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교사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모른다?

2022.02.03 10:30:00

 

필자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 강의를 7~8년 했다. 그중에서도 교대 1학년 대상 강의를 많이 했는데 언제나 강의의 시작은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왜 교대에 왔어요? 왜 교사가 되고 싶어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아이들이 좋아서”, “가르 치는 게 좋아서”, “어렸을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너무 좋으셔서” 등 면접용 정답을 주로 말한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졌을 때 다시 같은 질문을 하면 교대를 선택한 이유가 조금 바뀌어 있다. “수능을 망쳐서”, “취직이 잘돼서”, “방학이 있어서” 등의 대답이 정말 많이 나온다. 어떨 것 같은가?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 사람과 수능을 망쳐서 교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 사람은 나중에 교사가 되었을 때 얼마나 차이가 날까?

 

나도 솔직하게 얘기해볼까? 나는 취직이 잘된다는 말을 듣고 교대를 선택했다. 지금이야 임용시험 경쟁률이 있다고 하지만 내가 교대에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교대를 졸업하기만 하면 거의 100% 바로 교사가 될 수 있었다. 또 내가 정말 되고 싶었던 것은 중등 역사교사였다. 그런데 임용고사 경쟁률도 높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포기하고 초등교사를 선택했다.

 

실망스러운가? 물론 나도 교대 입시 면접을 볼 때는 “아이들이 좋아서요.”, “가르치는 게 좋아서요.”라고 대답했다. 솔직하지 않다고 할지 모르겠다. 무조건 붙어야 하니까. 굳이 변명하자면 집 사정이 참 안 좋았다. 대학교 학비도 대출이든 뭐든 내가 내야 했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그래서 빨리 졸업하고 빨리 취직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나는 이 점이 창피했다. 다른 동기들은 정말 오래전부터 교사를 하고 싶었고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으며 결국은 꿈을 이룬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당시 나를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 한 분이 강의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어떤 이유에서 여기를 왔든 들어온 이상 절반은 선생님이다.”

 

이 말이 나에게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모른다. 비록 멋진 이유로 교대에 온 건 아니었지만, 앞으로의 절반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한 것처럼 교직을 시작한 지 10년이 좀 넘었지만, 나머지 절반을 나름 멋지게, 그리고 알차게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 자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진행하는 교수학습 국제조사인 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지표다. 교사의 교직 선택 동기에서 우리나라와 OECD 평균과 비교해 봤을 때 ‘안정된 직업’, ‘근무여건’ 등의 개인적 유용성 동기는 높지만, ‘교수·학습을 통한 사회 기여’ 등의 사회적 유용성 동기는 비교적 낮다. 이를 두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우수한 자원들이 교직에 몰리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정작 문제는 이 우수한 자원들이 현장에 왔을 때 본인들이 만족하며 맘껏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여건을 주고 있느냐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TALIS 지표에서 ‘다시 교사 직업을 선택할 것이다’는 OECD 평균보다 낮고,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한다’는 OECD 평균보다 무려 2배가 높다. 다음 자료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020년 11월 12~20일 경기도 내 초임교사(경력 3년차 이하) 3409명과 4년 이상 경력교사 42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남자 초임교사의 25.2%가, 여자 초임교사의 38.3%가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했다.

 

 

참 의아한 내용이다. 많은 노력을 통해 누구나 되고 싶고 선망하는 교사가 되었는데 정작 교사가 된 사람들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갓 임용된 초임교사들의 30%가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의아하다. 왜 그럴까? 초임교사들은 첫째로 ‘교사 인권’(31.0%), 둘째로 ‘처우 및 보수’(20.8%), 셋째로 ‘업무 과다’(20.4%)를 꼽았다.

 

 

의외로 적성 문제는 생각보다 낮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을 땐 내가 꿈꾸던 교사의 모습과 막상 교사가 된 후 내 모습의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일 것이며,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내 의지보다는 그때마다 바뀌는 주변 인간관계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을 생각했지만 교직 생활에서 교사에게 상처를 주는 학생, 학부모의 거친 민원, 권위적이고 비합리적인 상급자의 행동, 촘촘하게 짜인 매뉴얼과 지침에 따른 활동 제약 등 다양한 일을 겪다 보면 매너리즘도 가속화된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서,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힘들게 교사가 됐지만 정작 교사가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문제들은 전혀 다른 것이 많다.

 

“요즘 MZ 교사들은 모범생들만 모여서 문제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할 때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럼 판사나 검사는 범죄 저질러 본 사람이 하고, 의사는 불치병 정도 걸려본 사람이 하나요?”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이제는 어떤 사람이 교사가 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이 교직에 왔을 때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김차명 경기도교육청 장학사/참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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