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수업에 2교사는 ‘우군’ 아닌 ‘부담’?

2017.11.01 09:00:00

2009년도에 한 교실에 3명의 교사가 함께 하고 있었던 사립 초등학교 3학년 수학 수업 장면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 교사가 전반적인 학습 내용을 설명한 후,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2명의 교사가 그룹별 지도를 하고, 나머지 한명의 교사는 교실 뒤편에서 학생들의 과제 수행 결과를 채점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장면이었다. 아무도 수업에서 제외되지 않는 완벽한 수업 장면을 보며 필자의 머릿속엔 두 가지 생각이 대립했다.


“일반화시킬 수 없는 너무 이상적인 모습이다.” vs. “내 아이가 이러한 수업을 받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국가 교육정책은 공교육 혁신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공교육 혁신이 내포하는 의미도 넓을 뿐만 아니라 공교육 혁신을 위한 접근 방법도 포괄적이기 때문에 ‘왜 꼭 1수업 2교사제여야 하는지,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문제가 우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논란의 폭은 넓어지고 의견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의견이 다양해지면 복잡한 문제로만 인식되어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최근 학습부진학생들의 성장을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수업 관찰, 학생 면담, 교사 면담, 학부모 면담, 그리고 몇 가지 검사들이 병행되며, 향후 4년간의 성장을 관찰 기록할 계획이다. 연구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등교부터 하교할 때까지 학습부진학생들의 학교 일과를 함께 체험하는 과정도 이루어진다. 조사 과정에서 학습부진학생들은 대부분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몰라서 공부를 안 하고, 안 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안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무기력 그 자체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중 쉬는 시간, 점심시간, 체육시간만 기다리며 하루를 버텨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니 방과후에 남겨져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된다. 수업 시간을 버텨내느라 힘들었는데 오후에도 또 버텨내야 하는 고역을 치른다.


이러한 학습부진 현상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기에 정부를 중심으로 이들을 지도·지원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이런 점에서 1수업 2교사제는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안전망을 보다 견고히 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고 여겨진다.


현재 1수업 2교사제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짐작건대 학생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는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교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1수업 2교사제의 논란은 2교사의 역할과 자격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만약 일부의 예측대로 2교사가 비정규직 형태의 강사일 경우 이에 따르는 행정업무와 책임소재는 정규 교원에게 부과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비정규직 양산의 문제뿐만 아니라 안 그래도 수업 외의 잡무 때문에 수업 준비 시 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교사들의 애로사항을 고려할 때 2교사는 자격을 갖춘 정규 교원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쉽게 귀결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교원수급 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인력수급 계획과 예산운용의 가능성부터 검토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2교사는 정규 교원이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가능한 형태를 고민하면 다음과 같은 2교사의 형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교과전담교사와 같은 형태로 2교사에게 역할 부여하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해당 과목과 시수 배분에 대해서는 단위 학교의 재량적 운영이 가능한 전담 교사를 배치하는 교육청 차원의 인력 배분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둘째, 임용고시를 통과한 미발령 대기자들에게 2교사 역할 부여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시·도별로 다른 여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셋째, 첫 발령받은 신규 교원들에게 일정 기간(6개월~1년) 동안 2교사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신규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교·사대 예비교사들에게 2교사의 역할 부여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 학생의 신분으로써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와 한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몇 가지의 전제를 공유함으로써 문제를 초점화한다고 할지라도 1수업 2 교사제의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로 여겨진다. 따라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시작점을 교실 수업 속 학습부진학생에게 두고 2교사의 역할과 가능한 대상을 서로 교차 접목하여 모형을 만든 후, 실제 적용 가능성과 문제점을 하나씩 타진 할 때 보다 의미 있는 방향으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수업 2교사의 운영 목적에 대한 견해 차이

이를 근거로 할 때 1수업 2교사제는 학습부진학생에 대한 수업 내 지원의 형태로 시작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며, 이후 발전된 모형이 거듭될 때 수업 방법에 대한 변화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반대로 수업 방법 변화 및 수업 혁신이 1수업 2교사제의 1차 목적이 된다면 의도한 정책의 효과를 충분 히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울러 소규모 모둠활동의 활용 정도, 프로젝트 수업의 활용 정도, 수업에서의 ICT 활용 정도를 1수업 2교사제의 효과성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소규모 모둠활동은 대다수의 교실수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형태임을 감안하면 자칫 1수업 2교사제를 실시할 때 수업 방법에서의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또 다른 부담을 교사들에게 안겨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업을 바꾸기 위 한 1수업 2교사제라고 한다면, 1수업 2교사제가 아니더라도 수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은 산재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을 위한 1수업 2교사제인가?’에 대한 본질과 취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학생의 변화’나 적어도 ‘학생의 반응’을 통해 1수업 2교사제의 효과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최근 관찰한 중학교 1학년 수학 수업에서는 각의 의미와 표시 방법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맞꼭지각을 이해하기 위해 색종이에 두 개의 직선을 교차하여 그린 후 맞꼭지각을 서로 맞춰보는 활동이었는데, 교사가 활동에 대해 분명히 설명했으나 학생들은 무엇을 잘라서 어떻게 맞춰보는 것인가에 대해 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어 보였다. 관찰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에서만 학생들의 활동을 일부 도와주었다. 대단한 역할은 아니었으나 이 정도의 도움이라도 제공될 수 있다면 수업 내에서 학습부진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에 ‘의미’를 갖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1수업 2교사제는 역할과 자격 조건에서 파생되는 복잡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1수업 2교사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목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학생과 교사 모두를 ‘지원’하는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이다.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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