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남도의 유관순 윤형숙'은 기미년 그해 목놓아 외쳤다.
"왜적에게 빼앗긴 나라 되찾기 위하여
왼팔과 오른쪽 눈도 잃었노라.
일본은 망하고 해방은 되었으나
남북좌우익으로 갈려 인민국의 총으로 간다마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윤형숙 열사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로 8권에서 인용-
100여년 전 역사의 길목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주독립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나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3.1절이다. 내년이면 3.1절 100주년이 된다. '독립운동을 한 여성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아직도 유관순 뿐이다.
이처럼 여성독립운동가는 우리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안타까워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알리고 업적을 기리는 데 한우물을 파면서 힘써 온 이윤옥(60)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문학박사)은 20년째 학생들에게 '아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누군가?를 답하기 위하여 묵묵히 여성 독립운동가를 밝혀내고 있다.
2011년부터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삶을 시로 표현한 <서간도에 들꽃피다> 책 시리즈를 지금까지 8권째(도서출판 얼레빗) 냈다. 한 권에 20명씩, 총 160 여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해온 것이다.
이같은 출발은 전공이 일본어로 2000년에 일본 와세다대학에 객원 연구원으로 가 있을 때 김마리아, 황에스더 같이 2.8 독립선언에 참여한 여성들의 자료를 보게 됐다. 그때부터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에 관심이 생겼는데, 정작 유관순 열사에만 초점을 뒀을 뿐,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룬 책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발로 뛰면서 자료를 찾아 썼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알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때문에 그는 출판사를 직접 만들고, 자비를 써서 책을 내고 있다. 인기가 없을 것 같아서인지 책을 내주는 곳이 없다. 지금까지 8권을 냈는데 한 권당 500만 원씩 든 것 같다.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찾거나 후손을 만나러 만주나 하와이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시간과 돈을 많이 쓰며 10년 이상 매달리고 있어서 힘들 때도 많지만,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내가 해야한다"는 마음을 갖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 세대가 안 해놓으면 나중에는 자료가 더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들이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자'며 내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이들이 후원을 해서 운영하는 일본 고려박물관에서 강의를 했는데 170명이 모였다. 여성 독립운동가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다는 것에 일본인들이 많은 충격을 받더라. 이곳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에 대해 쓴 나의 시에 그림을 넣은 '시화'를 두 달간 전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10명 정도의 일본인은 한국까지 찾아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내 강의를 듣고,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한 일도 있었다." 고 전해주었다.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모르고, 일본인들이 더 많이 배운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현실을 극복하는 날이 와야 우리는 우리는 우리 역사를 바로 배우고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