼 수 있는 접시를 준비한다. 현미를 넣고 현미를 덮을 정도의 물을 채운 후 고르게 편다. 접시 위에 랩을 씌우고 송곳 등으로 적당한 수와 크기의 구멍을 여러 개 뚫는다. 현미가 물을 흡수해 발아 준비를 시작하면 쌀에서 조금씩 잿물(떫은맛)이 나오기도 하고 표면에 붙어 있던 작은 티끌 등에 의해 물이 탁해지기도 하는데, 그냥 방치해두면 쉰 냄새가 나므로 여름에는 3~4회, 겨울에는 2회 정도 물을 갈아준다. 이때 단순히 물만 갈아주지 말고 쌀을 소쿠리 등에 받쳐서 쌀 전체를 가볍게 씻어주는데 물을 교환할 때는 원래의 물 온도를 측정해 새로 채우는 물도 같은 온도로 해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서 24~28시간 두면 거의 80%가 새 가슴 모양으로 발아하며 나머지도 발아 직전의 상태가 된다.
■귀리=귀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한국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연맥이라 불리며 재배했고 요즘 인기가 있어 소비가 늘고 있다. ‘귀리’라고 하면 생소한데 귀리를 납작하게 눌러놓은 것이 오트밀이다.
귀리는 탄수화물이 주된 열량원이며 단백질, 수용성 식이섬유,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화율도 높아 누구나 먹기 좋은 식품이다.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있어 쌀, 보리, 밀가루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귀리는 칼륨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신장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고 베타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콜레스테롤을 낮춰줘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아주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귀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물인데, 귀리의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은 체내 콜레스테롤 배출 효능이 있어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에 좋은 효과를 낸다. 한 연구에 따르면 귀리 속의 베타글루칸을 하루 3g 정도만 먹어도 몸속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8~23% 낮아진다고 한다. 혈중 콜레스롤수치가 1% 낮아질 때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2%나 줄어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효과인 것이다.
귀리는 당지수가 낮은 곡물로써,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귀리는 단단해서 섭취와 소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 오트밀은 이러한 귀리를 가마에서 굽고 압착한 후 절단하고 눌러 납작하게 만든 형태로, 소화와 섭취를 용이하게 만든 것이다. 유럽에서는 보통 아침식사로 우유와 섞어 죽과 같이 만들어 섭취하며,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주스와 같이 먹으면 영양적으로 궁합이 잘 맞는다.
■퀴노아=일명 신이 내린 곡물 퀴노아(Chenopodium quinoa Wild.). 보기에는 꼭 좁쌀 같지만 우유를 대체할만한 완전식품으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퀴노아는 명아주과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 토종 곡물은 아니고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의 고원에서 자란다. 4000년 이상 주식으로 이용돼 왔으며 옥수수, 감자와 함께 잉카의 3대 주요 농작물로 그 명맥만 유지되다 최근 영양학적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면서 세계적인 식품회사들이 상품으로 개발, 국제 곡물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이 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퀴노아의 높은 단백질 함량이 모유를 대체할 수 있는 영양성분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수분이 부족한 토양은 물론 각기 다른 환경과 기후 조건에서도 재배가 가능해 식량 생산을 늘리고 빈곤을 줄이는 영양가 높은 곡물로 추천,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민족이 쌀과 함께 잡곡밥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곡류는 대부분 열량소가 되는 탄수화물이 주요 영양소고 단백질 함량은 7~10% 정도 되는데 퀴노아는 단백질 함량이 14.2%로 다른 곡물류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하는 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콩보다 높은 함량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영양학적 가치다. 단백질은 양 뿐만 아니라 질이 매우 중요한 요소고 그것을 나타내는 척도 중 하나가 바로 생물가다. 일반적으로 식물성단백질이 동물성단백질보다 생물가가 낮은데 식물 중 생물가가 높은 것이 콩으로 74이다. 그러나 퀴노아는 생물가가 82로 콩보다 높다. 질 좋은 단백질 함량이 굉장히 높다는 의미다.
그 외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 중 리신, 히스티딘, 아르기닌, 알라닌, 글루탐산, 아스파르트산 등이 쌀보다 높은 함량을 보여 퀴노아는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유를 대체 할만한 완전식품이라고까지 칭송받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또한 식물의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건강에 좋은 지방인데 퀴노아의 지방 함량은 6.4%로 조(3.9%)와 기장(3.8%) 보다 높다.
또 무기성분 중 칼슘은 100g당 27.5mg, 칼륨은 100g당 462.1mg, 철분은 100g당 8.0mg으로 무기질의 함량도 높고 고혈압을 일으키는 나트륨은 낮은 것으로 분석돼 영양적인 우수함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포도당으로 전환돼 혈당농도를 높이는지를 표시하는 수치가 바로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인데 퀴노아는 당지수가 매우 낮은 작물이다. 퀴노아의 당지수는 53으로 쌀 112, 감자 98에 비해 월등히 낮다. 이렇게 당지수가 낮은 식품은 혈당을 서서히 올리기 때문에 당뇨와 비만의 예방 뿐 아니라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 단백질과 각종 미네랄은 물론 식이섬유 또한 풍부해 변비 해소와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곡물이라고 할 수 있다.
퀴노아는 보통의 식사량만큼만 섭취하면 큰 부작용이 없다. 단, 껍질 부분에 사포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효과적이며 강력한 항염, 항암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위(胃)에 자극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위염, 위궤양 등이 있는 사람들은 물에 담가 거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문질러 섭취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