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코로나 끝나도 소행성 35호 타고 싶어요!”

2021.07.29 11:16:56

■대통령상
송지영 부산 금명초 교사

비대면 상황… 소통·관계 형성 초점
스마트기기 활용도 교육적으로 접근
“수업 고민을 연구할 기회로 삼아…”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아이들은 2020년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학교에 오지 못했던 2020년을 코로나19로 기억하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 해야 하는 상황에서 타인과의 소통, 바람직한 관계 속에서 행복을 경험하게 할 방법도 고민했어요. 스마트 기기 활용 빈도가 늘면서 게임만 한다는 학부모들의 고충에도 공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육적으로 접근할까 생각했죠.”

올해 전국현장교육연구발표대회 대통령상의 주인공은 송지영 부산 금명초 교사였다. 송 교사의 ‘소행성+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L-STAR 역량 기르기’는 우리나라 교육 현장이 마주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 방법을 제시,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 온라인 수업, 블렌디드 러닝, 소통, 관계, 성장, 인공지능, 미래인재의 역량 등을 키워드로 잡고 프로그램 하나에 담아냈다. 
 

‘소행성’은 소통, 행복, 성장의 앞 글자를 땄다. L-STAR 역량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의사소통 역량(Story), 공동체 역량(Together), 자기관리 역량(Auto), 정보처리 역량(Report)에 미래사회의 핵심 역량인 창의·융합 리더 역량(Leader)을 더한 역량이다. 송 교사는 “아이들과 해왔던 교육 활동들을 비대면 수업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라며 “소통을 가장 중요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리 반을 ‘소행성 35호’라고 불렀어요. 같이 소행성 35호를 타고 일 년을 항해할 거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줬어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만나야 했기 때문에 소통이 가장 중요했죠. 처음에는 눈을 맞추고 글로 소통하면서 따뜻한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생들에게 온라인 접속은 물론 컴퓨터 키보드 타자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럴수록 송 교사는 서두르지 않았다. ‘늦어도 괜찮아’,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줬다.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아이들을 다독였다.

 

학부모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했다.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 있으면 학부모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덕분에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소통의 어려움은 없었다. 송 교사는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을 때는 전화 상담을 통해 학부모의 고민을 충분히 듣고 불안해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수확도 있었다. 등교 수업할 때는 소극적이었던 학생이 온라인상에서는 발표도 잘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이다. 비대면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만 해도 ‘3학년 학생들이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교육과정에도 없는 부분이라서, 창체 동아리 활동을 할 때나 진행했던 프로그램이었죠. 처음은 보드게임으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진행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내더군요. 나중에는 인공지능 앱을 활용해서 동화책도 만들고, 작곡한 노래까지 들려줬어요. 어른들의 우려를 보란 듯이 뛰어넘었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잘할 수 있다고 믿어주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송 교사에게 지난해는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 교사로서 품었던 고민을 수업 연구의 계기로 삼은 덕분이다. 그는 “고민에 그치지 않고 연구를 실천했던 것은 교직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면서 “앞으로도 더 고민하고 연구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끔 지난해 담임했던 아이들이 교실로 찾아와요. 코로나가 끝나도 소행성을 타고 싶다고요. ‘동생들도 탑니까?’하고 묻기도 하죠. 제자들이 ‘선생님과 수업했던 게 기억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면, ‘그때 나는 최선을 다했던가?’ 자문하곤 해요. 교사로서 책임 의식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교사일 수 있으니까요.”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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