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교육정책을 위한 제언

2018.07.17 09:00:08

한국은 유난히도 노동시장에서 불평등이 심한 나라이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 불평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저임금을 높여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같은 노력이 경제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시장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분제에 의하여 통제된 사회였다면 이제는 경제적 수준에 의하여 상위층과 하위층, 그리고 중산층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 하에서 상위층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이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신호’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좋은 학벌을 갖는 것이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명문대 졸업장은 그 사람의 능력을 보증해 주는 신호이자,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인증해주는 증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는 그 사람의 노동시장에서의 성공 여부와 사회적으로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벽의 좁은 문을 통과하여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좋은 학벌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고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왜 그래야 하는지 더욱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러니 자신의 자녀만큼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장벽 안의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되기를 소망하고, 이를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 자유 경쟁 체제 하에서 어느 정도의 노동시장 불평등은 불가피하다. 누구나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 또한 통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쟁에서 가정형편이 좋을수록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동질적인 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완전히 관련성이 없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부모의 영향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조건이다.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도 하위 성적 계층 학생들의 능력 향상에 보다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잘 하는 학교, 잘 하는 학생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의 내실화가 시급하다. 실업계고에서 전문화고로, 그리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로 고등학교 명칭만 바꾸는 정책에서 탈피하여, 이들의 실제 기초 역량을 향상시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 정부들에서 추진되어 왔던 선취업-후진학 시스템이 과연 이들의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도 누구나 필요하면 언제든지 양질의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이를 전문대학이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하여 실업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를 나온 학생들이 급여면에서 더욱 우대를 받을 수 있을 때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은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교육비용을 충당하는 지금과 같은 사립의 구조로는 불가능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립 전문대학 비율이 2% 수준이다. 전문대학의 국공립 비율을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인 80%대로 증가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고등학교든 대학이든 학교가 평준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 하위 서열의 학교에는 주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집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학교일수록 보다 우수한 교사를 투입하고 양질의 교육여건을 만들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차별시정 정책(affirmative action)’이 불가피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업성적이 뒤처지는 학생들의 성과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이 부문에 보다 많은 자원이 배분되고 정책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책담당자, 결정자들이 이들이 배우고 있는 학교 현장의 실제를 경험하면서 제대로 파악하여야 그 심각성을 이해할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체감하여야 올바른 정책이 생산 가능하게 된다. 공교육의 수장이 되려면 최소한 이들을 직접 가르쳐 본 경험이 있어야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겠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엄격한 평가와 치밀한 관리를 통해 학생들의 능력 향상이 극대화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뒤떨어진 학생들의 능력을 끌어 올리는 '상향평준화'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교육정책의 방향이라 믿는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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