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복 광주숭일중 교장] 지난달,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광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차기 교육감이 우선 해결해야 할 교육과제’로 ‘학생 인성교육(53.9%)’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대면 활동이 줄어들고 장기간 거리두기를 하면서, 오히려 학생들 사이에 사소한 갈등이 늘어난 것이 현실이다. 교실 안에서 부대끼며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들까지도 대화 단절, 소통 부재 때문에 학교폭력으로 과하게 불거지기도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면 삼삼오오 모여 꼭 보러 가는 곳이 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가릴 것 없이 그곳에는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든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웃으며 서로 친구가 된다. 그곳은 바로 30마리의 토끼들이 사는 생태 공간이자 20명의 학생들이 관리하는 ‘비오스(동물사랑 동아리)’ 토끼장이다. 자신만 바라보던 시선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로 향할 때 우리의 마음은 더없이 따뜻해진다. 엄마 토끼와 아기 토끼의 이름을 지어주며 학생들은 한없이 다정해진다. 토끼의 하얗고 부드러운 털처럼 이리저리 삐죽거리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마음이 살살 어루만져지는 공간. 백 마디 글과 말로 하는 교과서적인 인성교육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인성교육의 장이다.
우리 학교 24명의 학생들이 관리하는 텃밭 ‘초록사랑(식물사랑 동아리)’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온갖 작물이 자라고 있다. 하나의 생명이 자라나기 위해서 이토록 많은 수고와 정성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도시의 아파트에서 사는 아이들이 급식으로 나오는 먹거리가 입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기회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교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가 자라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올해는 특별히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현관 입구 쪽에 토마토와 가지, 오이를 심어놓았다. 등굣길에서부터 토마토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방울토마토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친구와 함께 쏙쏙 따먹으며 우정이 자라고 사랑이 자랄 것이다. 자연을 통해서 얻는 건강한 기운이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너와 내가 함께 나눠 먹는 것, 이것이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인성교육의 본바탕이다. 생명이 자라는 기쁨을 친구와 함께 나눌 수 있는 학교, 서로 마음으로 소통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학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하는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에 매년 참여하고 있다. 참여는 그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이 일단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어제 보았던 토끼가 오늘도 건강하게 있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 손잡고 토끼장에 달려갈 친구가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 메말랐던 상추밭에 뿌려지는 시원한 봄비에 대한 감사의 마음, 텃밭에서 흘리는 땀방울에 대한 감사의 마음, 급식판에 올려주는 채소 반찬에 ‘감사합니다’ 외치며 남김없이 먹는 마음들에서부터 감사의 삶이 시작한다. 감사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암기법과 계산법만 배우지 않기를 바란다. 학교 공간 곳곳에서, 뛰노는 공간 구석구석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가기를 바란다. 올해도 이런 감사의 마음이 공모전을 통해 ‘감사 꽃’으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 아이들이 써 내려간 공모전 감사편지 속에 어떠한 감사의 꽃잎이 펼쳐질지, 그 아름다운 꽃향기가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