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은 실패하지 않았다(상)

2021.10.06 10:30:00

 

한국교육은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지형 변화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한국 교육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지형 변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교육의 최대 가치는 교육의 본질과 지식교육에 있다. 

 

한국 사회의 변화와 한국 교육

한국의 정체성 논쟁의 중심에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남북 간 긴장관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자본주의 체제가 있다. 또한 한국 사회는 위드(with)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성공적 삶을 위해 새로운 표준을 찾고, 양극화의 위기와 청년시대의 고민을 해결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사상적 흐름 즉, 네오 막시즘적 사상의 뿌리를 갖고 있는 입법이 알게 모르게 발의되고 있고, 한국 교육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젠더와 인권감수성 간의 논쟁, 인권교육과 급진적 성교육·민주시민교육 내용의 타당성, 평등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의 사상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변화하는 상황 가운데에서 한국 교육이 간과하고 있는 점들을 심각하게 점검해야 할 사실들이 있다. 

첫째, 잃어버린 교육적 가치를 되살려내야 한다. 급진적 사회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분별하게 변화하는 추세를 따라가는 데 급급한 나머지 수단적 가치에 매몰되어 교육의 본질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둘째, 시대사상의 흐름에 무분별하게 좇아가다 보면 정치적 편향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교육의 수단화와 제자리 상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전교조의 정치편향교육과 정치참여는 교육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서 이탈하게 된다.

셋째, 본질을 상실한 상상력과 창조력은 진리를 외면하고 ‘지식’교육의 기반을 흔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컨대 한국 교육을 지배하는 급진적 사상과 이념의 뿌리를 걷어내고 한국 교육정책의 건전한 에토스를 조성하는 문화적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사회의 기강 확립과 밝은 미래를 향한 한국 교육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교육 비판의 근거와 정당성 

한국 교육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크다. 그런데 한국 교육을 비판하는 근거가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과연 그 비판의 소리가 정당한지 알기 위해 그 비판이 어떠한 근거 또는 사상적 기반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역사적·시대적으로 낙후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 편향된 사고에서 나온 비판은 매우 잘못된 편견과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사고가 교육정책화한다면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큰 불행이다.  

 

한국 교육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예를 들면, ‘끔직한 헬조선을 만든 장본인이 한국 교육이다’ ‘우리나라는 성찰이 없는 사회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 교육의 능력주의는 폭군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교육은 한국 사회의 야만성을 보여준다’ ‘어쩌다 한국이 이처럼 야만적인 사회가 되었는가’ ‘능력에 따른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 등등 목소리가 크다. 왜 이러한 비판의 소리가 나타나게 되었는가?

 

최근 한국 사회의 이념과 가치전환의 측면에서 가치판단 근거를 분명히 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 그 근거란 단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비롯된 것이라거나 단순히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한국 교육을 판단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비판의 근거로서 이론(준거의 틀·모형·패러다임)이 무엇인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론 모형을 갖고 있지 않다면 비판의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이를테면 ‘사회란 무엇이냐’라는 것을 설명하고 비판하려고 할 때 사회를 설명하는 모형이 논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없다.  

 

한국 교육의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 

실상 한국 교육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비판의 내용과 수준이 판이하다. 바라보는 시각은 일종의 패러다임(관점·프레임)이다. 듀이적 관점이냐 허스트적 관점이냐에 따라 한국 교육을 평가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지식관에 따라 한국 교육을 평가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일례로 한국 교육 비판에 대중적 인기를 점하고 있는 모 교수의 강연내용을 잠시 인용해 보겠다. 그는 한국 사회의 특징을 4가지로 규정한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 등이다. 이들 특징은 극심한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를 규정하기를 ‘한국은 강력한 현대 허무주의에 순응해 버린 나라’라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경쟁교육 문제를 지적한다. 독일 교육과 비교하여 경쟁의 끝판왕이 우리나라 교육현장이라면서 독일의 교육은 ‘시험이 없다’ ‘시험을 치르는 날짜를 모른다’ ‘시험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 교육방침이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경쟁은 안 된다’ ‘경쟁교육은 야만적이며 한국 사회는 경쟁 이데올로기 속에서 병들어 가고 있다’라고 외친다. 물론 이 말은 각성을 촉구하는 안타까움과 열정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필자가 바라보는 한국 교육의 역사와 한국 교육을 에워싼 한국의 정치·사회사상의 지평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비판적 지적을 해 볼 수 있다. 

 

먼저 독일 교육을 예시하면서 한국 교육을 비판한다는 점이다. (1) 그는 ‘경쟁은 나쁜 것이다’라는 것을 신화화 내지 자연화하고 있다. 다음으로 (2) 자신의 사상적 기반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독일 교육의 문화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성해방교육의 논리와 윤리적 정당성을 논하고 있다. (3) 자신이 갖고 있는 논리를 절대화하고 있다. 자신의 논리를 교육의 논리에 비추어 정당화하거나 입증하려는 시도는 없다. (4) 한국의 모든 교육적 상황을 획일적으로 단순화하여 자신의 교육적 경험으로 한국 교육 전체를 싸잡아 네거티브적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한다. (5) 교육적인 것과 비교육적인 것, 그리고 반교육적인 것의 차이를 아동·학생의 발달과정에 따른 도덕적·윤리적 가치기준과 더불어 설명하지 않는다. (6) 교육의 본질과 지식교육에 관한 본질적 질문에 관한 담론은 찾기 어렵고, 상대적 진리관과 변증법적 사회적 구성물로서의 지식관 속에서 논리를 전개한다. (7) 전교조 교육 지배가 오늘의 한국 교육에 미치는 병폐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8) 독일 교육을 교육 유토피아로 상정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인간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가운데 교육 유토피아를 주장하였다면, 그것은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적 주장이다. (9) 또한 독일은 대학입시·대학서열·등록금·귀족학교가 없는 나라인가? 무시험 무경쟁으로 행복한 학교생활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3 (10) 그의 비판은 부분으로서 전체를 비판하는 오류가 있다. 자신만이 지각한 평가의 잣대로 한국 교육의 공과와 역사를 평가하고 있다.

 

한국 교육의 실체와 역사는 상상외로 복잡하다. 고난의 시절을 겪어 온 한국적 상황에서 한국 교육은 한국적 시대적 상황에 적합한 최선의 정책적 선택을 하면서 꾸준히 성장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국 교육학자들의 공이 컸다. 뿐만 아니라 공교육정책에서 터치하지 못했던 일들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국 고유의 교육열을 통해 (비록 부작용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보충해 왔다. 그리고 지금껏 한국 교육을 살리려는 수많은 개혁안이 탄생했었고 또 실패하곤 했지만, ‘한국 교육’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적 경험들은 현실적이지 못한 환상적 대안들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에 불과했었는지를 보여준다. 

정영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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