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집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2022.02.03 10:30:00

 

코로나로 바뀐 집의 중요성

예전에는 밤 9시가 되어도 가족이 다 모이기 어려웠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에서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아버지는 직장에서 회식하느라 오지 않았다. 빈집을 어머니 홀로 지키곤 했다. 필자가 어릴 적 살던 집의 모습이었고, 코로나 이전까지 우리네 집의 흔한 풍경이었다.

 

집이라는 곳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잠을 자고 씻고, 옷을 보관하는 정도였다. 하루의 절반을 밖에서 보내고 그나마 남는 시간은 잠을 자니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이다. 그래서 집의 소중함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고 4명이 넘으면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밤 9시가 되면 유럽의 밤거리처럼 거리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이게 한국이라니 너무 어색했다. 한국하면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상점들로 외국인들에게 이색적인 풍경을 제공했는데 이제 밤이 되면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들어간다. 어떤 이들은 출근을 안방에서 일어나 서재로 간다. 캠을 켜고 회의를 하고 아이들은 캠을 켜고 수업을 한다. 너무 갑자기 미래 시대에 온 느낌이랄까. 그렇게 2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입대한 군인들이 이제 마스크를 끼고 제대를 한다.

 

그 사이 문화가 바뀌고, 집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이제 집은 사무실이고, 교실이고, 카페가 되었다. 집에서 일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집에서 담소를 나눈다. 하루 24시간 중 24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일도 흔해졌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소비도 바뀐다. 그럼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엄마! 창문형 에어컨 사주세요.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아파트가 확장형이 기본으로 되면서 발코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옛날 아파트는 방마다 발코니가 있어 작은 방에도 벽걸이 에어컨을 달기 좋았다. 실외기를 작은 방 발코니에 두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집도 흔치 않았던 이유가 아이들도 부모도 집에 늦게 오니 낮의 무더위를 느낄 겨를이 별로 없다. 열대야 며칠만 잘 견디면 된다는 생각에 작은 방에 에어컨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작은 방에는 발코니가 없어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다. 아파트 분양을 할 때 천장형 시스템에어컨을 권유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다. 작은 방까지 설치하면 에어컨 비용만 800만원이 넘고 주방·거실 모두 하면 1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그런데 여름에 에어컨 6대를 동시에 돌리면 전기료도 감당을 할 수 없다. 거기에 분양 당시에는 신모델이었지만 2년 후 입주할 때는 구모델이 되기 때문에 가격 손실도 발생한다. 그래서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하려고 집을 분양받아도 시스템 에어컨을 잘 하지 않는다. 투자 목적으로 산 사람들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작은 방에는 부모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자녀들이 산다. 자녀들은 문을 닫고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덥다고 짜증을 낸다. 부모 입장에서는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주지만 작은 방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신형 아파트일수록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늘어난다. 창문형 에어컨은 이사갈 때 들고 가기도 편해서 전세를 사는 사람도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다. 그동안 30만 가구 정도에 머물렀던 주택공급이 2022년에 46만 가구나 분양을 한다고 한다. 이후에 10년간 연평균 56만 가구를 분양한다고 한다. 앞으로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면 창문형 에어컨 시장도 같이 성장하게 된다.

 

보통 겨울에는 투자자들이 에어컨을 잘 떠올리지 않는다. 그만큼 겨울에는 여름 주식을 생각하고 여름에는 겨울 주식을 생각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역발상 투자가 가능하다.

 

내년 봄 미세먼지로 창문 닫고 살아야 할 겁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세먼지가 심해서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2년간 공기청정기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봄에 미세먼지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나도 미세먼지가 확연하게 줄어 있을까?

 

미세먼지는 석탄발전, 공장가동률과 연관이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공장이 열심히 돌아가고 차량운송량이 늘어나면 미세먼지로 공기가 가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창문을 닫고 살아야 한다. 과거에는 낮에 모두 출근하고 밤에만 있으니 공기청정기가 없어도 그리 필요성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가 끝나도 한동안 회식을 하지 않고, 모임도 줄어들고, 공부도 집에서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불편하면 바로 물건을 주문하게 된다.

 

특히 공기청정기는 돈보다 중요한 가족의 건강과 연관이 있다. 여기에 미국의 산불도 평소에 비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 미국의 산발적인 산불로 인해 문을 열지 못하고 살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래서 공기청정기가 미국에서 많이 팔렸다. 이런 점을 보면 지금 쌀 때 공기청정기를 사두든가 공기청정기 주식을 사두는 전략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비싼 가전제품이 더 잘 팔린다고?

코로나는 밖에서 하던 문화를 집으로 가져왔다. 필자도 1년에 6번 영화관 공짜 티켓이 있지만 2년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그러면서 매달 돈을 내야 하는 넷플릭스는 결제하고 있다. 영화관에 있는 영화를 봐도 지인들은 보지 않으니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넷플릭스 인기작은 바로 다음 날 지인들과 대화 주제가 된다. 집이 영화관이 된 것이다.

 

그래서 TV를 사러 가전제품 전시장을 갔다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TV들을 보며 돌아섰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 TV를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가전제품 TV 판매 실적을 보면 날개 돋친 듯이 팔려 세계 1위 가전제품 회사가 되었다는 뉴스가 있다.

 

최근 가전제품 회사들을 보면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더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그 이유는 그만큼 고가 가전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야외 활동에 투자하는 것보다 가전/가구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고가의 가전제품을 한번 맛보면 다음부터는 저가제품을 쓰기 힘들어진다. 먹고 살기 힘들어도 TV는 좋은 것 사야지 하는 문화가 정착될지도 모른다. 그럼 여기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거기에 투자하면 된다.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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