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쓸 돈, 미리 준비해야 현명하게 지출한다

2018.11.19 17:07:40

사용 시기 따라 달라지는 저축방법

 

지난번 글에서 ‘돈 쓸 때를 잘 구분해야 돈관리가 쉬워진다’는 주제로 미리 쓴 돈에 대해 알아봤다. 미리 쓴 돈이 가벼워야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 늘어 돈 관리가 쉬워진다. 미리 쓴 돈을 예방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 나중에 쓸 돈을 준비하는 일, 바로 저축이다. 예전에 저축은 무조건 은행 예적금이었지만 지금은 투자상품이나 보험도 있고 상품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나중에 쓸 돈의 성격과 사용 시기에 따라 준비 방법도 달라진다. 
 

■예적금=저축을 하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 적금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얼마씩 저축하거나 가지고 있는 돈을 용도에 따라 구분해 예금으로 나눠두는 것이다. 경제가 압축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는 저축을 적극적으로 장려했고 금리도 높아 예적금을 통해 재산을 형성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재형저축과 같은 비과세 상품도 많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저성장이 자리 잡은 ‘뉴 노멀(new normal)’은 예적금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내려간 일부 선진국의 상황과 나날이 새롭게 선보이는 투자 상품들은 ‘저축은 구시대적이고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돈을 모으고 굴리는데도 특별한 기술, 즉 재테크가 필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재테크 시대에 예적금은 구닥다리 유물일까? 그렇지 않다. 우선 돈의 가치하락이 크게 중요치 않은 ‘단기간’에는 예적금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돈을 모으고 준비하는 방법이다. 자산 배분 측면에 있어서도 언제든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장 확실하게 제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금리시대에는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예적금이 유용했다면 이제는 ‘확실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예적금을 다뤄야한다. 저금리는 이 확실성과 안정성에 대한 비용인 셈이다.  
 

■투자상품=재테크 바람과 함께 단기간에 대중화됐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대중 친화적이지 않은 것이 바로 투자상품이다. 손실과 이익이 반비례하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자본(종자돈)과 전문지식(투자기술)이 부족한 일반 대중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증시가 한번 씩 출렁일 때마다 개미투자자들이 그 손실을 떠안게 되고 멋모르고 주식이나 금융회사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는 문제가 종종 생기곤 한다.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지 않고 파는 불완전판매 문제는 규제와 금융소비자보호제도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리는’ 투자는 투자시장의 기본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누가)돈을 벌었다더라’는 소문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그럴수록 가격이 올라 시장은 점점 활기를 띠고, 시장이 호황일수록 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더 확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마치 큰 거 한방을 위해 판돈을 키우는 도박판과도 비슷하다. 올해 초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투자 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투자시장은 다수가 참가해 돈을 잃어야 소수가 그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다. 사탕 열 개를 가진 아이와 사탕 백 개를 가진 아이가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사탕을 하나씩 주는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확률적으로 이기고 질 가능성은 50%이지만 게임이 거듭될수록 사탕 열 개인 아이가 모두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열 번의 기회를 가진 것과 백 번의 기회를 가진 것은 이미 시작부터 극복하기 힘든 큰 격차이기 때문이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일반인이 투자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시간’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눈앞에서 초단위로 변화하는 거래량과 가격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려면 복잡하지만, 시야를 넓히고 긴 안목으로 ‘추세’를 보면 오히려 단순해서 잘 보인다. 당장 내일 어떤 종목이 오르고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향후 10년간 유망하고 성장할 분야가 무엇인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자신이 관련된 분야라면, 즉 해당분야에서 일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분야라면 더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투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돈을 모으고 굴리는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보험=보험은 흔히 공포에 떠밀려 소비하는 상품이다. ‘가장에게 생긴 갑작스런 사고로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지는’ 광고 영상은 공포심을 자극해 안전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보험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린다. 보장성 보험이 이렇게 공포를 통해 소비된다면 저축성 보험은 오해를 통해 소비된다. 즉 은행 예적금보다 금리가 높고, 비과세 혜택까지 주어지며 해지하면 손해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저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이,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저축성보험은 변동금리형이다. 가입 후 금리가 떨어지면 계약 당시의 높은 금리가 계속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최저보증이율을 통해 일정수준 이상의 금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저금리 상황을 반영해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지만 일정기간 이상 유지해야만 한다. 최근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자 ‘절판’ 마케팅이 성행하기도 했다. 혜택이 줄기 전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성 보험만 비과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교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저축보험의 가장 큰 문제는 ‘저축’처럼 보이지만 저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에 정기적금을 넣다가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애초에 약정된 이자는 못 받지만 원금은 손해 보지 않는다. 하지만 저축성보험은 중도에 해지하면 원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돌려받는다. 때문에 끝까지 유지하기에 부담이 없는 적은 금액으로 가입하고 여유 있을 때는 추가납입을 통해 불입액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 계약 금액을 낮춰 만기까지 유지할 가능성을 높인다면 장기적인 목돈마련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생애 설계를 통해 가늠해보자      

 

나중에 쓸 돈과 관련해서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언제 얼마나 어디에 쓸 것인가’하는 문제다. 생애 주기와 가족 구성에 따라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사건들도 있고 개인의 필요와 선호에 따라 달라지는 욕구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목돈을 써야만 하거나 쓰고 싶은 일들을 미리 예측해보고 자신의 재무상황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떻게 준비해나갈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막상 돈을 써야할 때 빚을 낼 수밖에 없고 무턱대고 돈을 모으다보면 정작 돈이 급할 때 손해를 보며 해지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생애설계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신만의 철학으로 대략적인 원칙을 세우고 향후 10년 단위로 주요 사건들을 예측해보고 관련된 경제적인 문제들을 검토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녀 2명을 둔 30대 후반 가정의 재무사건들을 검토해보면 크게 자녀부양과 교육, 독립지원과 부모님 부양, 부부의 은퇴 및 노후라는 큰 사건들과 함께 가족의 경조사나 차량교체, 이사와 같은 목돈지출들을 가늠해볼 수 있다. 
 

생애흐름을 통해 도출된 목돈 쓸 일들, 즉 재무사건들을 시기별로 정리해보고 단기, 중기, 장기별로 알맞은 금융상품을 통해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예적금의 경우 단기가 적합하며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의 경우 중장기, 저축성보험의 경우 10년 이상의 장기저축에 적합하다. 또 반드시 써야 할 상품은 예적금과 같은 확실하고 안정적인 상품을 활용하고 자동차 교체와 같이 필수적인 지출이 아닌 선택적이거나 추가적인 비용이라면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과세 상품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금융 상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이지만 한시적으로 가입이 가능한 비과세 상품도 있다. 새마을금고나 신협, 지역농협과 같은 상호금융기관의 조합원은 출자금에 대해 비과세 될 뿐 아니라, 출자금과 별개로 3000만 원까지 비과세된다. 대신 농특세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3000만 원을 연2.5%로 1년간 정기예금에 가입한다면 세전이자 75만원에서 11만5000원의 이자소득세가 발생하지만 상호금융기관을 이용해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 농특세 1만500원만 내면 된다. 즉 실질금리는 연 2.9%가 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65세 이상이라면 비과세종합저축을 통해 5000만 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종합저축은 정기 예금이나 적금 뿐 만아니라 수시입출금 통장에도 적용 가능하고 5000만 원 한도 내에서는 금융기관이나 계좌 수에 상관없이 복수로 설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농어민이 가입할 수 있는 농어가목돈마련 저축도 있는 만큼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 사용할 돈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라면 부모님 명의로 비과세종합저축이나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선정 경제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