岳飛 ‘하나의 중국’ 걸림돌(?)

2019.08.23 14:12:55

역사교육 딜레마 빠진 中

한때는 민족 영웅이었지만
교과서에서 관련 내용 삭제

 

 

중국에서 살다보니 아무래도 중국의 여러 곳을 자주 여행하게 된다. 이러한 특이한 경험은  스스로에게도 그렇지만 중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도 살아가는데 있어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 한다. 우리나라의 여름 무더위도 심하지만 중국의 여름도 무척이나 덥다. 
 

중국의 도시 중 난징, 충칭, 우한은 중국의 3대 화로로 불리는 무더운 곳이다. 이곳의 더위는 최고 섭씨 4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게다가 습도까지 높다. 워낙 대륙이 크다보니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고 그러한 기후 이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중국의 학교도 9월 새 학년이 되기 전 여름방학을 한다. 대륙 곳곳에 있는 역사의 현장에는 자랑스러운 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중국의 부모들과 그 자녀들로 가득하다. 상하이 박물관은 베이징 고궁 박물관, 난징 박물관, 산시 역사박물관과 함께 중국의 4대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8000명만 받아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들다. 
 

아침 일찍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여름 더위에 줄을 서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천막과 지그재그 식의 펜스, 대형 선풍기 등을 설치해 놨지만 흐르는 땀으로 사람들의 불쾌지수는 무척 높다. 초등 저학년으로 보이는 학생이 계속해서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더운 날씨에 기다리면서 박물관을 들어가기 싫다고 떼를 쓰자 엄마가 “你是中國人嗎?(너 중국인 맞아?)”라며 야단을 치고 있다. 그 방법을 떠나서 떼를 쓴 아들에게 박물관에 전시된 중국의 역사와 유물들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한 시간이 지나 간신히 들어가긴 했지만 뒤로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광활한 국토와 오랜 역사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여행 중 이러한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상하이에서 고속열차로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호수의 도시 항저우에는 악묘(악비의묘)가 있다. 남송(南宋)초기의 무장이자 학자이며 서예가였던 악비(岳飛)는 중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족인 한족의 영웅이다. 악비는 북방 여진족이 건립한 금나라에 맞서 용감히 싸웠으나, 금나라와 화친을 주장하던 재상 진회의 음모로 투옥돼 비참하게 처형당한다. 훗날 진회의 모함이었음이 밝혀지자 악비는 민족적 영웅으로 추대됐고 그때 악묘가 세워졌다. 아직도 중국의 항저우 및 일부 지역에서는 악비를 칭송하는 제를 올리는 곳들이 많다. 
 

한족이 세웠던 명나라 때는 악비를 영웅으로 삼았지만 이민족이 세웠던 청나라 때는 또 반대의 경우가 됐다. 1894년 중국이 청일 전쟁에서 일본에게 패배한 후 악비를 숭배하는 분위기는 다시 고조됐고, 1931년 일본군에게 동북 지역을 점령당했을 때는 민족 영웅으로까지 칭송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중국 정부는 악비를 영웅으로 받드는 것을 금기시 하고 있다. 중국은 한족뿐만 아니라 만주족 등 여러 소수 민족을 포괄하고 있지만 국가 정책적으로는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때로 중국 중앙정부와 대립하기도 하고 독립을 외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한족의 영웅이지만 만주족 등 다른 소수 민족에게는 그 반대일 수 있는 인물을 국가적 영웅으로 만드는 것을 막고 있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은 한족이 다스렸던 기간뿐만 아니라 비한족의 통치 기간도 중국 역사에 포함한다는 개념에서 2002년 “악비는 외국 침략에 대항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민족 영웅이라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에 따라 초중고 교과서에도 이런 내용이 슬그머니 반영 된다.
 

하나의 중국과 지금의 홍콩의 사태, 그리고 대만과의 관계 등이 역사교과서에는 어떻게 서술될 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김현진 중국대련한국국제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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