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원민족대표 현창이 갖는 의미

2019.03.12 09:32:33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에서 각계각층에서 기념식을 열고 있다. 특히 한국교총은 3·1독립 선언에 참여한 민족대표 33인 중 아홉 분이 교육자인 점을 기념하여 ‘3·1운동 100주년 교원민족대표 애국애족 현창 기념식’을 거행했다. 이 자리에서 3·1 독립 선언에 참여한 민족대표 33인 중 세 분의 교육자 후손들에게 현창패를 전달하고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현재 아홉 분 중에서 후손과 연락이 닿는 분은 김병조, 오화영, 이필주 선생뿐이다. 김병조 선생은 상해에 인성학교와 신일소학교 등 신식학교를 설립하여 근대교육에 앞장섰다. 문맹률이 70%에 육박하던 시절에 선생은 오직 교육만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교육에 매진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고인의 공적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선열들의 숭고한 뜻 이어가야
 

오화영 선생은 1925년 이상재, 윤치호, 유성준, 장두현, 구자옥, 유억겸, 이갑성, 박동원 등과 함께 해외 독립운동 단체인 흥업구락부와 신간회 등을 조직해 항일운동에 힘을 보탰다. 또한 지금 건국대학교 전신인 조선정치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필주 선생도 일제강점기 눈부신 교육 활동으로 독립운동의 최일선에서 활약했다. 이 선생은 상동청년학원 초대 체육교사로 유치원(유아학교), 야학 등을 열어 미래 대한민국을 일으킬 인재 양성에 힘썼다.
 

이토록 전국 각지에서, 해외에서 자신의 사재를 털고 또는 하나뿐인 목숨을 초개처럼 바치며 조국 독립을 위해 애쓰신 선배 교육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융성한 나라에서 복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런 분들의 뜻을 얼마나 받들어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3·1 독립선언서에 참여한 민족대표 33인 중 아홉 분이 교육자였지만 이 가운데 후손과 연락이 닿는 것은 앞서 말한 김병조, 오화영, 이필주 단 세 분뿐이었다. 국가보훈처가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교원민족대표 후손들은 당장의 생계 걱정에 급급한 반면 친일파 후손들은 떵떵거리며 잘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알퐁스 도데는 그의 소설 ‘마지막 수업’에서 민족의 얼과 모국어를 잊지 않는다면 감옥에 갇혀있더라도 광복의 열쇠를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윤봉길 의사도 훙커우 의거 전까지 고향인 덕산에서 야학을 열어 후학들을 가르쳤다. 한 청년이 자신의 부모가 묻힌 묘소를 찾지 못해 공동묘지에 있는 묘비를 모두 뽑아온 것을 본 윤 의사는 큰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동네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이러한 교육이 빛을 발해 예산에서 그 유명한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탄생됐다.
 

지금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를 일소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청산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제의 잔재는 우리 사회 곳곳에, 특히 교육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어 잔재다.
 

일재잔재 청산도 시급한 과제

 

현재 교총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하자는 운동은 그 중 하나다. 과거 일제가 지은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꿨듯이 정부는 하루속히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해야 한다. 이 밖에도 ‘교감’이란 명칭도 일제 잔재인 만큼 ‘부교장’과 같은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애국조회, 거수경례, 일본식 법률용어 등도 시급한 청산 대상이다.
 

이제 100년 전 교원민족대표들이 선언한 내용대로 신천지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으며, 위력의 시대가 물러가고 도의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의 모든 기운은 대한민국으로 몰려들어 만물의 회생을 돕고 있다. 이 기운을 타고 새로운 100년, 아니 새로운 1000년을 교육과 함께 열어가자.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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