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한 이파리가 자연의 자태를 뽐내며 연일 어서 오라고 손짓을 했건만 하루하루 아이들과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학기말 직원여행으로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이 바로 이천이다. 서른 명도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의 직원들이 꽃단장을 하고 도착한 곳은 에덴파라다이스호텔, 미세먼지에 숨 한 번 크게 쉴 수 없었던 도심을 벗어나니 청정한 맑은 공기와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조차 평화롭다. 여기저기서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꽃과 나무들을 배경삼아 사진 촬영하기에 바쁘다.
저녁식사로 나온 양고기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는 게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다. 혼자만의 맛에 취해 좀 게걸스럽게 양고기 살을 뜯어대는 내가 신기했던지 한참동안 처다보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양고기와의 인연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몽골 여행 중 한주전자 정도의 물로 양을 잡아 게르에서 요리를 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일행 중 한 분은 아예 이참에 몽골에 눌러 살란다.
마침 바리톤 김동규씨와 룰라장의 디너콘서트까지 열려 제대로 된 호강을 누렸다.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김동규 씨를 실제로 보니 더욱 멋지다. 디너콘서트까지는 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도둑고양이처럼 맨 뒤에 살짝 숨어서 감상을 하려 했더니 나가란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나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직원들과 함께 어우러져 신나는 레크레이션과 맥주파티까지 완벽한 밤이었다.
이튿날 여행지는 이천 시립 월전 미술관, 한국화의 대가 장우성 선생님의 작품을 본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이천 시립월전미술관은 마지막 수요일이 있는 주 토요일이 문화가 있는 날로 입장료가 무료란다.
아하, 이런 행운까지 누리다니…… 게다가 DIY 장명루 팔찌 만들기 체험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저마다 팔찌 만들기에 푹 빠져 제대로 된 힐링과 재미를 누렸다.
점심으로 먹은 이천쌀밥은 푸짐한 한상 차림이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고 행복하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은 천연 새싹 삼, 어찌나 싱싱하고 상큼한 지 옆 테이블 동료직원 것까지 빼앗아 먹어 버렸다. 귀한 삼을 통째로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새싹 삼은 뿌리와 잎, 줄기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다 먹을 수 있는 삼이다. 꿀에 콕콕 찍어서 잘근잘근 씹어 먹는 느낌은 향도 좋지만 건강해질 것이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까지 더해지니 힘이 절로난다.
비교적 짧은 1박 2일의 직원여행이었지만 이천 여행은 몸과 마음의 힐링코스로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