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도민은 물론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경남학생인권조례가 부결됐다. 경상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심의 후 표결에서 재적위원 9명 중 찬성 3명, 반대 6명으로 부결된 것이다. 이제 경남도교육청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조례안 폐기 등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극심한 이념대결과 혼란 초래
경남학생인권조례안 제정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09년과 2012년에도 제정을 시도했다가 극심한 갈등과 혼란만 야기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찬반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됐다. 찬반론자들은 그동안 각각 천막 농성, 찬반 집회, 광고·언론 홍보, 도의원 로비 등을 펼쳤다. 또 입법예고된 안에서 34개 항목이 수정되었으나 아직도 학생인권 존중과 보장에는 미흡하다는 판단이 부결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부결이 현행 법령과 학교 규칙 등으로도 충분히 학생인권을 존중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일찍이 경남도교육청이 입법예고 할 때부터 찬반 논쟁이 예고됐다. 여론은 찬반으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정치권의 이념대결로 이어졌다. 학생인권조례를 보혁(保革) 대립으로 몰아간 것은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오로지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의 건전한 발달과 성장, 인권적 가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
사실 인권은 인간의 천부적인 보편적 권리다. 따라서 학생인권 존중과 신장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고 소중한 가치다. 이번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 모두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의 인권존중과 인권신장이라는 대명제에는 이의가 없었다. 이는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모두가 이 시대 교육과 학생들의 인권을 걱정하고 더 좋은 학생인권을 위해 고뇌하고 있다. 다만, 학생들의 안전한 인권존중과 인권보호에 대한 세부 방법론에 대한 작은 견해차가 있을 뿐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 반대론자들은 학생들의 인권 존중과 신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조례안 제정되면 이후에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했다. 학생 성 문란, 학력 저하, 생활지도 실종, 교권침해, 상위법령 위반 등 학생들을 일탈과 방종을 걱정한 것이다. 특히 반드시 학생인권은 교원교권(敎員敎權)과 함께 보호돼야 한다. 학생인권 신장이 교권침해의 소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조례안 발의과정에서 일부 교원들은 ‘생활교육 포기방안’, 학부모단체에서는 인권으로 포장된 ‘학생일탈 방조법’이라고까지 혹평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2011년 경기·광주, 2012년 서울, 2013년 전북 등 진보교육감 소속 4개 교육청에서 운영 중이다. 이들 지역 역시 조례 제정 당시 극심한 충돌과 대립을 겪었다. 지난해 학생의 거짓말로 교사가 희생된 전북 사례처럼 지금도 학생인권과 교권 충돌, 학생생활지도 애로 등 크고 작은 혼란을 겪고 있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진정 ‘학생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자성의 흐름이 있다.
모름지기 학교는 교육활동의 보금자리고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배움터다. 즉 학교는 ‘학생들이 해야 할 것을 오롯이 행하게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반드시 하지 않게 스스로 체득하게 하는 곳’이다. 학생들의 자유·자율과 방종·방임은 전혀 다른 것이다.
국민적인 동의 속에 추진돼야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근본 목적은 학생들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인권과 가치가 학교교육과정 등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서 존중되고 실현될 수 있게 하는데 있다. 학교 교육공동체 구성원인 학생, 교원, 직원, 학부모 등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배려하는 가운데 건전한 학교 문화를 조성·정착하는 게 지향점이다. 이러한 점을 전제하면 학생인권은 미래의 주인공들인 학생들이 안전한 배움터에서 성장토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이번 경남학생인권조례안 부결에 즈음하여 그동안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이라는 미명 하에 오히려 학생인권, 교권, 학부모의 우려 등을 방기(放棄)하지 않았는지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관행화된 편의주의·편리주의가 학생인권으로 오도된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모름지기 학생인권은 모든 학생들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라는 전 국민의 인식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