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가 완료됐다. 동시에 전국 17개 시·도의 교육감 선출도 마무리됏다. 국민들은 정치 분야에서는 여당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선택했지만, 교육에서는 달랐다. 진보와 보수 교육감의 균형을 맞춘 것이다. 진보 교육감 9명, 보수 교육감 8명으로 말이다. 이는 한마디로 국민들의 ‘혁신 교육’에 대한 열망이 여전하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유·초·중·고 교육은 진보와 보수 9대 8로 구성된 교육감들이 이끌어 갈 것이다. 이 결과는 직전 선거보다는 진보 교육감 숫자가 5명 줄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교육혁신을 갈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진보 교육감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일단 거둬들인 것으로 볼 때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은 좀 더 숙고(熟考)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사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 OUT'과 '학력신장'을 내세운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연대가 돋보였다. 물론 이들 중에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도 있다. 직전 선거에서 3명뿐이었던 보수 교육감들이 8명으로 늘어난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인가. 첫째는 보수 후보 단일화 노력이 커다란 힘을 발휘한 결과다. 둘째는 학력저하론과 반전교조를 내세운 선거운동을 펼친 결과이기도 하다. 두 가지 공통점은 전교조 출신과 그들의 교육 성과에 대한 보수적인 국민들의 저항이 크게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정치와는 다르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먼저 우리의 정치는 한반도 분단의 비극으로 태생부터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 정권에 대한 불안한 안보 위기와 뿌리 깊은 이념 논쟁은 지극히 불행한 전쟁을 경험하고 아직도 휴전 상태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경계의 대상이고 그에 따른 생각의 격차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미 군사동맹의 가치는 상상이상이고 이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는 보수당에 기울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2021년 7월을 기점으로 유엔무역기구(UNCTAD)로부터 만장일치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이는 디지털 문명의 대전환 시대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우리 교육이 이제는 선진 교육생태계로 전환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교육개혁을 필수로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거와 다른 교육을 국민들은 열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뿌리 깊은 저항 의식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과거의 시험만능주의에 의한 능력주의를 가장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구시대적 가치관이다. 빈부격차만큼이나 크게 벌어진 기득권층의 학력주의는 아직도 학생들을 경쟁으로만 몰려고 한다. 여기에 진보 교육에 의한 학력저하란 피상적 결과만을 내놓고 진보 교육의 불신을 내세우고 있다.
행복은 어려서 경험한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도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독일 교육의 아버지 아도르노의 주장처럼 경쟁을 야만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독일은 경쟁을 범죄로 간주한다. 그곳에서는 선행교육조차 불법으로 간주한다.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어느 재한 독일인은 국내 방송에서 고등학생 시절은 매일 축제와 같았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로서는 이해가 가능한 것인가?
지금의 독일은 그런 교육을 받으면서도 가능했다.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오직 학력 향상이란 단일 목적으로 다른 가치들- 행복, 배려, 나눔, 협력-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교육의 목표인가. 즐거운 교실, 행복한 학교를 지향하는 교육은 경쟁체제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교육은 경쟁 교육에서 행복 교육으로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정치와는 달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교육혁신을 이뤄온 진보 교육감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결과이기도 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이제는 교육에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교육의 진정한 미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변화만이 미래의 상수(常數)다”라고 말이다.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보수가 추구하는 시험만능주의로의 복귀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이는 지극히 위험하다. 머리를 맞대고 집단지성으로 우리가 살길을 적절한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지향하는 우리의 시대적 과업이자 깨어있는 시민의 지상명령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