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이어 이번에는 대학 무상교육 경쟁

2020.04.09 12:23:38

포퓰리즘 비판 면하기 어려워
교육전문가 양성·영입 노력해야

민주당 반값등록금 시대 공약
민생당·정의당 국공립대 무상
재원확보 방안 구체성 떨어져

 

복합시설 확대·공무직 법제화
학교 현장 갈등 유발도 우려 
만18세 유권자 겨냥한 공약도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제21대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여야가 경쟁하듯 포퓰리즘 교육 공약을 내놓고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정당이 공약 실현을 위한 소요재원 규모와 재원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립대 반값등록금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놨고 이에 더해 민생당은 국공립대 무상등록금을, 정의당은 전문대와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내세우는 등 앞 다퉈 ‘무상교육’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립대 반값등록금 시대’를 열겠다며 연간 평균 419만 원인 39개 국립대의 등록금을 210만 원으로 인하하고 연간 1500억 원대였던 국립대 육성사업 재정투자를 6400억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9개 거점 국립대에 연간 500억 원, 19개 국립대에 연간 100억 원을 투자해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달성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등록금 인하에 따른 국립대 자체수입 부족분을 국가 지원금을 확대해 충당하고 반값등록금 실현 후에도 학자금 대출 및 국가장학금, 교내장학금 등은 유지해 학생들의 학비·생활비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했다. 공약 이행을 위해 국립대학법을 제정하고 취업후학자금상환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재원확보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미흡했다.
 

민생당은 54개 국공립대 49만 명 대학생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소요되는 연간 1.4조 원의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상향 조정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재원 부담이 상당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또 학자금 대출이자 금리 2%를 전면 무이자로 지원하고 사립대 적립금의 과도한 축적을 제한해 등록금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국공립 및 공영형 사립 전문대부터 국공립대 및 공영형 사립대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또 공영형 외 사립은 가처분소득을 감안한 표준등록금으로 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예산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재원확보 방안이 미흡하다. 미래통합당은 소득 구간에 관계없이 세 자녀 이상 다자녀가구의 모든 대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제 올해 교육부 예산 77조 원 중 고등교육이 차지하는 예산은 10조 원 정도다. 대학 무상교육에 소요되는 1.4조 원의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확보한다 하더라도 재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고 대다수의 국민이 환영할 정책이라는 점에서도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만18세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은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면서 차기 교육과정 전면개정 시 교과별로 민주시민 교육요소를 반영하고 기존 교과를 개편해 ‘시민’ 교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학생회 대표의 학운위 참여, 공청회 및 설문조사, 학교장에 대한 의견제출 등 다양한 형식의 학교운영 참여를 보장해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의당은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고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한편 선거권 연령을 만16세로 하향 조정하고 공직선거법상 미성년자 선거운동 제한 규정을 삭제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이밖에도 청소년 무상생리대 지급, 야간 프로그램 제한,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혁신, 학력차별 금지법 등 10대 유권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공약을 다수 제시했다.
 

학교복합시설 확대, 교육공무직 법제화 등 학교 현장에서 이미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공약을 제안한 정당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신설학교를 비롯해 주거밀집지역 소재 학교에 5년 내 100개의 학교복합시설을 설립하고 학교부지 내에 주민들의 이용이 가능한 각종 시설을 건립, 방과 후와 주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교육부·교육청 내에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전문기관을 지정·운영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교직원들이 관리·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학교 현장은 업무량 증가와 업무기피를 호소하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육공무직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 처우 개선, 차별 해소를 위해 교육공무직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8일 주요 정당의 교육공약 평가결과를 발표한 한국교육정치학회는 “무상교육 등 교육공약 실현을 위한 소요재원 규모 산출과 재원 마련을 위한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육적으로 타당하고 효과적인 공약 수립과 정책 추진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교육전문가의 양성·영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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