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2] 교사도 ‘예술의 전당’에 가고 싶다

2022.07.05 10:30:00

이제 K-컬쳐는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한국인 수상자가 배출되었다는 소식이나 전 세계 OTT 업체의 인기 순위에서 우리 드라마가 세계 팬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K-POP 역시 빌보드 상위권에 있고, 각종 클래식 콩쿠르에서 우리의 신예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서 국악·전통무용과 대중예술이 결합한 새로운 예술 융합 장르들도 유튜브 등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고 수많은 아티스트가 스타가 되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예술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예술가가 많아지자 학교교육에서 예술을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할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학교예술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입안·실행되고 있다. 학교에 예술교육에 적합한 시설이나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들이 있고, 학교가 예술교육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들도 있다. 또 학교에 전문 예술인을 강사로 보내 예술교육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들도 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이 공연을 관람하게 하거나, 직접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 교원들의 예술교육역량을 강화하는 정책들도 있다.

 

이러한 여러 정책 중에서 교원 예술교육 역량강화 정책은 효과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정책이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교원들에게 예술교육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예산 투입, 정교한 프로그램 개발, 참여 교원들의 학습 열의 등이 모두 필요하다. 더불어 관리자의 적극적인 지원과 예술교육역량을 높이고자 하는 교육당국의 정책적 결단도 필요하다. 그에 비해 결과물은 가시적이지 않고 간접적이다. 교원의 예술교육역량에 대한 예산 투입이 큰 반면 결과물은 학생들의 예술활동을 통해 나타나므로 미미해 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예술활동은 부모의 관심이나, 학교의 예술교육 예산 지원 등 다른 변수들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교원들의 예술교육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까? 교원들의 예술교육 역량강화 정책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월등한 효과를 가진 다른 정책이 대안으로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예술강사 파견 정책이다. 예술강사 파견 정책은 예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예술강사가 학교에 파견되어 교사와 함께 예술교육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교사는 예술수업에서 협력적인 역할을 하므로 수업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관리자와 학부모는 예술교육의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으므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예술강사 파견 정책의 한계는 명확하다. 사업이 확대될수록 교사는 주변인에 머물고, 예술교육의 목표가 예술활동에 대한 흥미 고양이나 기능 숙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예술활동을 통한 인간적 성장을 도모하고 예술과 여타 분야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예술 이외 분야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 능력이 필요하므로 교사가 예술교육에 좀 더 깊게 포함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예술강사 파견 정책 외에 교원의 예술교육 역량강화 정책의 확대가 시급하다.

 

교원의 예술교육 역량강화는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접근이 되어야 한다. 우선 재직 중인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원연수 및 교원학습공동체 활성화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교사들이 예술교육역량을 추가로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지원해야 하며, 예술교육 전문가들을 통한 집중적인 연수가 활성화 돼야 한다. 재직 중인 교사들이 예술교육 분야 연수나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에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를 장려하는 학교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예술교육과 관련된 교사의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예술교육에 대한 필요성 인식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는 학교예술교육에 대한 관리자 연수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사 교육과정에서 예술교육을 접할 기회를 확대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신규교사 선발과정에서 예술교육역량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 임용시험에 영어수업능력이 반영되면서 신규교사들의 영어교육역량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을 볼 때, 예술교육에 대한 교원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대나 사대 교육과정에 예술교육과 관련된 커리큘럼을 이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임용시험의 한 과목으로 예술교육역량을 평가할 필요도 있다. 다만 모든 임용 대상자에게 예술교육역량을 요구할 것인지, 여러 분야 중 하나의 선택 영역으로서 예술교육 분야를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교원이 예술교육에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가 예술을 즐기고 가까이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원의 예술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영어를 잘하는 교사가 영어교육에 능할 가능성이 크듯이, 예술을 즐기는 교사가 예술교육을 잘할 가능성이 높다. 교사가 예술을 쉽게 접하고, 예술을 즐기는 학교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교사들에게는 전시회를 지원해주고, 연극·연주·뮤지컬에 참여하는 교사들에게는 공연을 지원해준다면 그 혜택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연수에서 교사들이 각종 공연을 관람하고 미술품을 감상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예술을 즐기고 예술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예술경험 접근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교원의 예술경험 증진이 예술교육역량과 연계됨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는 J.Dewey의 심미적 경험과 탐구이론을 기초로 하는 예술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사·교육행정가·예술강사 재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동 프로그램 내에는 창작자로서 작품을 제작하게 하는 과정과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과 분석과정이 포함되어 있다(백미현과 이희수, 2010). 예술교육자의 재교육에 예술체험활동이 포함된다는 것은 교사의 예술교육역량의 개발에 예술에 대한 체험과 감상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교원의 예술교육역량을 인지적 영역과 심동적 영역, 정의적 영역으로 나눌 때, 인지적 영역과 심동적 영역은 연수나 교원학습공동체 등의 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다. 하지만 정의적 영역에서 예술에 대한 흥미, 예술활동에 대한 열의 등은 예술활동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얻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미에서 교원의 예술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교원의 예술교육역량을 입체적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필수 정책이라 할 것이다.

 

학생에 대한 예술교육은 기능적 측면을 넘어 전인적 측면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원의 예술교육역량 증진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며, 특히 교원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예술활동에 교원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김문호 서울문교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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