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어가는 중학교 교육과정

2022.02.03 10:30:00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보면 학교마다, 학생마다 수준이 다르다. 성취 기준의 중심이 되는 교과서는 평균 수준의 학생을 기준으로 개발된 것이다.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과서가 교과주의, 학문중심 교육과정 중심으로 집필되어 있어 교과마다 주제나 내용이 중복되는 면이 있으므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학교는 2018년부터 교육과정 성찰 시간을 통해 중학교 학생들에게 부족한 역량을 주제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도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어 2019년 2월 셋째 주 3일 동안 새 학년 교육과정 세움 주간을 운영하였고 교과별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논의를 하였다.

 

 

월별 주제에 따라 학년별, 교과별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고, 3월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계획한 대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3월초 담당 선생님이 월초 주제 수업에 참여하는 교과 선생님들과 모여 구체적인 수업에 대한 협의회를 하였다. 그러나 월별 주제를 정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과 간 겹치는 내용도 많았고, 참여를 위한 참여가 이루어지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생겼다. 학년이 끝나가는 12월, 교육과정 성찰의 시간을 앞두고 교육과정 관련 학생들 평가를 받아보았다. ‘여러 선생님이 주제별 수업을 하였고 학생자치에서도 관련된 내용으로 행사를 진행하니 주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이었다’는 의견과 ‘너무 자주 주제가 바뀌어 혼란스러웠고 마무리가 안 되었는데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선생님들 또한 ‘주제가 너무 많아 실천하기 벅찼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협의를 통해 한 학기 주제를 2개로 줄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2020년 교육과정 세움 주간에는 월별 주제에서 학기별 2개 주제로 줄이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으나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2021년 교육과정 세움 주간에는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이루기 위한 논의가 있었고, 1학기 민주시민, 지구살리기, 2학기 마을교육과 진로라는 주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교사가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주제 수업을 계획하였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하지 못한 교과가 많았다. 1년의 주제별 수업자료를 받아 자료집으로 엮다 보면 참여하는 교사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교육과정 재구성이 계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업-평가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라는 문제로 고민이 많다. 학교는 3월이 되면 매우 분주하다. 제출할 것도 많다. 그중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 1년의 평가계획이다. 지필평가를 몇 %로 할 것인지? 수행평가 내용을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 라는 문제로 많이 고민한다. 교육과정 세움 주간을 통해 주제별 수업계획부터 평가계획 및 방법까지 세워진다면 3월이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또한 실천하기도 더 수월하지 않을까? 물론 모든 교과가 주제별 수업을 진행하고 활동 중심 수업을 계획하라는 것은 아니다. 교과의 벽을 허물고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은 묶고 버릴 수 있는 내용은 버리자는 것이다. 교사가 교과의 틀을 깨고 협력할 수 있다면 교육과정 재구성, 주제 수업 등의 활동이 더 즐겁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 교육과정에 대해 같은 고민하는 교사가 모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9, 10월 주제인 마을교육과 관련하여 ‘전주천’을 주제로 융합 수업을 시도하였다. 융합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중학교가 교과 담당이고 교과가 담당 교사의 고유 영역이다 보니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합의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철저한계획이 필요하고 함께하는 교사들이 자주 모여 교과를 들여다보고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한 협의를 수시로 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각자의 업무와 수업을 하며 모여서 의견을 나눌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수업을 통해 작게나마 융합 수업을 시도해 봤고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많은 힘이 되었다. 수업의 질 또한 높아졌다.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준 동료 교사가 참 고맙다.

 

어쩌면 교과서 진도대로 강의식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교육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재구성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고, 생각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도 학생들의 요구가 교육과정에 반영됐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얼마 전 졸업생이 학교를 방문했다. 우연히 만난 제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선생님, 고등학교는 왜 주제에 맞는 활동 수업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중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고등학교 와서 보니 활동했던 수업이 생각나요. 고등학교도 중학교 때처럼 수업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한다. 힘들고 지쳐 그만두고 싶을 때 아이들의 한마디가 힘이 된다.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교육과정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다.

민선애 전북 전주덕일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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