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했다. 대입개편을 둘러싼 ‘백가쟁명’도 모자라 490명의 시민참여단의 공론화 결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말이 좋아 절차적 민주주의지 실상은 난장판이 따로 없다. 대입개편 과정에서 예측 가능성, 안정성, 현장성 등 교육의 소중한 가치는 모두 사라졌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2021 대입개편안 시안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돼 1년 유예 결정을 했다. 중심을 잡아야 할 교육부는 결정 장애라는 중병에 걸려 ‘보류부’라는 치욕스런 말까지 들어가며 대입개편의 책임과 권한을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넘겼다. 대입제도개편위→공론화위 → 시민참여단이라는 하청구조 속에 공론화를 거쳐 내린 결론은 ‘정시 확대’와 ‘일부 과목 상대평가 유지 원칙’이다.
물론 오차 범위 내의 투표 결과에 대한 불복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정시 확대 비율을 정하지 않았기에 과연 어떻게 적용할지도 숙제다. 그럼에도 이 결과를 부정하게 되면 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늦추게 되면 ‘늦은 결정은 나쁜 결정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현실화될 것이다. 소수의 목소리 큰 세력은 지난해 수능유예 주장 때처럼 계속해서 압박을 하겠지만 결코 책임을 져주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은 교육부가 눈치나 보고 책임을 미루는 데 더 큰 분노와 비판을 하고 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부에 권한을 주는 것은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지 다시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 행동심리학 강의’ 저자인 웨이슈잉은 잘못된 결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8가지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 교육부는 그 중 ‘의존적 성향과 흑백논리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를 되새겨 더 이상 좌고우면 말고 그나마 현장 적용성 높은 차선책을 마련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공론화는 정책 수립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될 수 없음을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