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연애질 '쌈, 마이웨이'

2017.07.14 13:39:03

5월 9일 실시된 조기 대선은 TV드라마 편성에도 일정량 영향을 미쳤다. 가령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를 보자. ‘쌈, 마이웨이’ 전작인 ‘완벽한 아내’가 종영한 것은 5월 2일이다. 5월 8일 후속작을 방송해야 맞지만, 대선을 의식해 ‘쌈, 마이웨이’는 2주 후 시작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새 드라마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5월 10일 ‘수상한 파트너’(SBS)와 ‘군주’(MBC), 5월 13일 ‘도둑놈, 도둑님’(MBC), 5월 22일 ‘쌈, 마이웨이’와 ‘파수꾼’(MBC), 5월 29일 ‘엽기적인 그녀’(SBS), 5월 31일 ‘7인의 왕비’(KBS 2TV) 등이 그것이다.

‘귓속말’을 보던 중이라 일부러 챙기진 않았지만, 그것이 끝나자 1주 전 시작한 ‘쌈, 마이웨이’ 본방 사수에 들어갔다. 사실은 현실의 고달픔 속에서 그려나가는 20대 청춘의 제대로 연애질, 그러니까 로맨틱 코미디(로코) ‘쌈, 마이웨이’가 큰 흥미를 끌진 못했다. ‘그래, 본전 생각나면 즉각 채널을 돌려버리지’ 하는 생각이 시청할 용기를 준 셈이라 할까.

하긴 김지원(최애라 역)의 변신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지난 해 ‘태양의 후예’에서 연인으로 나온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소식이 보도됐다. 그 ‘태양의 후예’에서 대박의 시청률을 견인한 또 다른 커플이 진구와 김지원이었다. 여군이었던 김지원이 어떤 캐릭터로 변신하는지, 거기에 녹아들게 연기는 넉넉한지 제법 궁금했던 것이다.

일단 김지원의 “밝고 귀엽고 활달한 역할은 사실상 ‘쌈, 마이웨이’에서가 처음이다. 처음 맡는 청춘드라마 여주인공 역할임에도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스포츠서울, 2017.6.21.)는 방송관계자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특히 김지원은 박서준(고동만 역)과의 제대로 연애질에서 너무 천연덕스러워 박진감 그 자체라해도 무방할 듯하다.

5.4%(닐슨코리아 전구기준)라는 초라한 시청률로 시작한 ‘쌈, 마이웨이’가 3회부터 두 자릿 수를 꿰찬 것도 그 덕분이지 싶다. 이후 ‘쌈, 마이웨이’는 8회만 빼고 내내 두 자릿 수 시청률로 월화드라마 1위를 달렸다. 최고 시청률은 마지막회의 13.8%다. 30대 초반 여성작가 임상춘의 16부작 미니시리즈 입봉작이 그 정도라면 나름 성공을 거둔 셈이다.

흥행을 견인한 건 고동만⋅최애라가 아니라 김주만(안재홍)⋅백설희(송하윤) 커플이란 주장도 있다. 조선일보(2017.7.7.) 박상현 기자는 그 근거로 백설희가 이별을 고하는 클립(방송하이라이트 영상)의 144만 건 조회수를 들고 있다. 고동만⋅최애라의 첫키스 클립 조회수보다 12만 건이나 많은 인기를 누렸다는 것.

‘쌈, 마이웨이’는 소년시절부터 친구였던 동만과 애라가 연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로코다. 그런데 20대 청춘남녀가 한방에서 자면서도 뽀뽀만 한 채 ‘싱겁게’ 끝나버리는 여느 드라마들과 다르다. 20대 청춘의 건강한 섹스 욕구를 애써 감추려하거나 생략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만은 ‘이층집’ 후 애라에게 “500배 더 좋아졌어”라며 돌직구를 날린다.

잦은 키스신 못지않은 제대로 연애질이 꽤 리얼한 셈이라 할까. 그런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의 모습들이 흙수저급 청춘들에 의해 펼쳐져 공감과 함께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 흙수저 청춘들이 겪는 고단함과 좌절 등은 그냥 맛보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누가 봐도 이 드라마의 본령은 로코니까.

그러나 황당함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전반적 캐릭터에 균열을 주는 애라의 격투기 못하게 말리기가 그렇다. 회식에서 몸을 날린 주만의 설희쪽으로 쏟아지는 숯불 뒤집어쓰기(14회)도 그렇다. 동만이 챔피언을 쓰러뜨린 승리후 링위에서 하는 애라에 대한 프로포즈(16회)도 너무 자의적이다. 그걸 다 지켜본 관중들은 박수를 치는 등 순식간에 우중(愚衆)이 돼버린다.

극 전체적으로 볼 때 거슬리는 건 애라 생모로 밝혀지는 황복희(진희경)다. 출생의 비밀이 꼭 필요했는지 하는 의문과 함께 황복희는 꼽싸리 낀 듯한 인상에 뭔가 작위적이란 느낌을 준다. 게다가 “오디션이 천대 1이라 애 엄마인 것 숨켰(겼)어”(15회)라든가 “뒤치닥거리하느라 비시(비지) 늘었어요”(16회) 따위 오류는 혼자 다 담당하고 있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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