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내부형 교장의 필요조건, 충분조건

2019.08.06 10:30:00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하는 이유는 현행 승진제를 보완한다는 취지가 강하다. 즉, 교사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교원임용고시가 생겼듯이 학교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도입했다. 그러면 과연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이에 얼마큼 부합하는지 현재까지 진행된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 학교엔 교장이 될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떤 단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교육감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사, 더해서 어떤 학습공동체와 함께하는 교사라고 한다. 이런 교사보다 뛰어난 교원이 응시하지 않았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교사, 교감, 장학사 등을 거쳐 객관적으로 교장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교원이 탈락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교사의 자질과 교장의 자질은 다르다. 교사의 자질에 ‘무언가1 ’가 더해져야 교장의 자질이 된다. 그래서 현행 교장제도에서 ‘무언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교사들은 많은 노력을 한다. 어떤 교사들은 이 ‘무언가’가 비합리적이고 바른 교사 되기를 포기하게 하고 심지어 가정까지 버리게 하는 제도라고 비난한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것보다 교장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교사가 더 낫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 역시 한 때 교사의 자질만 충분하면 교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교감이 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교감이 되는 과정을 통해 교감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많이 부족했다. 지금도 그렇다.

 

내부형 공모교장 자질 검증에 한계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현재의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좋은 교장이 되기 위한 어떤 ‘무언가’를 충족시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쉽게도 내부형 교장공모제 진행 과정은 교장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 경상남도교육청의 경우 교감 자격연수 대상 후보가 되면 전화 설문과 심층 면접을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연수 대상자가 된다. 교감 자격연수 시험도 객관식 위주에서 논술과 서술형으로 바뀌었다. 내부형 공모 교장제도가 이보다 더 잘 검증하는 시스템인지는 의문이다. 내부형 교장 공모에 응시한 교원과 내부형 교장을 선출하기 위한 분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에서 교장으로 선출되려면 지역사회와 학부모, 교사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오랫동안 사전에 접촉해서 공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정도 조직을 갖추지 않은 교원이 이들과 일일이 접촉하는 것은 시·공간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교장으로서의 자질과 더불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로 작용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장으로서의 자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고, 특정한 세력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학교공동체의 다양한 요구를 공정하고 슬기롭게 수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혁신학교가 기초학력 저하 현상을 가속화 시킨다고 비판 받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정 단체, 특정 세력의 철학과 논리로 학교를 끌고 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물론 이 자리에서 특정 단체와 특정 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름과 차이’를 그동안 차별받은 것에 대한 ‘보복과 틀림’으로 받아들여 그들만의 의견을 다양성으로 해석하고 그 밖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태도는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법령과 전문성, 그리고 다수결의 함정

많은 이들은 또 현재의 교장 임용 제도로는 학교가 민주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민주적인 학교 문화의 의미를 물어보면 ‘학교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현명한 결정을 하려면 반드시 집단지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전문성, 지식과 지혜의 차이, 경험 등을 무시하고 ‘1인 1의사 표시’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식의 의사 결정은 결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선 학교는 법령으로 운영된다. 법령은 복잡하다. 얼마 전 연수에서 법 관련 전문 강사가 한 말이 귓전을 맴돈다. “학교에는 백가지 직종이 존재할 수 있고 실제로 스물다섯 가지 직종이 있는 학교가 존재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학교에 다양한 직종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뿐인가. 복무도 다 다르다. 역할이 다르고 관리하는 방법도 다르다. 어떤 직종은 학교장이 지시할 수 없고 관리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이런 점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법령을 위반하는 강제성이 동원되면 안 된다. 법령을 잘 모르면 관리자에 의해서만 갑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종 사이에도 갑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학생 교육 활동과 관련되는 법령과 매뉴얼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구성원들의 전문성, 지식과 지혜의 차이, 경험을 무시한 다수결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 교감과 교장의 역할, 전문가의 영향력을 배제한 교사들에 의한 결정이 목적이다 보니 오히려 학교는 전문성 결핍에 노출되곤 한다.

 

지금의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민주적인 학교 문화에 전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문을 갖는 이유다. 혹자는 선출되는 교장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현재의 교장 임용제도의 불합리한 점도 사람의 차이에 의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부형 교장공모제 발전을 위한 검증 필요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보완되어야 한다. 교육감이 바뀌더라도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에 입각한 공정한 절차에 의해 선출되었는지, 중립적인 전문가 그룹에 의한 감시 체계와 검증 절차가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 또 동료 평가, 심층 면접, 상호 토론, 전문가 그룹에 의한 질의응답 등과 이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교장 자격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기존의 교장 임용제도에 비해 나은 것인지 후속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부형 공모교장제에는 아직 그늘이 존재한다. 그 그늘은 우리 교육의 부끄러운 초상이기도 하다. 상생과 존중의 빛으로 그늘이 더이상 길고 짙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백 경남서포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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