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장 재산등록 추진을 보며

2019.07.08 15:21:18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국·공립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방안’을 다시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2010년에도 학교장 재산등록방안을 추진하려다 비판적인 국민 여론과 일선 학교장들의 반발 등으로 철회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의견조회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시행했고, 시·도교육청은 이를 단위 학교에 이첩하여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에 대부분의 일선 학교장들은 반대 의견을 개진하며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교장을 ‘잠재적 범죄 대상 군(群)’으로 예단·매도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 전형
‘국·공립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방안’을 추진하는 권익위는 학교장이 인사, 예산, 회계 등 학교 행정 전반을 위임받은 큰 권한, 타 공무원과의 형평성, 권한만 있고 의무가 없는 체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유명무실 견제 등을 재산등록 시행 이유를 들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

 

물론 학교경영을 총괄하는 학교장의 권한에 따른 책무성 담보는 당연하지만 그 열쇠가 재산등록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권익위는 국공립 학교장이 일반직 4급(서기관) 상당의 예우를 받기 때문에 당연히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교원인 학교장을 일반직 4급과 단순 대응·비교하는 것도 문제지만, 최근 교육 현장에서 학교장의 대우는커녕 빈번한 교권 침해로 제대로 학교경영을 할 수 없는 일선 학교장들의 호소를 외면한 처사다. 아울러 학교장 재산이 공개될 경우 학생·학부모 인지, 사생활 침해 문제 등도 우려된다.

 

교원인 학교장은 직무 자체가 일반 공무원의 그것과 현저히 다르다. 학교장이 폭넓은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학교경영과 학생교육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법령, 매뉴얼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로 학교장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여지는 거의 없다. 또 외부인과의 금전적 결탁과 수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현재 단위 학교의 사업과 예산에 관한 주요 사항은 학운위에서 결정하고, 공사·구매 등은 행정실장 주도로 대부분 공개입찰로 시행되며 나아가 집행 결과는 학교정보공시를 통해 정기적으로 공개되는바 부정·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차단된 체제다.

 

2018년 현재 전국의 국·공립 유·초·중·고교는 9768개다. 이들 모든 학교는 매년 ‘공공 기관 청렴도 평가’, 학교장들은 개인별 ‘청렴도 평가’ 등을 받아 투명성 제고와 자정(自淨)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일정 기간 주기로 교육지원청, 시·도교육청 등 상부 기관의 정기 감사와 수시특별 간사 등을 수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학교경영, 학교교육과정 운영, 예산회계 집행, 공사·사업 시행 등에 종합적 검증을 받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른 재산등록 대상은 4급 상당 공직자, 정무직 공직자, 금융·소방·경찰·감사 등 특정 업무 담당자 등이다. 애당초 학교장을 재산등록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학교경영, 교직원 지도·감독, 학생 교육 등 직무 자체가 금품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비리 발생 원천적으로 불가능
헌법재판소도 2010년 ‘교육공무원을 재산등록 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평등권 위배’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타 직종은 대민 접촉, 민사 분쟁 개입, 금품 수수 등의 개연성이 높으나 교육공무원은 그렇지 않다’고 결정한 바 있다. 권익위는 헌재 결정의 함의(含意)를 헤아려 ‘국·공립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방안’을 철회해야 한다.

 

학교경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그릇된 근시안적 교육 정책이 학교장의 사기 저하와 학교의 혼란을 야기해 소탐대실(小貪大失)해서는 안 된다. 학교장은 단위 학교 경영의 기둥이다. 학교장을 흔들면 단위 학교가 흔들리고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 전체가 흔들린다.

 

교육과 학교의 위기라는 이 시대, 지금은 학교장들의 사기를 꺾을 때가 아니라 우리 모두 교권 신장과 자긍심 제고에 힘과 뜻을 모아야 할 때다. 교육부와 권익위는 학교가 안정된 가운데 긍지 높은 학교장들이 미래 세대 육성이라는 본연의 소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친현장적 지원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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