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감시로 만든 전교일등 남매
결국 ‘꼭두각시 회의감’ 高 자퇴
‘속죄 차원’ 실패경험 강연 시작
듣는 이마다 공감하며 참회 동참
이유남(54·사진) 서울명신초 교장은 요즘 같은 신학기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명실상부한 자녀코칭 전문가이자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학부모 강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일부러라도 학부모들을 만나러 다닌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이 땅의 학부모를 살리고 아이들도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그런 이 교장은 아예 강연 내용을 묶어 이달 초 ‘엄마 반성문’을 출간했다. 더 많은 학부모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 것이다.
이 교장은 “나 같은 엄마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그런 면에서 내 강의는 강의가 아니라 절규”라고 밝혔다. 이 교장의 자녀양육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는 “올해가 남매의 고교 자퇴 10주년”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책의 부제 역시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 전문가 된 교장선생님의 고백’이다. 이 교장은 자녀를 자신의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한 것부터 ‘잘못 꿴 첫 단추’라고 했다. 전교 상위권 성적에 전교임원 경력을 갖춘 뒤 명문대까지 골인시켜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아이들에게 최고의 맞춤형 트레이너가 되기를 자처했다.
자녀가 초등생 때부터 좋은 습관을 잡아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매일 칼 퇴근한 뒤 알림장 검토부터 숙제, 예·복습 검사를 철저히 했다. 뇌 발달을 위한 영양식단도 빈틈없이 계산해 규칙적 식사를 제공했다.
이 교장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방과 후 회식, 연수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퇴근하면 가장 먼저 거실 TV에 손을 올려 아이들이 얼마나 시청했는지 추리해 야단쳤다”고 털어놨다.
전교임원을 만들기 위해선 학기 직전부터 소견 발표문 작성 및 암기에 들어갔고, 출마용 포스터 제작을 업체에 맡길 정도였다. 일찌감치 준비한 덕에 당락은 엄청난 표 차이로 당선시켰다.
아이들의 성적은 늘 전교 1~2등을 다퉜다. 하지만 계속 부모님의 바람대로 살아야 한다는 자괴감이 커져갔다. 자신을 인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탓에 결국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장남이 수능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고교 자퇴를 선언한데 이어 딸도 동참한 것이다.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설득하지 못한 채 자퇴서에 사인하는 모습을 힘없이 지켜봐야 했다. 이후 아이들은 온종일 집에서 게임, 영화에만 몰두했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순간이었다. 야단치는 자신에게 아이들은 더 강하게 반발했고, 딸은 자살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모든 걸 잃은 것 같은 상황에서 ‘코칭’을 만났다.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양육과 수업을 했는지 절실히 깨닫고 이를 적용해 자녀와의 관계 개선은 물론 수업혁신도 성공했다.
그는 “가르치는 ‘티칭’이 넣어주는 것이라면 ‘코칭’은 끄집어내주는 일”이라면서 “아이에게 인정, 존중, 지지, 칭찬을 통해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학습능력과 인성은 동시에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이러한 일이 자신의 경우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여겨 코칭 자격증을 얻자마자 학부모교육에 나섰다. 자신의 실패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할 때마다 학부모 모두 자신의 이야기로 여기며 이 교장의 참회에 동참했다.
특히 서울교동초 교감 시절에는 전교생이 100명도 채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코칭기법을 적용한 수업혁신, 학부모교육을 통해 서로 전학 오고 싶은 학교로 변모시키는 기적을 일궜다.
그는 서울명신초에서도 변함없이 ‘자녀코칭’ 학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서울교육청으로부터 평생교육 거점학교로 지정받았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 ‘한국교육코칭연구회’를 개설해 1700여명의 회원들과 자료도 공유하고 있다.
이 교장은 “아이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몸이 허락하는 하는 때까지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