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꿈을 선물하는 교사들

2019.05.03 10:00:00

“과학에 살어리랏다... 아·꿈·선”

교사는 창의적 전문가다. 교사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교육과정 및 교육자료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한다. 기존 교과서 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새롭게 수업내용을 재구성하고 교육자료를 수정·개발한다.

 

교사는 또 창의적 융통성을 발휘 교실 상황에 맞춰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수업을 고안하고 운영한다. 이처럼 학습자의 흥미를 자극해 교육 효과를 높이는 수업은 교사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많은 교사들이 창의적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각종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시대다. 관계속에서 공생하고 상호 협력하는 존재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는 교사 연구모임을 찾아간다.

 

유튜브를 활용, 낙후된 지역에 과학교육의 꿈을 심어주는 젊은 과학교사 모임 아꿈선. 교사 내면의 성찰과 배움을 통해 행복한 교사로의 여정을 시작한 행복나눔 성장교실. 그리고 영어교사의 전문성과 수석교사로서의 자긍심을 지켜나가는 서울중등영어수석교사연구회의 열정적 활동을 소개한다.

 

“♩ ♪ ♬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나는야 버섯 / 사실 식물이 아니야 곰팡이 균계생물 / 곰팡이와 버섯의 닮은 점은 뭘까? / 스스로 광합성 못해 균계생물 / 동식물과 썩는 물질을 통해 / 양분 얻어 점점 몸집을 키워 / 혼자 양분 못 만드는 버섯과 곰팡이/ 습하고 그늘진 곳 좋아한다네~”

 

이 노래는 ‘아꿈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초등 3분 과학’에 올라온 ‘신기한 생물송’이다. 버섯이 식물인지 곰팡이 인지 헷갈릴 때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노래를 만든 주인공은 전남 무안 현경초등학교 과학전담 교사 한도윤 씨. 복잡하고 어렵고 딱딱한 교과서 속 과학개념을 동요로 쉽게 풀어냈다. 기존의 과학송들이 학습내용의 단편적 부분만을 다뤘던 것과 달리 아꿈선 과학송은이처럼 한 단원의 핵심내용을 재미있는 노랫말로 재구성했다. 작사와 작곡은 모두 ‘아꿈선’ 교사들이 직접 했다.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기 위해 모인 현직 교사들의 모임

아꿈선은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기 위해 모인 현직 교사들의 모임’의 줄임말로, 서울·경기·전남·전북·광주·경남의 현직 교사들과 광주교대 학생까지 총 4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 2017년 1월 개설된 유튜브 채널에는 350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지난 4월 현재 구독자 수는 3800명, 동영상 조회 수는 35만이다.

 

아꿈선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됐다. 재능 있는 학생들이 학습방법을 모르거나 비싼 학습자료 때문에 과학에 흥미를 잃고 좌절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교사들이 의기투합,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과학실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계기가 됐다.

 

아꿈선의 ‘초등 3분 과학’은 초등교과서 내용에 맞춰 학습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실생활과 접목된 재미있는 실험으로 이해를 높이는데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3학년 2학기 5단원 3차시, ‘어떻게 하면 큰 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영상에는 작은북과 북채, 콩 한 줌이 등장한다.

 

이어 북 위에 콩을 쏟으면 준비 완료. 흰색 실험복을 입은 교사가 북을 크게 연주할 때와 작게 연주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콩들의 움직임을 통해 소리의 세기에 따라 물체의 떨림도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실험이다.

 

6학년 2학기 1단원 1차시. 이번엔 폭신폭신한 빵을 만드는 신기한 마법을 선보인다. 효모를 이용해 밀가루를 부풀리는 과정을 소개하는 동영상이다. 이런 영상들은 아꿈선 교사들이 모두 직접 제작한다. 대본작성부터 영상촬영·편집·업로드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제작비는 교사 1인당 월 2만원씩 회비를 걷어 충당한다. 턱없이 모자란 액수여서 웬만한 것은 몸으로 때워 해결한다.

 

없던 힘도 솟아나게 하는 유튜브 채널

4월 들어 더 바빠졌다. 초등 5·6학년 과학실험 편집이 막바지에 이른 탓이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5명의 교사가 하루 8시간씩 사전실험하고 촬영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방과후에 영상제작이 이뤄지다 보니 밤늦게까지 촬영이 진행되기 일쑤다. 한 교사는 “이런 생활을 3년째 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교사들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댓글을 볼 때면 없던 힘도 솟아난다. 숙제에 도움이 돼 고맙다는 학생부터, 과학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거나, 궁금한 점을 못참고 빨리 답해달라며 조르는 학생까지 피드백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는 학부모는 물론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교대생들과 현직교사들의 시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유튜브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임용시험 준비생들에게는 알토란같은 정보의 보고가 되고 있다. 교육과정에 가장 충실한 실험내용이 올려져 있다 보니 현직교사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유튜브 채널이 됐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아꿈선 회원으로 활동 중인 예비교사 강지은씨는 아꿈선이 만든 유튜브를 보며 임용시험을 준비,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아꿈선은 과학학습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자 올해부터 아예 댓글 전담교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가르치는 위치에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교사들이 교수·학습활동에 더 많은 도움과 배움을 얻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꿈선의 명확한 목표, 유튜브를 통한 국경없는 교사회 활동

유튜브를 활용한 과학수업은 시대변화에 발빠르게 대응, 학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한글은 잘 몰라도 도티와 캐리는 잘 안다. 이들은 학습에 대한 궁금증을 포털검색에서 찾기보다 유튜브를 활용하는 데 더 익숙하다.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가 유튜버일 정도다.

 

유튜브를 활용한 학습은 정규 수업시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우선 학생들은 수업 전에 배울 내용을 미리 학습하고 올 수 있다. 수업시간에는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 실험재료를 찾아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탐구한다. 교사는 실험과정과 주의점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또 학생들과 실험 과정 및 결과에 관해 토론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충분한 상호 교감이 장점이다.

 

유튜브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머릿속의 지식을 스스로 실험하고 탐구하면서 지식의 생산자로, 또 학습의 주인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아꿈선의 목표는 명확하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 내용을 영어·중국어·일어로 번역해 세계 각국에 학습 콘텐츠를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배움의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까? ‘국경없는 의사회’처럼 유튜브를 통해 ‘국경없는 교사회’ 활동을 해나가는 게 꿈이라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교육에 활용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교사들이 많아진다면 부정적인 콘텐츠로 신음하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아꿈선 교사들. 그들은 유튜브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는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그린 교사(강진 군동초)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교사라는 직업과 좋아하는 과학, 그리고 봉사가 함께하니 전혀 힘들지 않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월간 새교육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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