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스승의 날을 생각한다

2019.05.13 13:02:36

5월 15일은 제38회 스승의 날이다. 동시에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굳이 스승의 날을 세종대왕의 탄신일로 정한 것은 깊은 뜻이 있어서다.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우매한 백성들을 깨우치게 한 민족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승이란 우매한 사람을 가르쳐서 바르게 인도하는 사람이란 뜻을 품고 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들이다.

 

여기저기 교권추락의 한숨이

 

그런데 요즘 스승이 사라졌다고 걱정이다. 스승은커녕 하루가 멀다고 오르내리는 낯 뜨거운 이야기들, 차라리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할 뉴스들이 온통 매스컴을 장식한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며 선생님이란 호칭을 아예 ‘님’이나 ‘쌤’으로 고친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가뜩이나 교권이 땅에 떨어져 선생님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마당에, 이 같은 호칭변경 시도는 교육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흔히 인류의 발전사를 논할 때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빼놓을 수 없다. 공자와 안회가 그렇고, 예수와 열두 제자가 그렇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그렇고, 요나스 콜린과 안데르센의 만남이 그렇다. 이들의 만남은 개인적으로도 복이요 인류 역사에 있어서도 홍복이다. 이처럼 훌륭한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일생 동안 소중한 만남이 되는 동시에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만약 공자에게 재아(宰我)처럼 아둔한 제자만 있었다면 오늘날의 논어는 세상에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요, 예수에게 열두 제자가 없었다면 성경 또한 탄생되지 못했을 것이고, 소크라테스에게 플라톤 같은 영민한 제자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서양철학은 한참이나 후퇴했을 것이고, 안데르센이 요나스 콜린을 만나지 못했다면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명작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있다.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다. 이처럼 스승과 제자의 관계란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그리고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부, 이를 뒷받침하는 학부모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해본다. 요즘 학생들에게도 스승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 시대의 교실에서 선생님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아이들의 마음속에 각인될만한 감동을 주는 존재인지 생각해본다. 만약 아이들에게 생각나는 스승이 없다면 선생님 책임 또한 크다. 선생님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인사를 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출근하자마자 교무실로 걸어가는 동안 어림잡아 십여 명의 학생들에게 인사를 받는다. 수업 시작 전과, 후에도 단체로 인사를 받는다. 교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면서 또다시 인사를 받는다. 퇴근 후에도 학부모님께 인사를 받는다.

 

이렇듯 하루 동안 교사가 받는 인사의 횟수는 어림잡아 수백 번은 될 것 같다. 세상에 이처럼 많은 이들로부터 기림을 받는 직업이 또 있을까. 하루에도 수백 번의 인사와 존경을 받는 직업은 선생님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자신이 과연 이런 인사를 받아도 될 만큼 스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선생님 자랑스러운 사회라야


더불어 우리 사회에 존사애제(尊師愛弟)의 정신도 부활시켜야 한다. 흔히 한 나라의 미래가 청소년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런 청소년들을 동량지재로 길러내는 것은 선생님들이란 사실을 우리들은 잊고 산다. 선생님이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와 칭찬 한마디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엄청난 잠재력을 발현시킨다. 이것은 오직 선생님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땅의 모든 선생님이 다시 태어나도 교사의 길을 걷겠다고, 선생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도록 해드려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그것이 곧 모두가 행복해지는 첩경이다.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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