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전기현(32) 세종 미르초(교장 김용덕) 교사는 대한바둑협회 공인 아마 5단의 고수다. 고교 1학년 때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독학으로 시작해 10여 년간 실력을 키워왔다.
그런 그는 가는 학교마다 바둑을 전파하는 ‘전도사’로 통한다. 진주교대 시절 동아리를 창단하더니 교실에까지 바둑판을 들고 들어왔다. 지난 2015년 미르초에 온 뒤 관리자들의 전폭 지원 아래 ‘바둑교실’과 같은 학급 운영을 하고 있다.
전 교사는 “바둑을 통해 인내심과 사고력 향상은 물론 좋은 분들까지 만났다”며 “이런 장점을 교육과 연결시켜 제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 교사의 학급은 바둑교실이나 다름없다. 화이트보드에는 자석바둑판이 대형과 미니 두 종류로 상시 부착돼 언제라도 즉시 설명이 가능하다.
화이트보드를 미닫이로 열면 벽장에 그가 직접 만든 교재가 가득하다. 아이들 모두 사용 가능한 분량의 접이형 바둑판과 바둑돌도 충분하게 비치돼있고, 윷판처럼 깔아 대형 바둑돌로 오목을 둘 수 있는 깔개 바둑판도 있다. 바둑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하게 마련한 것들이다.
전 교사가 진행하는 교실 바둑교육은 크게 세 가지다. 학급에서 하는 인성 중심 아침 바둑활동, 교과연계 바둑교육, 무학년제 바둑동아리다.
아침활동은 등교 후 20분 간 학급 친구끼리 짝을 지어 바둑을 두고 바둑기록장에 대국결과를 기록하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바둑내용을 돌아보고, 매달 ‘바둑오름판’을 통해 자신의 실력 성장을 점검한다.
전 교사는 “바둑을 두다보면 참아야 할 때가 있고, 패배를 인정해야할 때도 많다. 그 과정에서 인내심이 길러지고 차분한 성품도 얻을 수 있다”면서 “특히 패배를 경험하면서 내적 성장이 이뤄진다. 아이들이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자라면 나중에 쉽게 좌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바둑활동을 1년 정도 진행하면 학년 말 서로 겨룰 수 있는 수준이 돼 이 때 학급 바둑대회를 연다. 아이들이 즐거워함은 물론 수담을 나누면서 한 해 동안의 일을 돌아보면 공감대도 형성된다.
전 교사는 학생 눈높이에 맞춰 가르칠 수 있도록 직접 집필한 입문교재 ‘바둑 한판 어때?’를 활용하고 있다. 시중에 나온 교재로 하자니 지나치게 비싸고 급수에 따른 성취기준이 제 각각이었다.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교재를 만들자고 결심한 뒤 2년여 연구 끝에 완성했다.
바둑과 연계한 교과 수업 또한 만족도가 높다. 바둑만 둬도 머리가 좋아진다는데 수업과 연계시키니 학업에 더욱 도움이 된다.
수학의 경우 ‘수와 연산’, ‘도형 영역’을 연계하는가 하면, 무리수·사활·호구 등 우리가 흔히 쓰는 바둑용어를 활용해 국어교육도 할 수 있다. 도덕시간 준법관련 덕목을 수업할 때 바둑 역할극으로 내면화할 수 있고, 역사 속에서의 바둑을 통해 사회를 가르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전 교과를 바둑과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방과 후에 진행하는 무학년제 동아리도 인기다. 매년 선발인원보다 참가 희망 학생이 크게 웃돌아 별도 면접까지 해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주 1회 바둑을 공부하고 즐기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실력을 쌓아 학교 대표로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다.
스마트폰 대신 바둑돌을 들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자녀들의 모습에 학부모들도 반색이다.
전 교사는 앞으로 더 많은 교사들과 바둑교육을 공유해나갈 예정이다. 최근 교총 등에서 이런 내용으로 강의도 했고, 온라인 교사 연수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그는 “바둑의 기본 규칙, 상대 돌을 에워싸 잡아나가고 집을 짓는 방법 정도만 알아도 교과연계 바둑교육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