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혼란' 교육부 3無 민낯 드러나… “명확한 지침 제시하라”

2022.02.24 15:37:50

개학 일주일 앞두고 ‘적응 주간’ 발표해
정상 등교 고집하다 감염 확산 우려 의식
학교 자율 맡긴다는데… “무책임한 행정”

 

“우리 학교는 학생 밀집도가 높습니다. 출입구 3곳으로 분산해 등교하겠습니다.”

 

개학을 일주일 앞둔 23일 오전 9시. 서울보라매초에 긴장감이 흘렀다. 부장 교사 회의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줌 화상회의로 전체 회의를 진행했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학사 운영 방식, 등교중지 대상 학생 관리, 교원 확진 시 대체 방식, 등·하교 시간과 동선 조정, 학교 방역 등 학교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학교 방역 우수 사례로 소개될 만큼 노하우가 쌓인 곳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난감해했다. 1시간 이상 이어진 부장 교사 회의에서는 결국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교육활동을 우선해야 하는데…. 방역에 매달려 있는 것보다 원격수업이 낫겠어요.”

 

김갑철 교장은 “오미크론 변이 전에는 확진자가 학급당 1명 정도였는데, 방학 돌봄교실에서 확진자가 연이어 나왔다”면서 “가정 내 연쇄 감염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확진자 20만 명을 코앞에 둔 만큼 학교에서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2주 만에 입장 선회한 교육부

 

새 학기 ‘정상 등교’ 원칙을 못 박았던 교육부가 2주 만에 원격수업 카드를 꺼냈다. 교육부는 21일 개학 이후 첫 2주간(3월 2~11일)을 ‘새 학기 적응 주간’으로 정하고, 학교 판단에 따라 전면 원격수업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앞서 7일 “전면 원격수업은 신중하라”고 밝힌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 개학 시기인 3월 초,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새 학기 적응 주간’ 동안 새로운 방역체계를 홍보하고 적응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각 학교는 지역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탄력적으로 학사를 운영하게 했다. 원격수업 전환 기준은 지역마다 다르다.

 

교육부는 ▲전교생 3% 확진, ▲전교생 15% 등교중지를 기준으로 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확진 비율이 전교생의 3% 내외일 때 ▲학년 또는 학급 내 확진·격리 등 등교중지 학생이 15% 내외일 때 대면 교육활동이나 등교수업을 축소할 수 있게 했다. 교내나 지역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학교 감염 상황이 위험해졌을 때는 전면 원격수업이 가능하다. 부산시교육청은 ▲신규 확진 비율 5%, ▲등교중지 비율 20%를 넘으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다만, 기존 학사 운영 방침은 그대로 유지한다. 교육부는 ▲정상 등교 ▲등교+일부활동 제한 ▲일부 등교 및 원격수업 ▲전면 원격수업 등 4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보건·방역 책임 학교로 떠넘긴 셈

 

현장에서는 “전면 원격수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뿐,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기존 방침에는 변한 게 없다”고 비판한다.

 

경기 A초 교사는 “언론에서 학교에서 전면 원격수업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공문을 보면 지표(학사유형 전환 기준)를 기반으로 학사를 운영하라고 돼있다”면서 “(교육부가) 정상 등교 원칙을 고집하다가 민원을 의식하고 학교더러 알아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학교 구성원의 건강과 직결한 방역 문제도 학교 책임으로 돌렸다. 오미크론 확산 이전에는 방역 당국이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후 학교에 알렸지만, 이제는 교사가 역학조사관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김갑철 교장은 “학교에서 등교중지 학생이 나오면, 교사가 하던 수업을 멈추고 역학조사부터 해야 한다”라며 “학생들의 건강권 보장은커녕 학습권까지도 외면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천 B중 교사도 “보건·방역 영역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학교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확진 시점이 다를 경우 확진자 수는 어떻게 집계하는지, 전면 원격수업 기준에 부합할 때는 당일 즉시 전환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변경된 학사 운영 관련 지침을 언론 보도로 먼저 접했다는 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어제(21일) 언론 보도로 접한 내용 말고는 지금까지(22일 오전 10시 기준)도 관련 공문을 받지 못했다”면서 “언론 보도를 보고 학교로 ‘자녀를 등교시켜야 하느냐’고 묻는 학부모의 문의 전화가 많다”고 토로했다.

 

급식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도 혼란을 더했다.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따라 대체식을 포함한 학교급식은 위생상의 문제로 외부 반출이 금지돼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려보낸 공문에는 ‘감염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가정에서 학생들이 섭취할 수 있는 대체식 제공을 검토’하라고 명시돼있다. 서울 C초 교사는 “학교급식은 외부 반출을 금지하는데, 교육부에서는 하라는 상항”이라며 “대체식을 반출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학교에 책임을 돌릴 게 아니냐”고 했다.

 

한국교총은 “오미크론 폭증 속에서 학생·교직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역학적 기준과 판단이 필요한데도 학교 자율로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일 뿐”이라며 “확진·격리 수준별로 원격수업 전환 규모를 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즉시 학교에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적응 기간’이라며 일단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면, 이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확진·격리자가 발생해 교육 자체가 멈출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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