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식 교수의 교사 회복력 키우기] 외상 후 성장을 위한 트라우마 서술하기

2021.09.28 12:10:51

긍정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은 트라우마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대부분 트라우마를 겪은 후 PTSD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셀리그만은  외상 후 성장(PTG)에 초점을 맞췄다. PTG는 트라우마를 겪은 후 회복력을 통해 이뤄지는 심리적 성장을 말한다.

 

셀리그만은 PTG를 위한 5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요소는 트라우마 자체에 대한 반응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트라우마 사건을 겪으면 보통 자신, 타인, 미래에 대한 믿음이 산산이 부서진다. 그만큼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트라우마에 대한 아주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 반응은 PTSD도 아니고 성격 결함을 암시하지도 않는다.

 

두 번째 요소는 불안 감소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감정이 불안, 슬픔, 분노, 죄책감, 수치심을 들 수 있다. 이 감정 중 트라우마 초기에 가장 고통을 주는 것이 불안이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먼저 불안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요소는 건설적인 자기 노출이다. 트라우마를 감추거나 회피하는 것은 심리적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트라우마 경험을 털어놓는 것이 좋다. 
 

네 번째 요소는 트라우마 서술하기다.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종이 한 장에 옮기는 것이다. 트라우마 사건을 서술하면서 그 트라우마를 역설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는 갈림길로 여겨야 한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 슬픈 일이 있으면 기쁜 일도 있다. 약점이 있으면 강점도 있는 법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요소는 도전에 더욱 강건하게 맞서는 전반적인 생활신조와 실천적 태도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중의 핵심은 트라우마 서술하기이다. 그것이 바로 표현적 글쓰기이다. 이 개념은 제임스 페니베이커가 연구했다.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글로 적으면 외상 후 성장에 도움이 된다. 트라우마는 너무 강력하고 위협적이어서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꼭 나쁜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트라우마를 글로 쓰다 보면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들은 트라우마 이후 부정적인 결과들을 건설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계기를 제시할 수 있다. 트라우마를 통해 잃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얻은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트라우마를 계기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차분히 글로 적어보자. 만약 트라우마를 글로 직접 표현하는 게 어렵다면 스스로 관찰자가 되어보는 것도 좋다. 본인 이야기가 아니라 3인칭을 사용해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나 ‘가상의 나’를 만들어 글을 쓰면 한결 쉽다. 또한,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에서 트라우마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반추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다 적었으면 자신이 작성한 것을 토대로 새로운 삶의 원칙을 정할 차례다. 자신이 얻은 것, 고마웠던 사람들, 삶의 우선순위, 자신이 활용한 강점 등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생각해보자. 분명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산산 조각났던 삶의 목표 대신 또 다른 삶의 의미와 목표가 생길 것이다. 역경을 통해 삶을 재건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페니베이커는 트라우마나 괴로운 경험에 관한 글쓰기가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20년 넘게 연구했다. 페니베이커는 학생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인생 경험이나 트라우마 경험을 글로 쓰라고 한다. 이때 그런 경험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각자의 개인적인 반응과 가장 깊은 감정을 철저하게 파헤치라고 지시한다. 각 글쓰기 회기는 15~30분 동안 진행되며 학생들에게는 연속 3~4일 계속 쓰며, 매일 글쓰기를 마친 후 다음의 질문에 0(전혀 아니다)에서 10(아주 그렇다)까지 번호를 써 넣으라고 한다.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과 감정들을 어느 정도 표현 했는가?
-현재 느끼는  슬픔이나 분노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느끼는 행복감은 어느 정도인가?
-오늘 글쓰기가 당신에게 어는 정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인가?
-이후에 참고할 수 있도록 오늘의 글쓰기는 어땠는지  간략하게 설명해 보라
 

페니베이커와 그의 동료들은 과거의 트라우마 경험에 관한 표현적 글쓰기가 많은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일 동안 일기를 쓰면서 역경이나 트라우마에 관한 자신의 가장 깊은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면 그 이후 몇 달 동안 의사를 훨씬 적게 찾아가고, 면역 기능이 향상되고, 우울증과 불안증, 고통이 감소하며, 훨씬 높은 성적을 받고, 실직 이후 새로운 직장을 찾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개인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을 글로 쓰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자신의 괴로운 경험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감정을 전보다 잘 조절할 수 있으며, 세상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결과적으로 건강과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 KERNEL UNIVERSITY 상담학 교수, 대한민국육군발전자문위원회 안전 분과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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