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염병 방역 학교에 떠넘겨서야

2020.02.17 13:58:00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전 세계가 비상사태다. 발병국인 중국에서는 이미 확진자 7만 명, 사망자 1700명을 넘어섰다. 날이 갈수록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아직 사망자는 없지만, 확진자가 늘고 있다. 바이러스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된다.

 

단위학교 방역물품 확보 못해

 

정부에서는 중국 발 입국 제한, 입국자의 격리 수용, 국민 교육·홍보 등의 방역대책을 수립·실행 중이다. 이에 따라 전국의 유·초·중·고·대학교 등 각급 학교도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학교별로 줄줄이 개학·졸업·입학식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 후 휴교·휴업 중이다.

 

그런데 전국의 학교가 전염병 확산 방지와 방역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교육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선 학교는 개학 연기·휴교·휴업, 의심 환자 출결처리 기준, 관련 의약·방역물품 구입과 행정에 정부와 교육당국의 혼선과 무책임으로 애로가 많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인 학교의 감염 예방과 방역 활동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국가적인 대처와 교육당국의 인적·물적·행정적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관련 방역물품 지원, 행정체계 등이 학교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

 

우선 화급하고 필수적인 마스크·손세정제 등 방역물품은 교육당국에서 확보, 공급하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보건 관리 기준·지침에 따라 마스크, 손세정제, 체온계 등을 구비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학교 보유분은 금방 소진된다.

 

그렇다고 단위학교에서 이들 물품을 조기에 대량 구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폭등, 예산부족은 차치하고 품귀현상으로 구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현재 학교에서 업체에 마스크·손세정제 등을 주문하면 적어도 보름 이상이 걸린다. 학생들에게 기침예절, 손 씻기를 강조하는데 정작 마스크·손세정제 등을 지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처럼 비상시에는 관련 방역물품 구입을 단위 학교에 맡기기보다는 정부와 교육당국 차원에서 일괄 구입해 일선 학교에 보급하는 ‘안정적 생산·유통·공급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판매처에도 일인당 구입량 게시, 매점매석의 제재 등과 같은 피상적인 임시방편이 아니라, 비상시 학교·학생용 구입은 우선 공급토록 지침을 개선해 원활한 공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감염 예방·교육·홍보·행정 보고 등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각급 학교에 보조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보건교사가 없는 소규모 학교와 ‘나 홀로 근무’하는 유치원 등의 경우 보조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교육청 차원에서 보건 보조인력 풀을 구축해 대체 인력을 지원해줘야 한다.

 

한편, 이번 사태와 같은 비상시의 학생 등교 중지·격리·출석관리, 휴교·휴업,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등에 통일된 기준을 담은 종합적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 평상시에는 단위학교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학사와 교육과정을 운영하지만, 현재와 같은 위중한 대재앙에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제2의 국방

 

정부와 교육당국 차원의 안정적인 학교 지원과 통일·일관된 행정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학교의 안정을 도모하는 길이다. 지난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의 원활하지 못한 지원과 행정으로 겪은 어려움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결국 이번 우한 폐렴 사태는 국제적 방역공조와 국민적 합심협력이 조기 해결의 열쇠다. 방역은 제2국방이고 성숙한 사회일수록 시민의식이 빛을 발한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교육자치·분권화·자율화 등을 내세워 일선 학교에 모든 것을 떠밀지 말고 현장친화적인 종합적·총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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