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안 하면 ‘처벌’ 신고하면 ‘보복’

2022.03.07 11:30:00

학생인권과 교사교권은 교육에 꼭 필요한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이들이 충돌하게 되면 교육현장은 많은 갈등과 어려움에 맞닥뜨린다. 특히 「아동복지법」 제정 이후 교사는 신고자와 가해자, 피해자라는 기묘한 구조 속에 모든 멍에를 짊어진 처지가 됐다.

 

최근 들어 교육현장에서는 수업 중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문제행동을 한 학생을 안정시키기 위한 행위조차 성희롱이나 성적학대로 고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떠들며 돌아다니는 학생에게 따끔한 말 한마디 했다가 정서학대로 고소당하는 교사들이 제법있다. 학생·학부모가 교육자의 신체적 접촉을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해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때문에 교사들은 사실상 ‘교육적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느니 그냥 참고 외면한다는 게 교사들의 솔직한 속내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제4항에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반면 「아동복지법」 제22조(학생 등에 대한 학대예방 및 지원 등), 제26조(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 제26조의2(아동학대 예방교육의 실시) 등 수많은 책무가 교사에게 부여되어 있다. 또한 신고의무자인 교원이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으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아동학대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 제10조 제2항)될 수 있다. 이처럼 교사는 아동학대 예방자이자 보호자이며 또한 처벌 대상자이기도 하다. 아동학대 예방은 물론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바로 신고해 제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며, 아동학대 행위로 각종 법령을 위반할 경우 법적·행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교총의 교권3법 개정 활동과 교육부의 적극적 노력으로 「교원지위법」,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으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는 고충은 여전하다. 이번 호는 「아동복지법」 제정 이후 아동학대 신고를 둘러싸고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아울러 허위 신고와 과잉조사로 교사들만 고통을 당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현장 교사와 전문가들의 해법을 싣는다.

 

교사는 25개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 중 신고 비율이 가장 높은 직군이다. 그러나 어느 교직단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60% 이상이 신고를 망설인 적이 있다고 한다.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어려움, 학대당한 아동의 2차 피해 우려, 아동학대 가해자로 판단되는 학부모와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망설이는 결정적 이유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망설이는 결정적 이유는 아동학대로 신고된 학부모가 신고자 1순위로 교사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신고자의 신원 비밀유지와 신변보호조치는 매우 미흡해서 피신고자인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보복 신고를 당했을 때, 오히려 교사가 더 큰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직무 특성상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임과 동시에 잠재적 아동학대 가해자로 취급되기에 「아동학대법」은 교사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곤 한다. 다음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학부모가 자신을 신고한 교사에게 앙심을 품고,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실제 사례이다.

 

○○○ 교사는 어느 날 아침, 유난히 무기력한 학생을 살펴보다가 등과 팔에 피멍이 든 것을 발견하였고, ‘아버지에게 목발 등으로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 학생의 아버지를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보건교사와 함께 학생을 돌보았다. 그런데 이후 문제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아동학대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에 불만을 품은 학생의 아버지가 다음날 ○○○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자신을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성이었다.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 있던 학생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고, 이로 인해 ○○○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과 분리되었다. 이후 ○○○ 교사는 수사기관·행정기관·교육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야 했다.

 

보호자의 괴롭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 교사를 국민신문고와 교육청에 직권남용 등으로 신고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로도 제소했다. ○○○ 교사는 이 모든 절차에서 요구되는 소명 행위를 홀로 감당해야만 했다. 아직도 학생의 아버지는 “나를 무시하고도 괜찮을 것 같았냐”, “똑바로 살아라” 등의 말을 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학교 교육활동 보호 및 아동학대 예방 강화를 위한 공공의 역할’ 정책포럼,

◯◯교육청 변호사 발제문 中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다.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뿐만 아니라 학대 정황이 의심될 때도 신고의무가 있다. 동법 제63조에 따르면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규정에 따라 아동학대 신고를 한 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역으로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익명으로 제보하거나, 학교장 명의로 신고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고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려고 노력하지만 무용지물이다. 학교에서의 신고는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신고자가 교사로 쉽게 특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고한 교사와 신고당한 학부모의 불편한 관계

최근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경찰에 신고했던 A 교사는 신고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한 교사가 다수였기에 신고자를 특정하지 못할 상황이라 생각했는데, 신고받은 경찰이 아동학대 가해 의심 학부모에게 담임교사가 신고했다고 신원을 노출한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를 했던 B 교사 역시 신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해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고, 욕설과 폭언에 시달렸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학교가 신고를 했다고 밝혀, 신고자를 담임교사로 특정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찰이 신고당한 학부모에게 “선생님이 신고했으니 두 분이 통화해보세요”라며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신고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학교관리자 또는 동료교사에 의하여 신고자가 밝혀지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의심만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하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과연 내 판단이 옳을까에 대한 고민도 크다.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거나, 신고할 만큼 심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80% 이상이 원가정 보호조치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신고 이후에 가족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염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 교사는 직무상 학부모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상담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때문에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까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내 아이의 작은 징후조차 지나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신고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해할 학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특히 우리나라는 가정사에 타인의 개입을 꺼리는 문화적인 관습이 있기에, 담임교사가 자신을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했다는 사실에 극도로 분노한다. 그래서 신고 이후에 교사에 대한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 등 악성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 신고하면 보복 위험에 노출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교육적 열의가 높을수록 아동학대로 신고될 확률이 높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아동학대가 아니거나 아주 경미한 사안이더라도 규정에 따라 아동보호전문기관·수사기관·교육청 조사는 계속된다. 2차 가해를 막는다는 원칙에 따라 직위해제 상태에서 수사를 받기도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피고소인인 교사에게 진술 기회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수사기관에서는 교육적인 맥락과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 행위의 유무만을 따져 교사에게 불리한 판단을 하기도 한다. 무혐의로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까지 6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고, 무혐의 통지 후에도 다른 혐의로 교사를 계속 신고하는 괴롭힘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은 오롯이 교사 개인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 교권침해를 당하는 교사들은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이는 곧 교육방임으로 이어진다. 교육적 열의가 높은 교사일수록 오히려 빌미를 제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복성이 명확하고, 교권침해 목적이 명백한 악의적인 민원·고소·고발에 교사는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협력관계에서 갈등관계로 돌아섰다면 교사는 손을 놓을 것이고, 학교는 교육적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아동학대법」이 강력한 아동학대 범죄는 예방하지 못한 채, 오히려 교사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닐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우철 인천 경연초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