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급식 위한 등교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2021.02.25 15:14:19

급식 목적으로 한 등교 정책
전염병 방역지침과 모순돼…
학교 내 감염 빈도 높아질 것
학교의 본질적 기능은 ‘교육’
정책 기본방향부터 바로잡아야

 한국교총은 23일 ‘탄력적 희망 급식 등 급식 목적 등교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제출했다. 교총은 건의서에서 “결식아동과 소외 학생 등을 위한 급식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학교의 본질적인 목적이 교육인지, 급식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과 원칙조차 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추진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28일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개학 연기 없이 3월 2일부터 학사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생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는 학교 밀집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우선 등교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하면서 ‘탄력적 급식 시행’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서울과 경북 등 일부 지역 교육청이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 계획’을 관내 학교에 안내해 3월부터 추진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탄력적 희망 급식은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중에도 희망하는 학생에게 학교급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새 학기를 준비하던 현장 교원들은 갑작스러운 탄력적 희망 급식 시행 소식을 접하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우선, 학교 내 감염 위험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A 교장은 “코로나19 감염과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원격수업을 운영하는데, 전파 위험성이 높은 식사 시간에만 등교해 급식을 먹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B 교장도 “수업은 집에서 듣고, 학교에 와서 급식을 먹게 하는 것은 감염병 방역지침에도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C 교장은 “등교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 지도를 하고 있지만, 점심만 먹으러 오는 학생들의 등하교 지도는 물론 생활지도를 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급식 장소 확보와 급식 시간 연장에 따른 인력 배치 문제도 지적된다. 현재도 현장에서는 학교별 상황에 맞춰 식당 배식과 교실 배식이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식당에서 배식할 경우, 교대로 진행돼 급식 시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D 교장은 “학교급식은 식중독 예방을 위해 조리 완료 후 2시간 이내에 배식을 완료해야 한다”면서 “지금도 등교수업 학생만으로도 점심시간이 걸어져 조리 완료 후 2시간 이내에 배식하기 어려운데, 원격수업 학생까지 급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문제는 등교수업 확대 방침에 따라 수업 준비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담임교사들이 급식 관련 업무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총은 “원격수업을 하는 담임교사에게 희망 급식 학생의 출결 관리, 발열 체크, 식사 지도 등의 직무를 수행하게 한다면 점심시간 전후의 원격수업은 쌍방향 수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교육의 빈익빈, 학력격차 심화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교원이 급식에 매몰돼 교육의 목적과 학교의 본질적 기능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건의서를 통해 ▲원격수업 기간 중 결식, 소외아동에 대한 급식 지원은 복지 관점에서 주민자치센터 등 행정기관에서 제공 ▲불가피한 경우 탄력적 희망 급식을 시행하더라도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및 학생교육’이라는 학교의 본질에 방점을 두고 관련 내용 개선 ▲3월 개학 이후 최소 한두 달 정도 시범 시행 후 결정하도록 시·도교육청과 협의 등을 요구했다. 
 

교총은 “3월 신학기를 앞두고 등교 확대 방침과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등 시시각각 변하는 학교 방역지침으로 학교에선 학사 운영 준비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학교 운영 전반에 영향을 주는 ‘탄력적 희망 급식’을 바로 시행한다면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교육 당국은 방역의 어려움과 학생 안전,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학교에만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졸속으로 추진된 해당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서울교총도 전날,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 계획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했다. 서울교총은 학교 방역체계 혼란, 식자재 낭비 등을 이유로 꼽으며, 우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도시락, 급식 바우처, 급식 꾸러미 등을 제공하는 우회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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