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22일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들의 연습이 한창인 태릉 실내빙상장. 차영현(19) 선수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빙판 위를 가르더니 우아하고 깨끗한 점프 동작을 선보였다. 얼음판을 화려하게 활주하며 음악에 맞춰 스탭, 스핀, 점프 등 예술적 연기를 선보이는 빙상의 꽃,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시작되면 관중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 선수에게만 집중된다. 음악이 흐르는 4분 동안만은 오로지 선수 자신에게 달린 셈이다.
“경기를 관람하는 수많은 사람이 선수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연기에 감동 받아 박수 치고…. 그렇게 선수 온전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무대와 시간이 멋있어 보였어요.”
2019년부터 3년째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차영현(경기 화정고3) 선수는 “2010년 김연아 선수의 벤쿠버 올림픽 경기를 보고 본격적으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9살 때 첫 대회에 출전하고 지금까지 그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중1 때 제97회 전국동계체전 피겨 C조 금메달, 제58회 전국 종별선수권대회 중학교 C조 금메달 획득 등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2019년에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국가대표 선수가 된 후 출전한 첫 대회인 ‘사할린 동계 아시아 유소년 국제경기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의 기분 좋은 출발도 알렸다.
지난 9월에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최종 4위에 올랐다. 쇼트에서는 총합 67.33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프리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어 최종 191.33점을 받았다. 그는 “조금 아쉬움은 남지만, 앞으로 더 기량을 높여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그의 장점은 안정적인 경기력이다. 특히 점프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에서 실수가 적고 안정적인 스케이팅 기술을 가진 편이지만 아직 트리플 악셀이나 쿼드 점프와 같은 고난도 기술까지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다. 이미 가진 강점을 지켜나가면서도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며 연습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차 선수의 뛰어난 운동 실력은 국가무형문화재 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아버지를 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는 2018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사물놀이를 모티브로 갈라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얼과 한은 물론 전통무용 특유의 춤선을 피겨스케이팅 동작에 담아내 주목받았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김장훈 화정고 체육 교사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줄타기를 배워 중심과 평형감각이 좋다”며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성적을 등한시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영현이는 학교도 열심히 나오고 수행평가도 모두 챙기면서 성적도 상위권에 속할 만큼 착실한 학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겨 실력은 고등부 최고인데도 항상 겸손해서 모든 교과 선생님들이 칭찬하는 인성 좋고 성실한 학생”이라며 “학교 구성원 모두 영현이가 성공하기를 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남사당놀이를 전승하고 교육하는 아버지 홀로 차 선수와 그를 따라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고 있는 두 동생까지 훈련비용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정기적인 공연 등의 수입이 보장되지 않았고 두 동생과 차 선수를 뒷바라지하는 어머니 역시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그는 지난해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에 선발돼 해외 전지훈련과 코치 비용, 스케이트 부츠 및 블레이드 구입과 수선, 각종 훈련비와 치료비 등 필요한 비용을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차 선수는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고난도 기술들을 많이 연습하게 되는 만큼 스케이트를 소모하는 속도도 빨라져 부담이 됐었는데 장비 교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과 평소 받아보고 싶었던 러시아의 유명한 코치의 레슨이나 무용 수업 등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이 가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차 선수는 요즘 일찌감치 고려대로 대학 진학을 확정 짓고 곧 다가올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에 대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있는 만큼 올림픽이든 세계선수권이든 국가를 대표해 뭔가 이뤄내고 준비한 것을 후회 없이 다 보여주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피겨스케이팅이 저만의 꿈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님, 친구들, 학교 선생님, 그리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까지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도 또 하나의 꿈이 되었더라고요. 그동안 지원받고 사랑받은 만큼 더 큰 선수가 돼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요.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마친 후에는 재능있는 후배들을 양성하면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한국교육신문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의 지원을 받는 아동들을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학업·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아동 556명에게 약 123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후원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전용 후원 계좌
국민은행 102790-71-212627 / 예금주: 어린이재단
기부금영수증 신청 1588-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