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의사(교사)가 환자(학생)를 진단하고, 처방(피드백)하는 과정이 치료(학습교정)가 가능한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와 같은 맥락입니다.”
2018 초등 수석교사 역량강화 학술 심포지엄이 4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서울교육 수업혁신! 평가혁신으로 시작한다’를 주제로 개최된 가운데, 주제발표에 나선 조호제 서울송파초 수석교사는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 이후 평가 혁신의 키워드로 떠오른 과정중심평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과정중심평가가 교사의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전문의의 치료과정을 비유한 것이다.
조 수석교사는 과정중심평가를 통해 교사들이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 피드백, 학생중심의 교수·학습 계획, 교수 스타일 개선 등 전반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학생으로 하여금 선생님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을 한다고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학습과정이 완료된 시기에 학생의 지식습득 정도나 수행 결과를 확인하는 단발성 평가는 아니고 교육과정에서 연속성을 유지한 평가로서의 의미다. 즉 학습을 위한, 학습으로서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반적인 변화가 급격히 이뤄질 경우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조 수석교사는 다행히 과정중심평가 자체가 새로운 논의는 아니라는 점을 들어 ‘작은 노력’으로도 학생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전달했다.
그 근거로 1999년부터 도입된 수행평가를 들었다. 조 수석교사는 선진국에서 1960년대부터 시행된 수행평가를 우리나라에서 21세기를 앞두고 도입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화사회에서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종합적이고 다양한 고등 정신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20년이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 목적에 맞게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볼 때 그 퇴색된 의미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형성평가(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습자에게 피드백을 주는 평가)의 개념에서 발전돼온 본질에 맞게 수행평가를 교실에서 적용해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학교현장의 핫이슈는 과정중심평가지만, 이는 특정한 평가도 새로운 평가방법에 대한 논의도 아니다”라며 “과정중심평가는 곧 수행평가를 의미하고, 이는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학습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로서 그 목적은 학생의 성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행평가는 도입 초기부터 진지한 검토과정을 거치지 못해 본질적 목적보다 평가방법의 다양화라는 다소 편협한 목적으로 보급됐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교사는 교수학습 내용에 맞춰 평가하는 것을 지양하고, 미리 목표와 평가를 연계한 다음 교수·학습 내용과 일체화시켜 교육목표-교수·학습 방법-평가 등의 일관성을 갖추도록 할 것을 권장했다.
앞서 기조강연에서 이찬승 ‘교육을 밖는 사람들’ 대표가 ‘세계교육의 변화와 한국 교실의 수업·평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특강하면서 이 같은 부분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수업설계에서도 목적이 없는 활동중심 수업, 진도 나가기에 초점을 두는 수업을 ‘두 가지 죄악(twin sins)로 규정하고 이해 목표수준의 제시, 이해를 위한 수업지도와 평가 관련 관찰 체크리스트 등을 제시했다. 형성평가에 대해서는 교과과정에 잘 통합돼 학생들에게 평가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형성평가의 피드백은 문자를 통한 지적보다 면대면 피드백, 반복된 지적보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게 하기, 동료 간 피드백 주고받기, 피드백 공유하기 등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심포지엄을 주관한 서울초등수석교사회 김석화 회장(서울등서초 수석교사)은 “학생 활동중심의 교육으로 전환됐지만 평가는 여전히 과거의 지필평가에 의존하고 있어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하고 있다”며 “수석교사회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적용한 내용을 토대로 몇 가지 모델링을 제안해 현장에 빠르게 정착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